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음악 교류 물꼬도 틔우자
  • 전지영(국악평론가) ()
  • 승인 2007.10.0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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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나라가 남북정상회담 얘기로 떠들썩한 이때, 전통 음악을 전공한 음악비평가로서 남북 간의 음악 교류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남북 간의 음악 교류에는 이미 20여 년 가까운 역사가 있지만, 정치적인 원인으로 인해 대단히 간헐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나는 남북 간의 음악 교류는 민족공동체라는 틀 속에서 상호간의 우호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우리 스스로의 음악’을 가져야 한다고 여기지만, 그간의 교류는 이런 면과는 좀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클래식 음악이나 대중 음악이 주된 내용이 되는 교류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화해 이상의 의미 외에 우리 스스로의 자아 정체성을 공유한다는 의미까지는 이를 수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식되거나 수입된 양식을 가지고 ‘우리 사이’를 확인하는 모양새도 무척 어색해보였다.
경제적인 원인이 음악 교류 막아
이 때문에 그동안 국악계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겨레의 노래뎐’과 같은 공연을 통해서 주로 북한에서 공부한 재일동포 음악가들을 초빙하는 형태로 북한의 음악를 선보이면서 남한의 음악과 같은 무대에서 상징적인 연주를 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문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노력들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게다가 ‘겨레의 노래뎐’은 특정 인맥이 과도하게 작용하면서 ‘겨레의 노래’라는 것에 대한 편중된 시각을 극복하지 못했던 한계도 있었다. 이런 상황 위에 더더욱 남북 간의 공동체적 음악 교류의 어려움으로 작용한 것은 북측이 늘 과도한 ‘비용’을 요구해왔던 관행이다. 교류연주회를 하기 위해서는 공연 내용과 체류 비용 등에 관련된 실제적 비용 외에 거액을 북측에 전달해야 했던 것인데, 이런 이유로 선의의 전통 음악 교류나 학술 교류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이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남북 간 음악 교류의 의미와 취지 및 그 효과가 퇴색하거나 그에 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어찌 보면 정치적인 원인보다 경제적인 원인이 남북 간 음악 교류를 가로막는 더 큰 장벽이라는 느낌도 든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적지 않은 기대를 하게 한다. 평화 정착이나 경제 협력과 같은 굵직한 현안에 비해 문화적 교류에 대한 논의가 뒷전에 밀리는 모습도 있지만, 이를 계기로 이미 순수한 문화 교류의 차원을 넘어서 경제적 이해관계로 변질되어버린 남북 간의 음악 교류가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로열티를 주고 북측 연주단을 모셔오는 형태의 ‘모양 갖추기 위주’의 교류가 아니라 실제적인 내용성을 갖춘 교류가 이루어질 때 많은 이들의 ‘갈증’이 제대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음악은 많이 변모해 있어서 오히려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사뭇 이질적이다. 그들이 민족 음악이라고 부르는 음악들은 이미 우리가 전통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과 너무나 달라져 있고, 그때문에 어색함을 떠나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문제는, 교류가 필요한 이유가 이런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분단 60년을 넘긴 상황에서 동질성을 회복하자는 것은 상대방의 변모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우리의 것(변하지 않았다고 얘기되는)에 맞추자는 말밖에 되지 않으며, 그것은 상호주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좀 극단적인 표현일 수는 있지만, 오히려 동질성은 회복되지 말아야 한다. 수많은 물질적·정신적 가치들이 서로의 실정에 맞게 변모하고 적응해왔는데, 이제 와서 그것을 하나로 획일화하자는 것이야말로 통일을 빙자한 상대방에 대한 폭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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