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집안, 금배지 '세습'하나
  • 김행 편집위원 ()
  • 승인 2007.03.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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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 홍업씨, 신안, 무안 보선에 출마할 듯...'DJ 분신'들이 적극 밀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홍일씨는 아버지로부터 목포 지역구를 이어받았다. 차남 홍업씨는 한화갑 의원의 의원 직 상실로 공석이 된 신안·무안 지역구를 물려받기 직전이다. ‘김홍업 국회의원 만들기’에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권노갑 전 의원·설훈 전 의원 등 DJ 직계가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김홍일씨는 국회의원 재임 중, 그것도 아버지의 대통령 재임 중 부정한 돈을 받고 유죄 판결을 받아 의원 직을 상실했다. 홍업씨는 각종 이권 청탁과 관련해 47억원의 대가성 금품을 수수한 알선 수재 혐의로 징역 2년, 벌금 4억원, 추징금 2억6천만원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다 2005년 형기를 5개월여 남겨두고 특사로 풀려났다. 그는 부정한 돈을 베란다에 쌓아 놓았다가 압수당한 치욕적 기록도 갖고 있다. 막내 홍걸씨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되어 이권 청탁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감옥살이를 했다.
DJ 일가에서 무고한 인물은 DJ 한 사람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DJ는 이제 세 아들 모두 비리에 연루된 치욕의 역사를 딛고, 4부자 가운데 3부자가 국회의원을 지내는 한국 정치사의 ‘진기록’을 수립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씨의 출마 당위성을 주장하는 한화갑씨의 논리는 독특하다. 그는 “민주당을 키워오면서 김 전 대통령을 ‘팔았는데’, 이제 김홍업씨를 거부하면 유권자들이 ‘우리와 민주당과의 관계는 뭐냐’고 말할 것 아니냐”라며 흥분했다고 한다. ‘김씨는 동교동 내에서 가장 친한 후배’라고 감싸기도 했다. ‘DJ를 팔아’ 정치를 해온 역사에 빚을 갚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업씨의 출마의 변도 ‘대북 특검으로 무너진 햇볕정책 등을 바로세우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DJ 아들의 국회의원 선거 출마가 어떻게 햇볕정책과 관련 있는지는 요령부득이다.

 
“김 전 대통령은 홍업씨 출마 사실상 반대”


 
DJ는 홍업씨의 출마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차마 나서지 못할지 모른다. 그의 비서를 오래 지냈던 장성민 전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DJ는 사실상 반대했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그의 분신인 권노갑씨가 ‘김홍업 출마 당위성’을 지역에서 적극 주장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동교동 가신 설훈 전 의원도 ‘김홍업 칭찬 대열’에 동참했다. 장성민 전 의원도 “홍업씨의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3부자의 국회의원 대물림이 호남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우선 민주당 내에서부터 ‘김대중도, 김홍업도, 민주당도 죽는 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DJ가 작년에 목포를 방문해 역 광장에서 <목포의 눈물>을 부를 때 이미 알아봤다”라는 비아냥까지 던진다. DJ가 한화갑씨의 의원 직 상실을 내다보고 홍업씨 출마를 위해 정지 작업을 했다는 주장이다.
김홍업씨도 이런 비난을 의식한 듯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의 출마는 민주당이든 무소속이든 간에, 호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 확실하다. 호남 유권자들에게는 ‘우리가 아직도 DJ의 그늘에 살고 있다는 말인가’라는 자괴심을 불러일으키고, 다른 지역 유권자들로부터는 ‘호남은 역시 DJ 인질’이라는 비판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이 지역 출마를 준비해온 지역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포기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는 마당이다. 과연 전남, 그 속에서도 신안·무안 주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DJ에게는 약이 될까, 독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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