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는 희희낙락 이해찬은 첩첩산중 정동영은 전전긍긍
  • 이명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6.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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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유력 대선 경선 후보 3인의 현주소

 

 
범여권의 자칭 타칭 대선 후보는 15명이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신기남·김혁규·김원웅 의원,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의원,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강운태 전 내무부장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김영환 전 의원, 추미애 전 의원이 그들이다. 군웅할거라기보다는 우후죽순 격이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특보는 “내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 중 한 사람”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지지율 조사에 이름도 올리지 못하는 처지이다. 앞으로 또 누가 출사표를 던질지 모른다. 중도개혁신당의 김한길 대표도 도전 의사가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여권 대선 주자들의 불행은 손 전 지사로부터 시작된다. 이해찬 전 총리의 말에 따르면 한나라당을 탈당한 ‘기회주의자’인 그가 쟁쟁한 범여권 주자들을 저 멀리 따돌리고 여권 대선 후보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YTN이 6월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빅 2’를 뺀 후보 가운데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5.4%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정동영 3.2%, 이해찬 2.2%, 한명숙 2.1%로 나타났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3개월이 지났어도 우열 구도는 좀체 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손 전 지사를 “범여권에서 빼달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범여권 주자들은 한나라당 후보들과 상대하기에 앞서 ‘굴러온 돌’인 손 전 지사부터 밀어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손학규, ‘변절’ 이미지 타파가 관건
범여권의 불행은 계속된다. 손 전 지사의 기세가 꺾이기는커녕 힘이 붙고 있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는 지난 6월17일 선진평화연대를 창립해 마침내 전국 조직의 대선 체제를 갖추었다. 선진평화연대 창립 대회에는 현역 의원 65명이 참석했다. 열린우리당·탈당파·민주당뿐만 아니라 친노 그룹까지 망라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 62명보다 더 많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정동영 전 의장의 탈당 회견에 12명의 의원이 배석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
손 전 지사는 ‘대통합’을 주장했다. 친노이든, 반노이든 범여권이 눈만 뜨면 입에 올리는 추상적인 ‘고유명사’다. 노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보따리 장수’에 불과한 그가 범여권의 비위를 맞추고, 범여권이 여기에 장단을 맞추는 격이다. 그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의 맥을 잇는 ‘한반도 평화경영론’을 태연하게 소개했다. 노대통령이 “기분 나쁘다”라고 해도 그는 여유 만만이다.
손 전 지사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근태 의원과 가깝다. 이른바 ‘동지’이다. 그래서 김의원이 “손 전 지사를 밀기 위해 출마를 포기했다”는 말도 나돈다. 또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는 통합민주당 주변에서도 손 전 지사를 대선 후보로 선호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손 전 지사의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한 일편단심과도 통한다. 북한을 다녀와 동교동으로 달려가는 손 전 지사가 얼마나 살갑게 느껴졌겠는가. 손 전 지사는 겉으로는 일단 정동영과도 상통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칭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통합을 말하지만 노대통령과 그 직계들에게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대통합이 ‘도로 열린우리당’이거나, 노대통령의 그림자 속에 머무르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또 한나라당과는 상극이다. 누구보다 손 전 지사가 그렇다.
손 전 지사를 띄우는 소식은 더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정치 분야 오피니언 리더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손 전 지사는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34.7% 지지를 받아 이명박 전 시장의 22.3%보다도 12.4%포인트나 앞섰다. 그는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에서 16%로 2위를 했으나 6개월여 만에 1위로 나섰다. 손 전 지사는 “비한나라당 진영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누가 후보로 선출되리라고 보는가”라고 묻는 질문에서도 55.5%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 뒤로 이해찬 13.3%, 정동영 10%, 김근태 6.6%, 한명숙 6.2% 순이다.
이에 앞서 손 전 지사는 지난 5월10일 미디어오늘 설문 조사에서 언론인이 뽑은 ‘가장 바람직한 대통령감’에서 1위를 했으며 특히 정치부 기자들에게서 39.1%의 압도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또 정대철 전 의원이 “현재 지지율대로 흘러갈 것이다. 지지율이 가장 높은 이가 중심이 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한 것도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언제까지 이 기분을 유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선 그에 대한 노대통령의 반감이 여전하고, 이해찬 등 범여권 내의 ‘탈레반’들이 그의 ‘변절’을 언제 어떻게 들쑤실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그의 변절을 어떻게 볼지가 관건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타깃을 정했다. 범여권 선두 주자인 손학규 전 지사다. 이 전 총리는 “기회주의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라고 쏘아붙였다. 이 전 총리를 따르는 유기홍 의원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는) 역사성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전 총리는 한결같은 길을 걸어왔다”라고 했다. 공격 포인트가 분명하다.

 
이해찬, 노대통령의 그림자가 덫?
이 전 총리도 대통합을 말했다. 그의 통합론은 범여권 통합에 친노와 노무현 대통령을 끌어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친노) 배제론을 주장하는 분들까지 다 포용해서 통합해야 한다”라는 말이 그렇다.
반면 손 전 지사는 다르다. “지금 흩어져서 세가 약화된 범여권을 적당히 얼기설기 엮어서 다시 복원해보자는 식으로 모이면 새로운 통합이 되기가 어렵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전 총리의 대통합은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꼼이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선진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준비하는 정치 세력을 시민 세력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가자는 뜻”이라는 설명도 붙였다.
이 전 총리는 범여권 대선 주자 가운데 누구보다도 원칙주의자다. 노대통령의 노선에 충실하다. 그는 “지역주의에 의지하는 정치 구조의 혁파”를 강조했다. 노대통령이 강조해온 ‘대의’이다. 이 전 총리의 대선 출마도 노대통령의 의중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 “대통령 선거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라고 했던 그가 출마를 선언한 것은 노대통령의 권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대선 후보 반열에 올려놓은 노대통령이라는 존재가, 그의 진로를 방해할지 모르는 아이러니가 그의 과제이다. 그는 일단 “(범여권) 후보들이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만들어내면 능히 이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범여권 대선 주자들의 오픈 프라이머리도 가능하며, 자신도 거기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의 진로는 불투명하다. 범여권 대통합에서 친노를 배제하자는 기류가 아직 강하다. 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에서 유시민 의원 다음으로 노대통령 색깔이 강하다. 보수 언론과 싸우고 한나라당에 핏대를 세우는 모습부터 연상하는 국민이 많다. 열린우리당을 나오지 않고 그 간판으로 후보가 된다면 범여권의 다른 정파들이 손을 내밀지도 미지수이다. 물론 통합파들이 ‘친노 배제론’을 고수할 경우 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에 잔류해 친노 진영만의 오픈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1970년대에는 박정희 유신 체제 타파에 학창 시절을 바쳤고, 1980년대에는 전두환 독재 체제와 맞서 싸웠다. 1990년대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었고, 참여정부에서는 국무총리로 국정을 총괄하면서 갈등 조정과 정경 유착·권위주의·부정부패를 척결했다”라는 그의 출사표도 언제 빛을 잃을지 모른다. 노대통령의 최근 행보도 그에게 득이 된다고 볼 수 없다.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판정에 대한 청와대의 초강경 대응 등으로 노대통령 지지율은 20% 초반으로 떨어졌다.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다지만, 노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비노·반노 그룹에서 그를 끌어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대철 전 의원이 그를 “원내대표 경선 등 큰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깎아내린 게 가장 아플 것이다.


정동영, 샌드위치 신세 못 벗어나
김근태 전 의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나오자마자 범여권의 시선은 일제히 정 전 의장에게 쏠렸다. 그러나 그도 김 전 의장 불출마로 유력한 경쟁자가 한 사람 줄었다고 한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다음은 당신이 백의종군할 차례”라는 차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 전 의장의 난처한 처지는 대통합에 대한 어정쩡한 자세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열린우리당 해체’를 전제로 한 범여권 통합을 주장해왔다. 노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을 사조직으로 의심하며 해체를 요구한 것도 포럼과 열린우리당 간의 혈연 관계를 경계했기 때문이다. 그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것도 당 해체를 촉진시킬 속셈이었다. 그러나 그는 열린우리당과 거리를 두지도, 두지 않을 수도 없는 어정쩡한 위치이다. 그는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자 열린우리당 실패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실패 때문에 ‘노무현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믿지만 그 프레임을 허물었을 때 돌아올 비난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그가 설정한 열린우리당과의 단절은 노대통령과의 결별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대선도 내년 총선도 무망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의 딜레마는 친노 진영은 물론 반노 진영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여전히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 있다. 대권 주자가 아닌 김근태·문희상 전 의장 등을 만나며 오직 ‘대통합’을 강조하는 행보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자신이 대통합의 ‘걸림돌’이라는 기막힌 현실이다.
정 전 의장은 친노 진영에 대해 때로는 호의적이고 때로는 적대적인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한 방송에 출연해 “열린우리당 사수를 주장하는 분들을 억지로 대통합에 끌어들일 방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친노·반노·비노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라고, 사실상 열린우리당 배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물론 열린우리당 배제 반대가 열린우리당 해체 반대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대통합에 열린우리당이 당의 자격으로 참여하는 데 대한 거부감만은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노대통령이 간절히 바라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노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노대통령이 손 전 지사를 ‘범여권에서 빼달라’고 하는 데 대해서도 “누구를 빼고 넣으라는 게 대통령께서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쓴소리도 했다. 정 전 의장 세력은 범여권 곳곳에 깔려 있다. 열린우리당 전국구 상당수가 정 전 의장 계열이고, 열린우리당 탈당파들도 정 전 의장과 가깝다. 그런데 이들은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친노·반노·비노로 갈려 있다. 정 전 의장이 샌드위치 신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지 모른다.
동상이몽의 손학규·이해찬·정동영, 이들이 대통합과 단일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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