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도 ‘세상에 이런 일이…’
  • 민훈기 (민기자닷컴) ()
  • 승인 2007.12.3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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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MLB 진기록·진풍경 / 주자 없이 이기고, 1승밖에 못 올리고 “기가 차네”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과 콜로라도 로키스의 시즌 막판 돌풍, 그리고 스테로이드 등 금지 약물 파동으로 얼룩진 2007년 미국 프로야구 시즌. 그러나 그 어떤 시즌에 뒤지지 않는 대기록들과 진기한 경기 등도 많았던 시즌이었다. 정말로 예측 불허하는 일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야구이다. 2008년을 맞이하며 2007년 MLB에서 벌어진 진기록·진풍경 등을 되돌아본다.
■ 2007년의 경기
8월2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30 대 3으로 패했다. 그 경기에서 오리올스 구원 투수진은 24자책점을 내주었다. 레드삭스 불펜이 7월에 내준 자책점이 총 18점이었다. 그런데 그날 레인저스의 3번 타자 마이클 영은 1타점도 올리지 못했다. 반면 8번 제러드 살타마치아와 9번 라몬 바스테스는 각각 7타점씩을 올렸다. 레인저스의 지난 3백72게임 동안 최다 득점은 16점이었는데 이날은 마지막 두 이닝에서만 16점을 올렸다. 1897년 이후 1백10년 만에 나온 한 팀의 30득점 경기였다.
 

■ 4타자 연속 홈런
뉴욕 양키스의 루키 투수 체이스 라이트는 메이저와 마이너리그를 합쳐 총 6백73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단 4개의 홈런을 허용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4월22일(이하 미국 시간)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라이트는 불과 10타자를 상대하며 홈런 4개를 얻어맞고 말았다. 그것도 4타자 연속 홈런.
매니 라메리스를 시작으로 J.D. 드루, 마이크 로웰, 제이슨 베리텍 등이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0 대 3으로 뒤지던 경기를 순식간에 뒤집었다. 그 4명의 타자는 그 전까지 올 시즌 2백18타수에서 홈런 4개를 치고 있었다.
 

■ 트로이 퍼시발의 대변신
올해 에너하임 에인절스 개막전의 시구자는 트로이 퍼시발이었다. 퍼시발은 지난 1998년 42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애너하임의 뒷문 단속을 맡았던 막강 마무리로 통산 3백24세이브를 기록한 투수. 한 때 1백58km의 강속구를 꽂아대던 그는 지난 2005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고 2007년 개막전의 시구자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꾸준히 운동을 계속한 퍼시발은 시즌 중반에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며 다시 빅리그에 돌아왔고, FA가 되고나서는 탬파베이와 2년간 8백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그는 올해 8월에 만으로 39세가 된다. 그 외에 진기한 기록과 숫자와의 인연 등을 살펴본다.
공 5개 만에 5투수 교체-8월21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다혈질 감독 오지 기옌은 캔자스시티전에서 5명의 투수를 연속으로 교체 기용했는데 5명을 교체하는 데 공 5개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에렌 웨설맨이 플라이아웃을 잡자 마이크 마이어스를 올렸고 초구에 안타를 맞자 라이언 버크비치를 기용해 또 안타를 허용. 그러나 매트 쏘톤으로 투수를 바꿨는데 초구에 병살을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그리고 기옌 감독은 다음 이닝에 보비 젠크스를 마무리로 올렸는데 그가 초구를 던진 순간 공 5개 만에 5번째 투수가 되었다.
 

주자 없는 경기에서 패전-5월31일 화이트삭스는 상대 팀 주자가 루상에 한 명도 서지 못한 경기에서 패했다. 이날 화이트삭스 투수 마크 벌리는 딱 두개의 안타를 맞았는데 모두 1점 홈런. 그 외에는 단 한 개의 안타도, 4사구도 그리고 야수 실책도 없어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한 명의 주자도 베이스에 서 있지 못했다. 그러나 토론토는 2 대 0으로 승리, 1900년 이후 최초로 잔루 없이 승리한 팀이 되었다.
5백32승 vs 1승-5월에 벌어진 파드레스와 브레이브스의 경기에서 총 5백32승에 빛나는 두 노장 그렉 매덕스와 존 스몰츠가 격돌하는 빅 카드가 있었다. 그러나 바로 전날 벌어진 두 팀의 경기에서는 저스틴 허마노와 안소니 레루가 각각 선발로 나섰는데 두 투수의 빅리그 승수는 합쳐서 1승이었다.
3연속 11득점-레드삭스는 포스트 시즌에서 3게임 연속 11득점 이상을 기록했는데 지난 1백7번의 시즌에서 그런 기록은 딱 한 번밖에 없었다고. 1백7년간 1만6천5백게임 이상을 치르면서 딱 한 번 3게임 연속 11득점 이상을 기록했다는 것. 레드삭스는 올 포스트 시즌에서 16게임을 치렀다.
와그너와 17-뉴욕 메츠의 마무리 투수 빌리 와그너는 7월7일 애스트로스전에서 17회에 등판해 시즌 17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와그너가 이닝을 마치는 데 필요했던 투구 수는 총 17개.
노글러브 데이-6월24일부터 29일까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상대한 팀의 야수들은 라이언 하워드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글러브가 전혀 필요가 없었다. 20타석 연속으로 공이 운동장에 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기록을 보면 홈런 2개와 볼넷 5개, 그리고 삼진이 13개였다.
야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9천 번째 이유-5월9일 빅리그에서는 두 게임이 1 대 0으로 끝났다. 그런데 커브스가 피츠버그에 1 대 0으로 승리한 경기에서는 알폰소 소리아노가 1회 선두 타자로 나와 홈런을 터뜨린 것이 유일한 득점. 반면에 볼티모어가 탬파베이에 1 대 0으로 승리한 경기에서는 10회 말 볼티모어의 오브리 허프가 기록한 끝내기 홈런이 유일한 득점이었다.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런 일들이 야구장에서는 반드시 일어난다.
우연 아닌 필연-2007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재기한 새미 소사는 결국 6백 홈런 고지를 돌파했다. 그런데 소사는 자신이 생애 동안 단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한 유일한 팀인 친정팀 커브스를 상대로 6백호 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에게 홈런을 허용한 투수는 제이슨 마키. 소사가 커브스를 떠난 후 그의 배번이던 21번을 달고 뛰던 투수였다.
완투의 다른 의미-토론토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는 8월 말부터 9월까지 4경기에서 각각 9, 8, 9, 8이닝을 소화하며 완투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9이닝을 던진 두 경기는 완투로 인정되지 않았는데 게임이 모두 연장으로 갔기 때문. 반면에 8이닝을 던진 두 경기는 모두 원정 경기로 두 번 모두 완투패로 기록되었다. 4게임에서 총 34이닝을 던지면서 완투패 두 번만 기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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