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통신 ‘우마’, 신기록 세우마?
  • 로스앤젤레스·진창욱 편집위원 ()
  • 승인 2007.07.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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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후’인터넷 전화기 탄생…“미국 내 통화료 전액 무료” 파격 선언

 
우마’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소와 말을 뜻하는 우리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생소한 신조어가 몇 개씩 등장하는 요즘에 나타난 또 하나의 새로운 이름이다. 우마(Ooma)는 미국 첨단 기술 회사의 이름이다. 이 회사는 올가을에 신개념의 인터넷 전화기 ‘우마’를 세상에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우마는 이미 첨단 기술 산업에 필요한 발상의 전환이 가져다준 또 하나의 쾌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마는 또 미국과 전세계 음성 통신 패러다임에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마 설립자 앤드루 프레임은 “동영상에 티보(TiVo)가 있고 음악에 아이팟(iPod)이 있다면 전화통신에는 우마(Ooma)가 있다”라고 자부한다. 우마는 요즘 세계에서 뜨고 있는 인터넷 전화(VoIP)의 하나이다. 
VoIP는 인터넷을 통해 음성 통신을 하는 최신 기술이다. 요즘의 VoIP는 인터넷 회로에 연결된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해 음성 통신을 하는 방식 외에 전화기 자체가 인터넷에 바로 연결되는 인터넷 전화기, 일반 전화기에 모뎀을 연결해 사용하는 절충형 등 세 가지가  쓰이고 있다.
우마는 VoIP와 일반 전화기가 갖는 장점을 결합한 전화기이다. 우마는 VoIP 기능에 공중전화망(PSTN)도 함께 연결한다. 시스코(Cisco)의 VoIP 서비스나 이베이의 스카이프 (Skype) 그리고 현재 미국에서 음성 통신의 기린아로 등장한 보니지(Vonage)가 갖지 못한 공중전화망 겸용이라는 묘수가 우마에 들어 있다. 미국 인터넷 전화는 긴급 전화인 911 호출이 불가능하다는 결점을 안고 있다.
텍사스 주에 사는 VoIP 가입자가 갑자기 통증을 느껴 911 긴급 구조를 요청하려 했으나 인터넷 전화로 911 직접 접속이 안 되어 변을 당했다. 이같은 실제 사례 때문에 미국의 많은 고객이 인터넷 전화에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우마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 우마는 또 동등 계층 통신으로 불리는 P2P(Peer-to-Peer)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P2P는 각 컴퓨터가 동등한 능력을 갖고 서로 직접 통신이 가능한 인터넷 통신 모델이다. 우마의 P2P는 우마 전화기 하나 하나가 동등한 개체로서 인터넷을 통해 서로 직접 통신이 가능하도록 했다. 우마가 음성 통신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것은 이같은 VoIP와 PSTN을 결합하고 여기에 P2P를 채용하면서 개별 우마 허브(전화기)가 각각 기존 일반 전화 통신 회사의 교환기 역할까지 겸했기 때문이다.
우마의 개별 교환기 역할은 발상 전환의 백미이다.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마를 통해 동부 뉴욕으로 전화를 걸 경우, 또 수신자가 우마 사용자가 아닐 경우 우마는 진가를 발휘한다. 우마는 뉴욕의 우마 허브가 교환기 역할을 하며 허브에 접속되어 있는 PSTN을 타고 일반 전화회사 교환기로 곧장 연결해 해당 수신자를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우마 허브가 많으면 많을수록 동시 연결 중계 교환기 수도 그만큼 많아지는 셈이다. 즉 우마 전화기는 발신기이자 수신기이고 동시에 교환기이다. 기존 전화가 서비스 중심이라면 우마는 설비 중심이다. 기존 전화산업이 대규모 시설과 설비를 갖춘 전화 회사의 서비스를 구입하는 방식이었다면 우마는 우마 허브 한 개를 구입하는 것으로 끝난다. 전화 이용 개념의 대 변혁이나 다름없다. 우마는 여러 가지 통신 기술 조합을 바탕으로 미국 전체 장·단거리 통화 서비스를 전부 무료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한 대에 3백99달러 하는 우마 허브를 하나 구입해서 설치하면 이 전화기가 닳아서 쓸 수 없게 되거나 고장날 때까지 사용하는 전화 통화료 전액이 무료라는 것이다. 스카이프나 시스코 또는 보니지가 매월 25달러 또는 매년 1백99달러씩 정액제로 요금을 받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이다.

 
출시 전 사용자 테스트 진행 중
국내 요금 전액 무료는 미국처럼 광활한 지역의 경우 장거리 전화 요금이 국제 전화 요금에 버금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는 제안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태평양 연안과 대서양 연안에 비즈니스를 함께 갖고 있거나 업무가 분산되어 있는 기업의 경우 연간 절약할 수 있는 전화 요금만 해도 구입 우마 전화기 값의 몇 십 배에서 몇 천 배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가 되기 때문이다.
우마는 현재 베타 테스트(제품 출시 전 사용자 시험) 중이다. 이미 25만 회에 걸친 내부 테스트를 마치고 출시 전 사용자 테스트를 시작했다. 우마는 이 베타 테스트를 ‘흰 토끼 계획’이라고 부른다. 흰 토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흰 토끼에서 따온 이름이다. 우마의 수익 모델은 현재로서는 전화기 판매가 전부이다. 그러나 정식 출시에 이르면 여러 가지 부가 서비스를 넣어 여기에서 수익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우마는 2005년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 밸리의 팔로 알토에서 설립된 벤처 기업이다. 우마 전화기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굵직한 투자자들이 참여해 이미 2천7백만 달러의 자본금을 확보했다. 설립자 프레임(35)은 15세 때 라스베이거스에서 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차렸던 인터넷 조숙아였을 뿐만 아니라 틴에이저로 시스코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17세 때 시스코 최고기술상을 두 차례나 받았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었다. 프레임은 지난 2004년 시스코를 그만두고 신개념의 인터넷 전화를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우마 설립은 기존 인테넷 전화에 식상한 고객들에게 원하는 신개념 인터넷 전화를 공급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우마의 신개념 인터넷 전화 출시에 업계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전화기만 사면 미국 내 통화료 전액 무료라는 매력이 고객으로부터 폭발적 호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이다. 편리성과 비용 절감을 보장한 신개념 전화기라는 것이 이유이다. 기린아 보니지가 지난해 가입자 수가 26%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4 분기에만 이미 7% 증가하는 등 팽창하고 있는 미국 인터넷 시장이 우마의 등장으로 대형 폭발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난다.
반면에 보니지만 보지 말고 실제 미국 인터넷 전화 시장을 보라는 충고도 없지 않다. 우마 출시 발표 직전 가입자 20만명의 인터넷 전화 회사 선로킷이 문을 닫았다. 선로킷 사건은 인터넷 전화 시장이 겉보기와는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보니지의 호황도 거품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니지 역시 장거리 전화 서비스 제공 회사인 AT&T와 특허 소송 끝에 패소해 회사 자체의 장래가 불투명한 상태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우마가 의존하는 공중전화망에서 어떤 법률적 장애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이다.
업계는 우마 출시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해 미국내 VoIP 가입자 수가 2백60만명이었으나 5년 뒤인 2011년에는 지금의 세 배에 가까운 6백4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추산 때문이다. 또 지난 2005년 이베이가 21억 달러에 사들인 스카이프는 지난해 매출이 9천만 달러에 달했고 지난해 신장률 94%를 기록했다. 이처럼 시장이 확대되는 한 우마의 실패 가능성은 작고 오히려 시장 확대에 선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마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소나 말처럼 우직하게 혹은 질주하듯 미국 VoIP 시장을 이끌어갈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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