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공중전 쑥쑥 뻗는 한국 무기
  • 서명수 프리랜서 기자 ()
  • 승인 2007.07.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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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전투 훈련기 등 수출 ‘대박’…잠수함도 전망 밝아

 
헬기 잡는 탱크, 음속보다 빠른 고등 훈련기, 순항 미사일, 이지스 구축함….
무기 대국 미국이나 러시아의 군사 장비들이 아니다. 바로 우리 순수 기술로 생산하고 있는 무기들이다. 성능도 우수해 세계 시장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방위산업(방산)계는 올해 최신예 무기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오랜 숙원인 10억 달러 수출 고지 달성이 무난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 소총과 탄약 생산으로 걸음마를 뗀 한국 방산이 30여 년 만에 비로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기계와 전자 기술의 결정체인 무기 수출은 국력 신장의 상징으로 한국이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지난 6월20일, 방산 업계는 터키에서 날아온 낭보에 환호성을 질렀다. 터키 국방부가 전투기 조종사의 기초 훈련용인 국산 KT-1  ‘웅비’와 차기 전차 XK-2 ‘흑표’를 구매하기로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구매액은 5천억원 이상으로 지난 2001년 K9 자주포(10억 달러) 이후 최대 규모이다. 이중 XK-2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로템 등 방산 업계가 12년간 2천억원을 들여 독자 개발한 것으로 기술 이전을 통한 현지 생산 방식으로 터키에 수백 대가 수출된다. 기동력과 화력·생존성 등에서 미국의 M1-A2, 프랑스의 르클레르 등 선진국 주력 전차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XK-2는 1980년대 개발된 기계식 전차와 달리 사격 명중률 등을 디지털화해 세계 전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개발 완료된 차기 보병 전투 장갑차 K-21도 세계 정상급 성능을 자랑해 수출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K-21은 보병 수송용인 기존 장갑차와 달리 40㎜ 자동포와 대전차 유도 무기를 탑재해 적의 장갑차와 전차는 물론 공중 헬기까지 파괴할 수 있는 막강한 화력을 갖추었다. 지상에서는 시속 70㎞ 이상, 수상에서는 시속 6㎞ 이상으로 주행이 가능해 전차 수준의 빠른 기동력과 수상 도하 능력을 보유했다. 대당 가격은 37억~41억원으로 총 9백1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되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1999년 기본 설계에 착수해 2005년 시제품 생산과 시험 운용 평가 등을 거쳐 지난 5월 전투용 적합성 판정을 받았다. ADD는 현재 몇몇 국가와 기술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방위산업 주력 수출 품목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올해 초미의 관심사는 국산 첫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의 아랍에미리트 수출 성사 여부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마틴과 세계 시장을 겨냥해 공동 개발한 T-50은 현재 영국·이탈리아 기종과 경합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달부터 현지 시험 평가를 실시해 연말쯤 기종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T-50의 대당 가격은 중형 승용차(대당 2천만원 기준) 1천1백50대와 맞먹는 약 2백30억원에 달한다. 아랍에미리트는 공군 훈련기로 50∼60대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T-50이 선정되면 수출 금액은 최대 1조3천억원에 이르러 방산 업계 사상 최대의 ‘대박’이 터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T-50을 차기 훈련기로 검토 중인 미국이나 그리스 등에 진출할 탄탄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어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각종 디지털 비행 제어 시스템 등 첨단 항공 기술이 결집된 T-50은 현존 고등훈련기 중 최고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 기종들이 구세대인 반면 T-50은 처음부터 F-22, 유로파이터 등 차세대 전투기의 조종 훈련용으로 개발되었다는 장점도 있다. KAI는 향후 2천5백 대로 예상되는 전세계 공군 고등훈련기 시장에서 T-50의 점유율을 30%로 잡고 있다.
기관총도 아시아권 최초로 대량 수출
하늘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한국의 방산 기술이 잇달아 개가를 올리고 있다. 그 첨병은 잠수함이다. 국내 방산 업체들은 독일 기업과 기술 제휴로 209급 잠수함(1천2백t) 9척에 이어 214급 잠수함(1천8백t)까지 건조하면서 축적한 세계 정상급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잠수함 수출국’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2024년까지 한국과 러시아·중국을 대상으로 12척의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인 인도네시아가 첫 타깃이다. 지난해 초 당시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세일스에 나서는 등 군 당국과 업계가 전력투구해왔다.
잠수함 수출 역시 T-50과 마찬가지로 ‘대박’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209급 잠수함의 척당 가격은 3천2백50억∼3천7백20억원으로 중형 승용차 1만8천6백 대의 수출과 맞먹기 때문이다.
국산 기관총인 K-3의 수출도 성사돼 개인 화기 수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유일의 소구경 화기 전문 생산 업체인 S&T대우는 최근 필리핀 국방부가 선정한 K-3 기관총 독점 공급 업체로 최종 낙점되어 올 하반기부터 1년간 6천5백40정(1백76억여 원)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화기 제조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아시아권에서는 최초로 대량 수출하는 쾌거이다. K-3 기관총은 명중률과 운용성이 뛰어난 순수 한국형 소화기로 1990년부터 실전 배치되었으며 5.56㎜ 탄약을 분당 7백~1천 발 발사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었다.
이 밖에 K-9 자주포와 K-9 자주포에 탄약을 자동 공급하는 세계 최초의 로봇형 탄약 운반 장갑차인 K-10도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다. 또 적의 레이더망을 피해 1백50km 떨어진 목표물을 족집게처럼 찾아내 파괴할 수 있는 함대함 미사일인 ‘해성’과 미국의 스팅어나 프랑스의 미스트랄보다 가볍고 명중률이 높은 휴대용 대공 유도 무기인 ‘신궁’도 앞으로 수출 효자 종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관 합작으로 키우는 ‘방산 한국’의 힘
KAI 등 5개사가 수출 주도…국정원은 산하에 방산국 신설 계획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체는 모두 80여 군데. 하지만 전체 방산 수출의 90% 이상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LIG넥스원, 두산인프라코어 등 상위 5개사가 차지하고 있다.
1999년 대우중공업, 삼성항공산업, 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통합해 설립한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종합 업체이다. KT-1 기본훈련기와 세계에서 12번째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을 개발했다.
삼성테크윈은 국내 유일의 지상 전투 장비 제작 업체로 1천 대 이상의 K-55 자주포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정상급 성능의 K-9 자주포를 개발해 터키에 수출했다. 삼성탈레스는 유도 무기와 함정용 전투 지휘 체계, 항공전자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LIG넥스원은 대표적인 유도 무기 전문 생산 업체로 함대함 미사일인 해성과 잠수함 공격용 경어뢰인 ‘청상어’ 등을 개발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전투장갑차와 지대공 유도 무기를 비롯해 각종 함포와 어뢰 발사대 등을 제작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국제 무기 수출 5대국은 러시아·미국·프랑스·독일·영국이다. 우리나라는 17번째로 꼽혔다.
수출 5대국 중 4개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가 상징하듯 국제정치적으로 초강대국들이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방산 기술의 보안과 각종 무기 도입 사업의 동향 분석 등을 담당하는 방산국(가칭)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국은 방산 기술 유출을 노리는 산업 스파이 활동을 감시하고 군의 각종 무기 도입 사업 동향 등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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