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피부에 돈이 몰린다
  • 석유선 | 의학칼럼니스트 ()
  • 승인 2009.12.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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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ㆍ스파ㆍ에스테틱 등 안티에이징 산업 갈수록 ‘쑥쑥’

“늙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안티에이징(Anti-aging; 항노화) 상품에 불황은 없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었어도 외모에 대한 투자는 줄지 않았다. 특히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동안’이었다. 이런 욕구는 바로 안티에이징 시장으로 연결되었다. 지난해 처음 열린 안티에이징 엑스포는 20대부터 90대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2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아직 미완의 치료 영역인 안티에이징 분야에 뭐 그리 많은 산업이 연관되어 있을까 싶지만, 이 엑스포에는 주름 개선·미백 화장품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성분 기능성 화장품, 한방·양방 의료 기관의 특화된 안티에이징 프로그램, 제약사의 항노화 제품, 관절 치료를 위한 의료 기기 등이 총망라해 참여했다.

안티에이징 시장에서 가장 먼저 꽃핀 곳은 기능성 화장품 시장이다. 특히 미백과 주름 개선 효과를 가진 기능성 화장품이 주축이 된 코슈메슈티컬(Cosmeceutical; 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국내 화장품 시장은 경기 불황에도 승승장구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7조3천8백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12.5%가 커진 것으로 불황일수록 고가 화장품, 즉 기능성 화장품을 찾는 수요가 많았다는 분석을 낳는다. 아모레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도 소비자들은 좀 더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더욱 뛰어난 품질을 원하는 경향이 컸다. 이같은 전형적인 트레이드 업(trade up) 현상이 화장품 유통가 전체를 강타했다”라고 분석했다.

비단 화장품뿐만 아니라 안티에이징 시장은 스파·마사지 업계와 피부관리실로 대변되는 스킨케어 시장을 비롯한 식음료 시장에서도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화장품업계는 올해 유행을 이끌 화장품으로 브라이트닝과 안티에이징의 결합을 꼽고 있다. 아모레 관계자는 미백 효과와 피부 노화 예방을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보고 이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결합 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실제로 2009년에도 이러한 상품들이 화장품 매출을 이끌었고, 이런 추세가 올해까지 이어져 11%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약 8조원대의 화장품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기능성 화장품 가운데 안티에이징 제품은 올해 시장을 선도한 대표적인 상품군이다. 올해 민간 소비가 살아나면 이같은 안티에이징 상품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맑은 피부 원하는 남성 늘면서 기능성 화장품 ‘전성시대’

보통 전체 화장품 시장의 절반은 기초 화장품이 차지하고 그 가운데 노화 방지·미백·자외선 차단 효과 등 기능성 화장품은 약 25%를 점유하고 있다. 이를 2010년 화장품 시장 규모에 대입하면 약 2조원대의 기능성 화장품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능성 화장품 가운데 노화 방지 제품만을 별도로 계산하기는 힘들지만, 넓은 의미에서 미백 효과 역시 안티에이징의 범주로 볼 수 있는 만큼 약 2조원대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기초 화장품군을 제외하면 미백과 노화 방지 기능을 가진 기능성 화장품의 성장 덕분에 화장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매년 주름 개선 제품은 28~30% 성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08년 화장품 산업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나온 전체 기능성 화장품 가운데 자외선 차단 제품이 42%, 주름 개선 28.4%, 미백 19.9% 순의 점유율을 보였다. 특히 2006년에 주름 개선과 미백을 합친 복합 유형 제품의 생산량이 63.3%로 크게 늘었고, 이같은 추세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은 이제 피부에서 몸 전체로 넓어지고 있다. 몸 관리에 필수적인 스파·마사지 시장은 그 규모는 작지만 고가의 전략을 내세워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회당 3만원대도 있지만, 보통 연간 수천만 원대의 연회비를 부담하면서도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끼는 인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연예인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밀로 너나 없이 ‘스파’를 꼽으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스파가 도심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1990년대 말 주로 여성의 피부 미용과 비만 관리를 위해 도입되었던 스파는 특급 호텔의 차별화된 ‘럭셔리 스파’를 중심으로 최근에는 리조트 중심의 패밀리형 스파 프로그램을 비롯해 남성과 커플, 임산부, 성형 전후, 웨딩 관리 등 이른바 상황별·대상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스파를 치료의 개념으로 본 메디컬 스파도 보완 대체의학의 개념으로 도입되고 있다. 의학적 진단을 바탕으로 물의 온도·압력·부력의 특성을 이용해 질병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젊고 활기찬 안티에이징을 추구하는 의사가 늘어나고 있다.

대한메디컬스파연합회 전세일 회장(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장)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데스티네이션(체류형) 스파 리조트에 이어 병원과 한의원 등 설립 목적에 맞게 스파의 시설과 운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한다. 스파를 노화 방지와 건강 유지를 위한 치료 등 메디컬적 개념으로 접근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노화를 가장 먼저 느끼는 곳은 바로 피부이다. 그러다 보니 에스테틱 시장은 자연스레 안티에이징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병의원 내에 자리한 에스테틱을 제외하더라도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피부관리숍으로 대변되는 병원 밖 에스테틱 시장은 그 규모를 좀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에스테틱 시장 규모는 약 1조원대에 이르고 전국의 매장만 2만여 개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의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고, 경쟁을 이끌 차별화된 키워드 역시 안티에이징이다.

최근에는 안티에이징을 넘어 슬로우에이징이라는 콘셉트도 출현하고 있다. 노화를 인간의 힘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으니, 조금이라도 늦춰보자는 발상이다. 슬로우에이징 에스테틱 시스템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스킨·바디전문숍 ‘사운드바디·사운드스킨’ 관계자는 “병원에서 하는 레이저 치료를 제외하고 모든 에스테틱 프로그램에는 안티에이징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어 있다. 그것만으로 차별화할 수 없어 인체의 피부 노화를 지연시켜주는 좀 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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