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뜨겁고 때론 차갑게, 거친 세상 불꽃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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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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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시청 광장 차지한 특수임무수행자회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촛불 집회를 준비하던 6월5일, 시청 앞 광장은 난데없이 나타난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가 차지했다. 숨진 북파공작원 7천7백여 기의 위패와 대형 태극기를 설치하고 추모제를 진행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책회의는 할 수 없이 장소를 대한문 앞으로 옮겨 진행해야했다. 이들은 “어용 단체로 몰지 마라”라고 말하지만 인터넷에는 애초 경기도 파주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추모제를 갑자기 서울광장으로 바꾼 이유와 촛불 집회와 일정을 맞춘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시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도 촛불은 물결쳤다

독일에서, 미국에서, 프랑스에서. 나라만큼 형태도 갖가지였다. 프랑스 유학생과 교민 100여 명은 파리 시내 인권광장에서 북과 꽹과리, 장구 등을 두드리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쳤다(맨 위). 독일 베를린 중심가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서는 80여 명이 모여 ‘미친 소 수입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독일인들에게 한국의 상황이 담긴 전단을 나누어주었다.

 

신바람 민노당, 자리 못 찾은 민주당

민주당이 6월5일 전남 광주에서 연 ‘미 쇠고기 재협상 실시 촉구 결의대회’에는 3백여 명이 참석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 지역이라는 점에서 볼 때 싸늘하기 그지없는 여론이다. 등원하지도 못하고 장외 집회에서도 중심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제1 야당’으로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반면, 지도부가 단식 중인 민주노동당은 촛불 집회를 통해 최고 수확을 거둔 정치 세력이 되었다. 이른바 ‘강기갑 효과’를 만끽하면서 지지도가 10%를 넘어섰다. 한때 나돌았던 ‘위기설’은 쑥 들어가고 자신감 넘친 행보를 하고 있다.

이 여성들은 왜 경찰청을 찾았을까
6월4일 한 무리의 여성들이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는 경찰청을 찾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70여 개 여성단체들이었다. 이들은 6월1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한 전경이 여대생을 군홧발로 밟아 폭행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경찰청을 찾았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즉각 사퇴하라.” 목소리가 높았다. 여성들의 힘 때문일까. 경찰은 해당 전경을 형사 처벌하고 지휘관을 직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권 지킴이들, 촛불 현장을 지키다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로 구성된 ‘인권 지킴이’들도 맹활약했다. 6월5일 집회에는 18명의 인권 지킴이들이 현장을 지켰다. 대규모 참가가 예상되는 6월10일에는 22명의 지킴이들이 나갈 예정이다. 경찰들에게는 평화로운 집회를 보장하도록 하고 시위대에게는 폭력 집회를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진정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사진을 찍고 현장을 모니터링한다.

 

촛불 반대 1인 시위, 어떻게 보아야 하나

6월5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블로거뉴스 종합 베스트 2위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랐다. ‘촛불 반대 1인 시위, 이세진을 지켜주세요.’ 이씨(맨 앞 등 보이는 이)는 청계광장이나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국민이 들고 있는 촛불은 국민이 꺼야 한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다. 이씨를 보는 시선은 극단으로 갈린다. “용기있다”라고 격려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얼마 받고 이 짓을 하느냐. 촛불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알바 아니냐”라며 육두문자를 쓰는 이도 있다.

 

예비군, 평화의 지킴이로 새로 태어나다

6월1일 청와대 부근에서 벌어진 촛불 집회에서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예비군복을 입은 시민이 경찰이 쏘는 물대포를 대신 맞는 장면이었다. 이후 인터넷에는 ‘예비군 부대에 완전 감동했다’ ‘국민오빠들이다’처럼 이들을 칭찬하는 글들이 많이 올랐다. 6월3일 집회 현장에서는 ‘나도 군화 신었다’라고 쓰인 종이를 군복에 붙인 예비군들이 목격되었다. 서울대생을 군화로 짓밟은 경찰을 비판하는 행동이었다. 

 

대학가 동맹 휴업 봇물 터졌다

중·고등학생들이 물꼬를 트더니 대학생들이 대문의 빗장을 열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동맹 휴업’이라는 단어가 촛불 정국의 대학가를 휩쓸었다. 6월4일 부산대·부산교대·동의대 등 부산 지역 여섯 개 대학과 서울 성공회대를 시작으로 5일에는 서울대가 동맹 휴업을 했다. 고려대·연세대생들도 학교를 뒤로 하고 교문을 나섰다. 깃발을 든 대학생들은 “중·고생들이 나섰는데 그동안 부끄러웠다”라며 거리로,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촛불, 시위 형태도 바꿨다

6월1일 새벽 한나라당 홈페이지에는 고양이가 떠 있었다.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정부에 불만을 품고 프로그래머 김 아무개씨가 해킹을 했기 때문이다. 2일 오전에는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홈페이지에 ‘때리면 아프다네’라는 글과 함께 널부러져 있는 곰이 떴다(맨 위). 범죄 행위이지만 네티즌들은 시위의 새로운 형태로 받아들였다.

덕수궁 대한문 앞 횡단보도에서는 ‘무한 반복 횡단 시위’가 벌어졌다(가운데). 시위대가 횡단보도 신호에 맞춰 계속 오가면서 구호를 외치고 피켓 시위를 하는 ‘준법 횡단보도 시위’였다. 인터넷에서는 조·중·동에 광고하는 기업들에 대한 항의 전화와 광고를 끊은 기업들에 대한 구매 운동이라는 시위 형태도 등장했다.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면서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시청 주변에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것도 전에 볼 수 없던 시위 문화이자 형태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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