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이룬 ‘DJ-盧 공동 시국선언’ 끝내 역사의 뒤안길로…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8.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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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식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지난 5월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뜨거운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내 몸의 절반이 무너져내린 느낌이다”라고 탄식할 정도로 깊은 충격에 빠졌다. 동교동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DJ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갑자기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크게 무리를 했다는 것이다.

DJ의 스타일을 잘 아는 국민의 정부 각료 출신의 한 측근은 이렇게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항상 의욕에 넘치신 분이었다. 책 한 권을 들 때에도 그냥 읽지 않고 어떤 목표와 계획을 잡고 체계적으로 읽으신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전만 해도 김 전 대통령은 뭔가를 추구하려는 의욕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노 전 대통령의 사고로 이후 그런 의욕을 급격히 상실했고, 그것이 건강 악화로 이어졌다고 본다.”

그렇다면 DJ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전에 추진했던 의욕적인 일은 무엇이었을까. DJ가 이명박 정부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했던 것은 남북 관계였다고 한다. 햇볕정책 등 자신의 대북 정책 업적들이 훼손되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자신이 북한에 퍼주기를 하는 바람에 북에서 그 돈으로 핵개발을 하고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는 보수층의 비난에 분노했다고 한다. 다른 무엇보다 남북 관계가 회복되기 힘들 정도로 정면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는 것이다.

DJ는 지난해 말 자신이 대북 특사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 정세를 걱정하며, 미국의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결국, DJ가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지난 3월쯤인 것으로 전해진다.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기는 어렵다는 위기감에서였다. 무언가 구상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계획과 함께 그 시점을 8월15일 광복절로 잡았다. DJ는 최대한 큰 반향을 일으키기 위해 민주 세력의 대연대를 꿈꿨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손을 맞잡아야 할 대상은 바로 노 전 대통령이었다. 함께 나서서 “위기로 치닫는 남북 관계의 해빙을 위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는 데 앞장서겠다”라는 내용의 이른바 공동 시국선언을 하겠다는 계획을 품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공동 시국선언이 불러일으킬 파장이 엄청날 것임은 자명했다.  

DJ측에서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측에 의사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봉하마을은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타깃이 된 채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다. DJ의 구상을 고려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동교동측이 기다릴 무렵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전직 대통령의 자살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후 DJ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고, 정신력에도 서서히 한계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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