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시장’ 맞수는 ‘야권 단일 후보’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1.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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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별 가상 대결 결과 / 허남식, 어떤 경우에도 지지율 50% 넘어…“후보군 형성 안 돼 대세론 성급” 지적도


부산은 수도권과 확연하게 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현역 단체장으로서 높은 지지율을 과시했지만, 다자(多者) 가상 대결에서 50% 고지를 쉽게 점령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허남식 현 부산시장은 5자 대결, 양자 대결 상관없이 지지율 50%를 거뜬히 넘겼다. <시사저널>이 지난 1월5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부산시민 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허시장이 재출마할 경우, 야권의 후보들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주 분위기에 허시장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재출마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후보군 형성이 늦어지면서 “아직은 장이 덜 섰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허시장은 최대한 재출마 선언을 늦추는 전략으로,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도박판에서 많이 따고 있는 사람이 본전을 지키려고 하면 판 자체가 재미없어지는 것과 같은 꼴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현재 판돈을 쓸고 있는 사람은 허시장이다. 우선 야당 후보들이 모두 출마한다는 가정 아래 벌인 5자 가상 대결에서 허시장은 51.0%를 얻어 민주당 후보로 예상되는 오거돈 해양대 총장(18.3%), 국민참여당 후보로 예상되는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11.7%)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김석준 진보신당 시당위원장(2.2%)과 민병렬 민노당 시당위원장(1.5%)의 지지율은 미미했다. 민주당의 후보를 김정길 전 장관으로 바꾸었을 경우에는 격차가 더 커졌다. 허시장은 53.2%인 반면, 문 전 비서실장과 김 전 장관은 각각 16.6%와 9.7%에 그쳤다. 지지율이 과반이 넘는다는 말은 대부분의 계층에서 허시장을 지지한다는 의미이지만, 특히 60세 이상(62.9%), 남부권(62.5%), 자영업(62.0%), 중졸 이하(61.7%), 월소득 100만원 이하(65.4%) 계층에서 지지율이 도드라졌다. 허시장이 후보로 나선 양자 대결 구도도 마찬가지였다. 야권에서 단일 후보로 오총장과 문 전 실장 중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지지율 차이가 20% 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허시장 뺄 경우 야권 단일화 효과 크게 나타나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섣불리 ‘허시장 대세론’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후보군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현역 프리미엄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상무는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어떤 지역에서든 현역 단체장이 높게 나온다. 시장 업무 수행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높게 나왔기 때문에 현역 프리미엄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뺀 후보를 내세우면 어떻게 될까? 역시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권철현 주일 대사의 경우 5자 대결에서 1위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오총장과는 불과 4.9% 포인트 차의 박빙이었다. 문 전 비서실장과는 11.3% 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서병수 의원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경우에는 23.6% 대 26.7%로 오히려 오총장이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이같은 결과는 허시장이 후보가 아닐 경우 그 반사 이익을 오총장이 상당히 많이 보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대사가 나올 경우는 허시장 지지자의 23.7%가, 서의원이 나올 경우에는 24.5%가 오총장 지지로 돌아섰다.

반면, 문 전 실장의 지지층은 수도권에서 나타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지지층과 그 성격이 비슷하다. 문 전 실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되어 허시장과 경쟁할 경우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지지자는 흡수할 수 있지만,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서는  32.1%가 오히려 허시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일정 부분 비토 세력이 있다는 점이 닮았다.

권철현 대사가 야권 단일 후보와 맞대결을 벌일 경우, 허시장이 후보일 때보다 1, 2위 간 격차가 줄어들었다. 오총장과 대결할 때는 41.3% 대 38.4%로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이었고, 문 전 실장과 대결할 때는 43.8% 대 36.3%로 7.5% 포인트 차를 보였다. 권대사가 후보로 나올 경우 특히 20·30대 응답자가 대거 야권 단일 후보로 이동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현재의 시점에서 주요 포인트는 한나라당에 맞춰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인 지역 정서는 이번 조사에서도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현재 추세대로 굳어지기에 남은 6개월은 긴 시간이다. 새로운 인물이 나오고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한나라당 간판을 등에 업으려는 여권 후보가 난립한다면, 허시장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인 셈이다. 야권은 ‘반(反)한나라’ 전선으로 연대하는 후보 단일화가 그나마 유일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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