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색 완연한 모습으로 힘겹게 “아, 버, 지”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8.2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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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

ⓒ시사저널 이종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김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의 모습이 또 한 번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는 누구도 알아보기 힘들 만큼 수척해져 있었다. 15대 때부터 3선을 역임하며 의정 활동을 펼친 김 전 의원은 아직도 우리 기억 속에 건강한 모습으로 남아 있던 터였다. 선친인 김 전 대통령을 많이 닮은 그는 풍채가 좋고 살이 찐 넉넉한 외모였다. 그는 2006년 9월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가 대법원에서 인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고, 이후 모습을 감추었다. 너무나도 달라진 김 전 의원의 모습에 8월18일 조문을 간 김영삼 전 대통령도 놀라 따로 위로하기도 했다.

현재 김 전 의원은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80년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그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구속된 뒤 심하게 고문을 당했다. ROTC 출신으로 장교 생활을 하며 군 복무를 마칠 정도로 건강했던 김 전 의원이지만, 이때 건강을 크게 해친 것으로 알려졌다. 심한 고문으로 허리 등 신경계통을 다쳐 이 후유증이 파킨슨씨병의 원인이 되었다는 전언이다. 생전에 김 전 대통령은 자신으로 인해 건강을 상한 장남 홍일씨에 대해 내내 미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측 인사들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최근까지 침대에 누워 생활해 오다 DJ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지난 8월9일부터 휠체어에 의지한 채 외출을 했다”라고 한다. 그는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하고, 눈동자의 초점도 흐려진 상태에서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맏상제’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무척이나 애쓰는 모습이 또 다른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가 선친의 마지막 가는 길에 힘겹게 남긴 말은 “아, 버, 지” 세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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