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산에 배만 들어오면…”
  • 대구·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 ()
  • 승인 2008.01.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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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내륙의 한계 벗어날 기회” 기대감 부풀어…묵은 ‘낙동강 프로젝트’ 다시 꺼내 들어

 
안용모 대구시 정책개발담당관은 “낙동강 운하의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면 대구는 내륙 도시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영남권 중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경부운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의 말처럼 대구는 경부 운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구시의 빠른 움직임과는 달리 지역 기업들 사이에서는 관망하는 모습도 보인다. 대구 내륙항 및 물류 터미널로 유력하게 꼽히는 달성군 논공읍 인근의 다산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은 운하가 이곳을 통과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금속 업체를 운영하는 김기만씨는 “운하가 들어오는 것이 물류비를 얼마나 절감시킬지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땅값이 오르는 것은 분명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근처 부동산 업체의 관계자는 “아직까지 부동산 가격의 변화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인근 1백2㎡의 아파트의 가격은 9천만~1억원으로 대통령 선거 이전과 다름이 없었다.
대구시는 경부 운하와 맞물려 여러 가지 지역 개발 계획을 내어놓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첨단 산업 중심의 대구 국가과학산업단지 조성 계획이다. 대구의 지역 내 총생산은 전국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2004년 26조4백60억원, 2005년 26조9천594억원 등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첨단 산업의 유치로 지역 내 산업 구조가 변화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 상공회의소의 관계자는 “대구는 그동안 성장 동력을 첨단 산업으로 전환하면서 발전의 여지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대구의 첨단 산업은 성서 단지에서 주로 유치하고 있는데 4차까지 분양이 완료되었고 5차 분양도 토지 보상 문제가 해결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대구시 이동혁 첨단산업계장은 “성서 첨단 산업단지의 성공에 힘입어 내년부터는 삼성상용차 부지 등에도 이와 비슷한 ‘첨단산업 특구’를 조성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첨단 산업 도시로 탈바꿈하려는 대구시의 시도가 이미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운하에 목을 매는 이같은 행정 당국의 태도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대구 환경운동연합의 구태우 국장은 “발전 동력을 옛날 방식의 토건 사업 형태인 운하로 선택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위험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의 산업 구조가 21세기형으로 바뀌어가는 상황에서 건설 형태의 경기 부양을 무비판적으로 찬양하는 목소리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첨단 산업을 유치하려면 연구비 지원, 세제 지원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그런 쪽으로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나 건설족들의 바람몰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구시당 박병삼 대변인은 “첨단으로 가자고 하는 여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장이 한나라당 일색이니 무조건 당선인을 따라가는 경향이 짙다”라고 말했다. 영남일보의 한 기자는 “운하를 위해 사용될 비용은 대구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영역에 투자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검토도 없이 대구시가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 경상북도는 얼마나 다를까. 경상북도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로 올라가는 길에서 만난 골재 재취장의 한 인부에게 “여기가 운하 예정지가 맞느냐”라고 물었다. 하지만 오히려 “여기로 운하가 들어온다는 말이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현리는 경부 운하의 ‘고모성 여객터미널’의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이다. 경부 운하의 낙동강 최상류 지역으로 이곳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령산과 만나게 된다. 경부 운하의 경로 중 가장 유력한 안에 따르면 조령산은 터널을 뚫어 충주와 연결한다.
경부 운하로 전국이 들썩이지만 고모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문경은 차분하다 못해 싸늘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신현리 노인정에서 만난 한 노인은 “80% 정도는 운하가 문경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결정났다”라며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었다.
 

“환경 영향·문화재 보호 등 신중한 검토 앞서야”

경북 역시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경부 운하와 관련한 계획을 열심히 쏟아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낙후된 지역이었기 때문에 개발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고 그에 발 맞추어 각 지방자치단체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개발 계획을 확대 생산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원래 ‘낙동강 프로젝트’라는 자체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경상북도를 여섯 개 권역으로 나눠 테마 개발을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개발 계획이 현실로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자본이었다. 구태우 국장은 “민자 유치 사업을 구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골짜기에 관광객이 유치되기 쉽지 않아서 상품성이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부 운하라는 호재를 만나면서 경상북도의 계획은 상품성과는 무관하게 강한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경상북도는 지난 1월9일 “낙동강 프로젝트를 경부 운하 건설 계획에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같은 날 낙동강 연안의 7개 시·군은 ‘경부운하추진지원단’을 신설해 경상북도에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도내에 존재하는 지자체 대부분이 운하를 위해 움직이는 셈이다.
하지만 운하에 대한 신중한 검토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상북도의 낙동강 상류는 수량이 적은 건천이고 곡선을 이루고 있다. 경부 운하가 미칠 환경적·생태계적 영향에 대한 논의는 현재 사라진 지 오래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화재 문제에 대해서도 경상북도 관계자는 “관광 자원화할 수 있도록 문화재 발굴에 신경을 쓸 것이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어놓고 있다.
문화재청의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 강변 100m 구역 이내의 매장문화재 59곳 중 경북 도내에 존재하는 문화재는 모두 44곳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청 발굴조사과의 윤순호 서기관은 “국가 지정 문화재 반경 5백m 이내에서 공사가 벌어질 경우에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시·도 문화재일 경우는 시장이나 도지사의 허가를 받게끔 되어 있으므로 대운하 공사도 그에 맞게 진행되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개발 기대감이 부풀어오른 지자체가 문화재를 소중히 생각할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경북대 박물관장 이희준 교수는 “일본의 경우 유적 보존을 환경 보전 운동과 함께 진행한다. 문화재 역시 역사 환경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환경에 깃들여 사는 것인데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낙동강 운하 건설 과정에서 환경을 보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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