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 ‘통합 먼저’ 가능할까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12.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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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진보신당 상호 불신 여전해…민주당·국민참여당은 별다른 반응 보이지 않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야권의 대통합 움직임이 다시 꿈틀대는 것일까.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는 한때 ‘범민주 대연합론’이 불거졌다. 민주당과 ‘친노(親盧)’ 그룹, 옛 동교동계 및 무소속 정동영 의원 세력 등이 한 지붕 아래 합쳐야 한다는 논리였다. 여기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까지 ‘범민주’ ‘반MB’ 세력으로 한데 아우르자는 논리도 담고 있다. 이 문제는 세종시·4대강 문제 등 대형 이슈에 묻혀 최근 다소 소강 상태이지만,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정치권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이다.

이런 와중에 진보 진영에서 먼저 ‘통합론’이 고개를 들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12월8일 “진보 진영이 분열된 모습에서 벗어나 힘을 모으고 통합을 해나가야 할 때이다”라며 민노당 창당 10주년이 되는 내년 1월30일 통합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진보신당과의 통합 추진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각 정당과 단체들이 대통합 원칙에는 합의하겠지만, 실제로 통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당장 진보 세력의 양대 축인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입장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이미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보신당은 원칙적으로 민노당하고만 통합하는 것은 반대한다. 민주당 내의 진보 성향 의원들과 친노 진영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노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그들을 통합 대상으로 설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선을 그었다. 반MB 전선에서 연대할 수는 있으나 통합 파트너로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통합 시기’와 관련해서도 미묘한 온도 차이가 감지된다. 민노당은 지방선거 이전 통합을 강하게 바라는 분위기이다. 우현욱 민노당 공보국장은 “지방선거 이전에 급물살을 타면 대통합이 실현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선거 이후에 통합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는 “통합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 역시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민노당-진보신당 통합을 촉구하다 지난 11월 초부터 정당뿐 아니라 단체들까지 대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꾸었다. 12월9일부터는 조합원 10만명을 목표로 ‘진보 정당 통합 촉구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엄미경 민주노총 조직국장은 “각 정당과 단체 내부 일부에서 통합에 회의적이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통합을 바라는 노동 현장의 목소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2월까지는 대통합을 위한 추진 기구가 구성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진보 진영의 통합 논의를 바라보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친노 정당)측은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통합’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국민참여당은 기존 정치 세력과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진보 진영을 동등한 정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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