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알타이 연합론’이 무엇이기에…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5.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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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로 걸어오다 돌연 ‘중도’ 선언한 소설가 황석영

 

ⓒ연합뉴스

 

‘넘어 넘어’라고 불리는 책이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록한 소설가 황석영의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서슬 퍼런 시절을 온몸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그를 진보적 지식인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황씨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미칠 만한 활동도 열심히 했다. 보수에 이문열이 있다면 진보에는 황석영이 있었다. 북한을 방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감옥까지 갔던 그였다. 지난 대선 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을 막기 위한 연석회의의 맨 앞줄에 서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5월13일 이대통령을 수행해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문제는 기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대통령과 자신을 ‘중도’로 규정하고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그를 사랑하고 그의 생각을 따랐던 많은 지지자가 반발한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황씨 스스로도 “욕먹을 각오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당장 ‘변절’이라는 말이 나왔다. 반면, 어떤 생각을 가지든 개인의 변화를 두고 가치 평가를 내리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좌에서 우로 넘어간 ‘올드보이’들은 수없이 많다. 황씨의 경우가 그리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이다. 

황씨는 ‘동참’을 강조했다. 황씨가 이 정부와 함께하고자 하는 일은, 몽골과 남북한 연방제를 하나로 엮는 ‘몽골+2코리아’를 현실화하는 작업이다. 일명 ‘알타이 연합론’이다. 이대통령은 ‘신아시아 외교 구상’을 세우고 있다. 몽골과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남북 문제의 개선까지 노리는 방향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황씨는 이대통령의 생각이 자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황씨는 자신을 아껴줬던 지지자들과 연대의 끈을 끊었다. 그리고 이제 새 길을 가려고 한다. 황씨가 앞서 비슷한 길을 걸었던 '올드보이'들과 차별화하려면 결국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한 '알타이 연합론'의 첫 삽을 뜨고 그 기반을 다지는 일을 황씨가 책임지는 수밖에 없다. 일단 멍석은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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