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재주 여든까지 가나
  • JES 장치혁 기자 ()
  • 승인 2007.08.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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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데이비스의 맨유 입단으로 본 ‘신동’들의 스포츠 인생

 
어느 분야에서건 일찍부터 재능을 꽃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유아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주위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어린 천재들을 우리는 ‘신동’이라고 칭하며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 스포츠계에서도 신동이라 불리는 이들이 세상의 이목을 모은 경우가 많다. 그들 중 몇몇은 현재 관련 분야에서 최고로 추앙받고 있지만 몇몇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묻히기도 한다. 천재적 재능에 대한 자만심으로 노력이 부족했거나 자아가 형성되기 이전 주위 기대에 대한 부담으로 스스로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동영상만으로 축구 신동을 유소년팀에 입단시켜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중심에 우뚝 선 ‘천재’ 레인 데이비스(9)는 잉글랜드 축구팬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맨유에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 영국 도박 업체에 따르면 데이비스가 맨유 성인팀에서 뛸 확률은 1/10. 시각을 달리하면 신동 10명 중 1명만이 성인이 되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신동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2)이다. 타이거 우즈는 2세 때 텔레비전에 나가 스윙 시범을 보일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미국 국내 대회를 휩쓸며 골프 명문 코스를 거쳤고, 성인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에 데뷔한 뒤에도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쳐 명실상부한 최고로 우뚝 섰다. 우즈의 성공은 천재성과 노력, 환경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우즈는 학창 시절 다른 일에 한눈 팔지 않는 성실함과 노력으로 재능을 가꾸었다.

심리적 부담·부상으로 추락한 사례 많아

 
최근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 포뮬러원(F1)에서 혜성같이 등장해 전무후무한 데뷔 첫해 종합우승을 노리고 있는 루이스 해밀턴(22)도 신동에서 정상으로 뛰어오른 경우이다. 6세 때 카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해밀턴은 10세 때 전영국 챔피언에 오르며 주목받았고, 세계적 모터스포츠 팀 맥라렌의 ‘영 드라이버 프로그램’을 통해 모터스포츠 드라이버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흑인이라는 약점을 자동차에 대한 남다른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극복했다. 슈마허로부터 “드라이빙에 관련한 모든 재능을 타고 났다”라고 평가받았지만 이력서 취미란에 ‘훈련’이라고 적을 정도로 지독한 연습 벌레이기에 성공을 붙잡을 수 있었다.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조 콜(26·첼시)도 웨스트햄 아카데미를 발칵 뒤집어놓은 영재 출신. 그의 나이 16세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적을 추진하며 제시한 이적료가 무려 1천만 파운드(약 1백80억원)였다. 콜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 첼시와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전으로 뛰며 세계적인 미드필더로 성장한 성공 사례이다.
소니 파이크는 7세 때 축구 재능을 인정받아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에 입단했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과 경쟁에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신경이상으로 축구를 접어야 했다. 스페인·잉글랜드 등 유럽의 2부 리그를 전전하고 있는 체르노 삼바(22)는 7세 때 축구 재능을 인정받아 아프리카 감비아에서 영국으로 이주할 수 있었다. 13세 때 32경기에 출전해 1백32골을 기록하며 영국 축구계를 경악시켰고 수많은 에이전트의 눈을 사로잡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리버풀 등 세계적 명문 클럽들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 그는 결국 평범한 선수로 지내고 있다.
한국 축구계에서도 80년대 불세출의 미드필더 박병수, ‘한국의 마라도나’로 불리던 박양하도 천재성은 있었지만 부상과 게으름 등으로 인해 꽃을 피지 못하고 시든 사례로 꼽힌다.
한국 수영의 미래 박태환(19)이 좋아하는 수영선수 그랜트 해켓(27·호주)도 신동이었다. 그의 나이 18세 때 세계선수권 자유형 1백, 5백m 정상을 차지한 이후 6년간 정상에 군림했다. 특히 21세 때 세계신기록(14분34초56)을 세우며 세계 중장거리 수영계를 군림했다. 하지만 현재 어깨 수술의 후유증으로 인해 ‘최고’에서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이다.
 
세계 골프계는 남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여자선수로 미셸 위(18)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체구와 거침없는 스윙으로 여자 골프계에 등장한 천재였기 때문이다. 미셸 위 또한 11세에 USGA 아마추어챔피언십 대회에서 최연소로 예선 통과했고, 15세에 커티스컵 미국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며 최연소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뿐만 아니라 12세에 제니K 윌슨 인비테이셔널과 하와이 여자스트로크플레이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고, 14세 때는 US 여자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최연소 기록을 또하나 늘렸다. 프로들과 어깨를 나란히해서도 정상권 실력을 보인 그는 16세에 프로에 데뷔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최근 잇딴 남자대회 출전에 대한 비아냥과 부담감, 부상이라는 악재가 연이어 덮쳐 뒷걸음질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축구 신동 프레디 아두(18)도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경우. 가나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아두는 14세 때 프로 구단과 계약을 맺으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늘은 아두에게 천재성은 주었지만 불 같은 성정도 함께 주었다. 스스로 심리적 한계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성장 속도가 더뎌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유럽 명문 클럽에서 테스트를 받았으나 입단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해 실력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최근 캐나다 청소년월드컵(U-20)의 활약에 힘입어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로 이적해 유럽 무대에서 본격적인 검증을 받게 되었다.
한국의 박주영(22·서울)도 미래를 점치기 어렵다. 청소년 대표 시절 축구 천재로 불리며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하며 안착하는 듯했지만 지금은 체력적인 부담과 부상에 발목이 잡혀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더딘 성장을 불러온 껍질을 깰지 그대로 무너질지는 박주영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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