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도는 여전하다
  •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애널리스트) ()
  • 승인 2009.07.0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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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로 본 DJ / MB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

▲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가 지난 4월23일 전남 함평 엑스포공원을 방문했다. ⓒ뉴시스

지난 4월29일 재·보궐 선거가 있었다. 그 선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수모 아닌 수모를 당했다. 그가 박지원 의원이나 한명숙 전 총리 등을 통해 전주 지역에 출마한 두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나 결국, 패했기 때문이다. 호남 텃밭에서 자신의 말이 먹히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이제 DJ의 호남 파워가 옅어지고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재·보궐 선거 2주 후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중에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누구냐는 질문이 있었다. DJ가 34.1%로 1위를 차지했다. 예상된 1위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의 지지율이 높지 않았다. 2위를 차지한 정동영(29.4%) 의원과 차이가 미미했다. 예전의 독보적 위세가 아니었다.

현실 정치인처럼 느껴지기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5월23일) 후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를 물어본 결과, DJ의 퇴조는 여기서도 확인되었다. KSOI가 6월15일 실시한 조사에서, DJ는 1·2위에 비해 많이 처진 10.7%로 3위를 차지했다. 2위를 기록한 노 전 대통령은 36.0%로 1위를 차지한 38.1%의 박정희 전 대통령에 거의 필적했다. DJ가 노 전 대통령에 비해 앞선 것은 호남 지역뿐이었다. 하지만 38.6% 대 32.9%로 그 격차가 너무 작았다. DJ로서는 내심 불편해할 수도 있는 데이터였다.

이런 결과가 조사 시점에 따른 착시현상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사 시점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열기가 완전히 식지 않은 때였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오로지 그렇게만 읽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DJ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조사 당시 DJ는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MB를 독재자에 빗대 발언하는 등 이른바 ‘hot player’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DJ에 대한 시선이 특별히 싸늘해진 것은 아니다. 남북정상회담 기념식에서 DJ는 MB 정부를 강하게 공격했다. DJ가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데 대한 여론을 조감해봤다. 51.7%가 공감을, 35.5%가 비공감을 표시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DJ가 정치적 견해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도 평가해 달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 발전을 위해 발언하는 것으로 별 문제가 없다는 응답이 56.0%였다. 사회 혼란과 불신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답은 38.2%였다. 이처럼 DJ에 대한 변함없는 호감, 이 또한 ‘엄연한 현실’(stern reality)이다.

전직 대통령은 대체로 정치 현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자제한다. 그럼에도 DJ의 발언 내용이나 발언 여부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좋다. 이것은 MB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도 25%가 말하듯 현재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DJ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저간의 태도 또한 반영된 것이다.

본의든 아니든 DJ는 최근 마치 현실 정치인 처럼 부각되고 있다. 여야 정당과 언론을 비롯해 일반 국민들까지도 DJ에게 새삼 주목하고 있다. 그의 발언과 행보에 대한 호불호나 긍·부정은 각자의 몫이다. DJ의 힘이 많이 쇠퇴하기는 했지만 그에 대해 찡그리는 불만보다는 고개를 끄덕이는 공감이 더 많다. 이것이 DJ에 대한 현재의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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