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인수하고, 공적자금도 아끼고?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9.07.0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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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공적자금 반환 소송에서 예보에 1차 일부 패소 조흥은행 인수 과정 중 회계처리 부당성 논란도

▲ 신한·조흥은행 통합추진위원회 현판식에서 양 은행 관계자들이 손을 모으고 있다. 왼쪽부터 최동수 조흥은행장, 이인호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 김병주 통합추진위원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연합뉴스

조흥은행 매각을 둘러싼 예금보험공사(예보)와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의 1차 법정 공방은 예보가 승리했다. 지난 5월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4부는 ‘신한은행이 조흥은행 카드부문의 당기순이익을 과소 계상한 점이 인정된다. 피고(신한지주)는 원고(예보)에 33억3천만원을 지급하라’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예보가 신한지주를 상대로 90억원이 넘는 공적자금 회수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2007년 5월이다. 2003년 7월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체결한 ‘사후이익공유’(Earn-out) 약정을 신한은행이 어겼다는 것이 소송 이유였다.

2003년 조흥은행이 신한은행에 팔리기 전에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가 터졌다.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은행권에서는 SK글로벌의 4천억원대 부실 채권을 갖고 있던 조흥은행의 카드 및 기업여신에 대한 잠재 부실 우려가 제기되었다. 예보와 신한은행은 사후정산 방식으로 조흥은행 인수에 따른 우발채무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대신 신한은행은 3년간(2004~06년) 조흥은행의 당기순이익이 1조8천억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20%를 되돌려주는 사후이익공유 조항에 합의했다.

신한은행은 당시 조흥은행의 당기순이익을 연 8천억원으로 예상했다. 이 전망치를 바탕으로 양측은 이익공유액 기준을 연 6천억원으로 정한 것이다. 당초 예측이 실현되었다면, 예보는 3년간 1천2백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신한지주는 지난 2007년 3월 ‘조흥은행의 3년간 당기순이익이 1조7천9백77억4천3백만원을 기록했다. 예보와 약정한 1조8천억원을 넘지 않아 이익공유액도 없다’라고 공시했다. 이에 예보는 ‘당기순이익 산출 근거가 합의 내용과 다르다’면서 신한지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예보는 소장에서 ‘신한은행이 대손충당금을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조흥은행의 당기순이익을 수백억 원이나 낮게 책정했다. 이에 따른 손실금 90억5천9백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신한지주측은 ‘당기순이익 산출은 당시 회계처리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다.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에서도 적정 의견을 받았다’라고 맞섰다.

이번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006년 4월 조흥은행 카드 부문과 LG카드를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조흥은행 카드 부문의 매출 기여도를 낮게 책정해 1백80억원을 과소 계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소심에서 같은 판결이 나올 경우 신한지주는 공적자금을 갚지 않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조흥은행은 지난 2004년과 2005년 각각 당기순이익 2천6백52억원과 7천5백65억원을 냈다. 2006년 4월 신한은행에 합병되기 직전인 3월까지 분기 이익 2천억원을 기록했다. 2년이 조금 못 되는 기간 동안 신한은행은 조흥은행을 인수해 1조원 이상을 벌었다. 무엇보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업계 2위 은행으로 탈바꿈했다.   

신한지주측은 판결 이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보가 신한은행의 주주인데다, 소송을 제기한 자금의 성격 또한 공적자금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한지주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적법하게 모든 회계처리를 했고, 외부 회계법인의 정기 감사를 통해 적정하다는 의견까지 받았다. 예보가 신한은행 주주이기 때문에 더 이상 소송 결과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최종 재판 결과를 지켜봐 달라”라고 말했다. 신한지주는 지난 6월3일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장을 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예보도 5월27일 법무법인 세종을 법무대리인으로 내세워 항소를 제기했다. 예보는 재판에 승소한 것에는 기뻐하면서도 배상금액이 적다는 데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예보는 ‘그동안은 가계 여신의 대손충당금(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여 장부상으로 처리하는 추산액)을 설정하면서 여신 종류별 비교 방식을 적용했다. 신한지주는 자산건전성 분류별 비교방식을 택해 1백12억5천7백만원을 과다 설정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006년 당시 은행 간 여신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은행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신한은행은 과거 은행 간 여신을 통해 대손상각을 입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신한은행이 은행 간 원화 및 원화 대여금, 콜론(은행 간 단기 대출), 환매조건부 채권 매수 및 예치금을 대손충당금 적립 대상에 포함시켜 대손충당금 1백41억2천3백만원을 추가 적립했다는 것이 예보의 주장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합의문에서 초과 금액 산정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회계 원칙에 따른다고 언급되어 있다. 신한은행은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 결과에 따라 적정 의견을 받은 만큼 정당하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예보가 소송을 계속할 경우 자칫 공적자금을 많이 받기 위해 민간 은행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신한지주·예보 모두 항소장 제출해

▲ 청계천 1가 근처의 예금보험공사 건물. ⓒ시사저널 이종현

예보와 신한지주는 사후정산 방식에 합의하면서 카드 부문의 채권액 산정 기준을 추후에 논의하기로 해놓고 논의 절차를 빠뜨리고 말았다. 이로 인해 신한지주는 자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조흥은행 카드 부문과 LG카드의 기여 이익을 산정했다. 합병 이전 조흥은행 카드 부문과 LG카드의 신용카드 채권순액은 각각 5조4천3백28억5천2백만원과 2조4천3백90억7천6백만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매출 기여율을 계산하면 69.2% 대 30.98%에 이른다. 이후 기여율은 56.23%(2004년 말), 53.42%(2005년 말), 51.5%(2006년 3월31일 기준)로 해마다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2006년 매출기여율을 자사에 유리하게 51.5%를 적용해 당기순이익을 1천1백11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예보는 신한은행이 2006년에 자산유동화 전문회사가 보유한 신용카드 채권도 포함해서 조흥은행의 이익을 과소 계상했기 때문에 2002년 말 기준인 60.2%를 적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소송 결과를 보면 법원이 양측에 절충안을 제시한 셈이다.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 과정에서 나타난 절차상의 문제는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김영진 M&A연구소 대표는 “예보는 당시 사후이익공유 구조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조흥은행에 예금보험공사측 사외이사 1인을 선임키로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공적자금 회수에 가장 중요한 가격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라고 지적했다.

향후 전개될 신한은행과 예보의 법정다툼 2라운드에도 은행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카드 부문의 당기순이익 과소 계상 문제는 예보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은행권에서는 보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절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2심에서도 뒤집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건은 은행 부문의 당기순이익 과소 계상 문제이다. 법원은 1심에서 카드부문의 과소 계상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은행 부문에 대한 예보의 청구는 기각했다.

하지만 은행 부문 과소 계상 사안 가운데 일부는 1심에서 심사하지 않았다. 예보는 1심 심의에서 신한지주가 각종 충당금 명목으로 3천6백여 억원 등을 2006년 당기순이익에 포함시키지 않은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소송 금액에는 넣지 않았다. 따라서 법원은 이 부문을 회계처리의 부당성을 판단하는 근거로만 활용했지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2심에서 회계처리의 부당성을 제시한 이 문제가 불거지리라 예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예보는 ‘이 문제는 별도로 다룰 문제로 판단해 청구 취지를 확장하지 않았다. 법원이 은행 부문의 청구를 기각한 이상 2심에서는 이 문제까지도 다룰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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