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민주당 해결사” 4파전 후끈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5.1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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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표 경선에 김부겸·이강래·이종걸·박지원 ‘각축’…‘정세균-정동영 대리전’ 양상도

▲ ‘민주당 제7차 당무위원회의’에서 정세균 대표가 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한나라당과 달리 민주당의 원내대표 선거는 이미 열전에 돌입했다. 지난 5월6일 후보등록을 시작한 민주당은 5월15일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원내대표를 확정한다. 지난 1년간 대여 투쟁 과정에서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은 민주당은 ‘원혜영 체제’를 넘어서 대여 투쟁과 당내 화합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는 새로운 차원의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김부겸(경기 군포)·이강래(전북 남원)·이종걸(경기 안양 만안구) 의원에 이어 뒤늦게 가세한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의 4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당 주류측 후보로 알려진 김부겸 의원은 지난 5월6일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의원은 정책형·협상형 인물이다. 그는 “수세적이었던 민주당의 대여 전략을 공세적으로 전환하겠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싸울 때와 협상할 때를 정확히 구분해내는 능력이야말로 정치력의 핵심이다”라고 말하며 무조건 투쟁으로 내모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출사표를 던졌다가 사퇴한 뒤 같은 수도권 출신인 원혜영 후보를 지지했다. 선수도 3선으로 중진급이고, 지난번 중도 사퇴한 전력 그리고 교육과학기술위원장 자리를 던지고 나올 정도로 원내대표에 강한 의욕을 보인다는 점 등에서 ‘이번에는 김부겸 의원이 할 차례가 되었다’라는 인식이 당내에 적지 않다. 

전략형·실용형으로 평가되는 이강래 의원은 일찍부터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해왔다. 이의원은 지난 경선에서 원혜영 현 원내대표와 결선 투표까지 벌여 패배한 바 있다. 비록 주류는 아니지만 정세균 대표와 가까운 사이이다. 정대표측도 “우리하고 관계가 좋다”라고 말한다.

이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재·보선의 희망을 가지고 세력을 키워서 연말에는 25% 정도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인재 확보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과제로 당내 결속력을 단단하게 하는 것을 꼽았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등을 합치면 우리보다 100석이 많다. 그런 큰 정당과 싸우려면 당내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이유에서이다. 이의원은 “전략통이며 큰 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많기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는 나를 가장 두려워한다”라고 자신했다.

반면, 이종걸 의원은 투사형으로 분류된다. 그는 민주당 내의 철저한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고 강한 선명성을 주장한다. 이의원은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민주연대의 지지 선언을 받은 상황이다. 우원식 민주연대 대변인은 “민주당의 애매모호함, 흐릿한 정체성 때문에 호남의 개혁 세력이 다른 데로 눈을 돌리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사실상 선명성 강화를 표명한 이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의원이 생각하는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룰 강한 원내대표’이다. 이를 위해 원내대표의 위상과 권한을 복원시키는 일을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설정했다.

▲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김부겸 의원, 이강래 의원, 이종걸 의원, 박지원 의원. ⓒ시사저널 이종현(왼쪽에서 두번째), 시사저널 유장훈(왼쪽에서 세번째)

박지원 의원의 출마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의원측 관계자는 “민주당 중진 그룹과 주류 쪽 일부에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경선이 계파 갈등으로 보이는 것을 막자는 의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의원의 출마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의 판도를 뒤흔들 수밖에 없다. 그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의 적자로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당장 이강래 의원 쪽과 지지 기반이 겹친다.

주류 쪽의 요청이 있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단지 들러리로 급수가 높은 박의원을 선택할 리 없다. 이반된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정세균-박지원’ 투 톱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새롭게 호남의 대표 정치인으로 자리 잡은 정동영 의원에게는 나쁜 소식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주류의 새로운 복안이 아닌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바람과는 달리 언론들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후보들의 능력을 따지는 자리이기보다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대리전 양상을 띨 것이라고 줄곧 말해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대결 구도에 불쾌해한다. 정세균 대표는 지난 5월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원내대표는 MB 악법을 막아낼 적임자를 뽑는 것이다. 계파 간 싸움으로 보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정대표의 한 측근은 “정대표는 외부에서 볼 때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가장 염려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경선에서는 뒤로 물러서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도 “경선을 민주적 선출 과정이 아니라 싸움으로 보고 규정하는 것이 문제이다. 의원들을 왜 그렇게 싸움꾼으로 몰고 싶은지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내 역학 구도에 큰 변화 예상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정동영 의원 복당 문제에 대해서는 찬반을 밝힐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체질을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할 문제이다. 김부겸 의원은 정의원의 복당 자체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원내대표 문제를 그런 각도에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복당에 찬성하는 이강래 의원과 이종걸 의원 사이에도 온도 차가 있다. 이강래 의원은 “정대표와 정의원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을 때 나는 양쪽 모두와 가깝지만 가만히 있었다. 신뢰 형성을 위해서 그랬던 만큼 원내대표가 되고 나면 교량 역할을 해서 둘 사이를 잇겠다. ‘정-정 갈등’이 아니라 ‘정-정 통합’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종걸 의원은 정의원에게 지도부가 공천을 주지 않은 점을 비판했고 지도부 개편까지 요구하며 정의원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해왔다. 정의원의 복당은 지도부에 대한 신임 문제와도 연결된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의원들의 득표 수 분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후 민주당 진로를 예측할 수 있는 유의미한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원내대표의 역할은 당장 올해에 한정되지 않는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황인상 P&C 정책개발원 대표는 “이번 민주당에는 원외 인사가 많다. 한정된 자리를 놓고 복귀를 다투는 인사들을 교통 정리하는 것도 원내대표의 몫이고 능력이라는 점에서 원내대표의 선출은 앞으로 있을 선거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당내 역학 관계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손학규 전 대표와 가까운 김부겸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손대표는 성공적으로 당내에 정착할 수 있고 반면, 이종걸 의원이 될 경우 이미 당내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동영계 의원들의 입지가 강해질 수도 있다. 민주당의 원내대표에 누가 선출되느냐가 민주당의 미래와 관련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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