멋진 '쌩얼' 가지고 싶습니까
  • 한예원(카톨릭대 중앙의료원 피부과 전공의) ()
  • 승인 2007.02.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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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풍부한 음식 섭취, 규칙적인 운동, 자외선 차단이 '피부 미인' 비법

언제부터인가 여자 연예인들이 자신의 ‘쌩얼(맨얼굴)’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화제가 되고 있다. 정말 맨얼굴인지, 사진에 조작을 가한 것은 아닌지를 떠나 연예인이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웬만한 자신감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목구비의 생김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맨얼굴에 대한 자신감은 결국 깨끗하고 하얀 피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사실 여자의 맨얼굴에 대한 설왕설래는 뒤집어보면 ‘화장발’에 대한 진부한 논의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화장으로 자신의 결점을 감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 동시에 화장으로 가릴 필요 없는 깨끗한 피부를 가꾸기 위해 필사적이다. 특히 수많은 ‘화이트닝’ 제품들과 ‘미백’ 관리 프로그램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얀 피부, 흰 살결은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다.


결핵 환자의 창백한 피부 동경하기도


 
과거에는 얼굴을 하얗게 만들기 위해 수은이나 납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을 장기적으로 피부에 도포해 중독되는 일이 흔했다. 지금은 이 정도는 아니지만 무허가로 시판되는 화장품의 상당수가 이러한 성분들을 가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결핵에 걸린 여성의 창백한 피부와 마른 체형을 동경하던 시대도 있었다. 이제는 피부색을 결정짓는 멜라닌이라는 색소의 합성을 차단하는 성분의 약제와 비타민 C를 직접 피부에 침투시키는 이온영동법, 잡티와 점을 제거하거나 피부의 톤을 맑게 해주는 레이저 등등이 끊임없이 개발되면서 결핵에 걸리거나 중금속에 중독될 염려 없이 좀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깨끗한 피부를 가꿀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타고난 피부의 색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사람들은 대개 하얀 피부를 타고난 이를 부러워한다.
물론 피부가 하얗고 깨끗하면 좀더 밝고 환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타고난 피부색은 멜라닌의 종류가 다르고 양이 많고 적음 때문이지, 미(美)의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 특히 피부색에 따른 인종의 구분은 생물학적 차이일 뿐, 그것이 사회적인 차별의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하얀 피부에 대한 동경은 백인이 우월하다는 잘못된 통념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소설 <반지의 제왕> 속에서 선한 종족은 모두 백인에 가까운 외모를 가진 반면, 악한 종족은 검은 피부를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이 네오나치즘을 표방하는 이들이 가장 즐겨 읽는 소설이라는 이야기와 저자인 톨킨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냐는 논란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어왔다. 개인적으로 나는 톨킨이 선악을 간결하고 선명하게 구분하기 위해 이러한 이분법을 사용했으리라 생각하고 싶다. 선(善)을 대표하고 미인의 조건 중 하나로 꼽히는 흰 살결은 어디까지나 비유에 지나지 않는다. 흑인들의 검은 피부와 반짝이는 눈동자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야외에서 장시간 활동하는 이들의 구릿빛 피부는 또 얼마나 건강해 보이는가.
좀더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고 손쉽게 아름다움을 가꿀 방법이 있다면 이를 애써 마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모든 방법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피부색에 대한 긍정과 건강한 혈색을 근간으로 할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나는 법이다. 건강한 피부는 비타민이 풍부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바르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자신의 피부색에 대한 긍정은 개인과 사회가 함께 건강한 사회 풍조를 가꾸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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