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만 바라보다 ‘아래’ 못 살필라
  • 이철현 (lee@sisapress.com)
  • 승인 2010.02.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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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에 기회와 위험 ‘공존’…공급 과잉되면 건설업계 부실로 이어질 수도

 

▲ 서울 용산(왼쪽)과 상암동 서울라이트(위) 건설 조감도.


2014~17년 사이에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10채가량이 서울, 인천, 부산에 잇따라 들어선다. 서울에만 다섯 곳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착공한 곳도 있다. 인천 경제자유지역에는 두 곳, 부산에는 세 곳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잇따라 착공하고 있다. 프로젝트 예산이 1조5천억원이 넘다 보니 생산 유발과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생산 유발 효과는 3조5천억원이 넘고 일자리 4만개 이상이 생겨난다. 도시 곳곳에 랜드마크가 솟아오르면서 업무 지원 시설이 충분히 공급되고 도시 미관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가 지닌 가장 큰 위험은 공급 과잉이다. 잠재 수요보다 오피스와 상가 시설이 지나치게 많이 공급된다. 2017년까지 4백80만m²(1백46만평)가 넘는 공간이 들어선다. 연면적 기준으로 63빌딩 30채 이상이 부동산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 공간을 채울 임차인들은 한정되어 있다. 초고층 빌딩들이 임차인이나 피분양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천문학적인 건설 비용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프로젝트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대규모 여신을 끌어다 썼다면, 금융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건설업계 부실로 파급될 소지도 있다.

철저한 수요 예측과 구체적인 투자 유치 노력 따라야

세계 최고층 빌딩 프로젝트는 착공 단계에서 주요 임차인이나 실수요자 상당수를 확보한다. 자금 유치 단계에서 실수요자와 투자자를 연계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 가운데 투자자 유치나 실수요자 확보라는 측면에서 안정권에 있는 곳은 롯데그룹이 추진하는 잠실 제2롯데월드와 부산 롯데타운에 불과하다.  

민간 자본에게 공실이 많은 초고층 빌딩은 ‘하얀 코끼리(화이트 엘리펀트)’와 같다. 두바이는 버즈칼리파를 비롯해 다수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다가 거품 붕괴로 이어졌다. 공급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본이 뒷받침되지 않은 마구잡이 개발은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졌다. 두바이는 외국 투자자를 끌어들여 수요를 보전하려 했다. 두바이는 전세계 기업들과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규제를 철폐하고 국가 차원의 홍보 마케팅과 관광 상품 개발에 힘썼다. 중동 지역의 금융 허브가 되고자 주식 개장 시간도 외국에 맞췄다. 또, 아랍어와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했다. 외국 기업과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두바이는 모든 것을 바꿨다. 

온갖 수요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두바이는 건설비 예산과 과다 공실을 해결할 수 없었다. 한국은 지금 두바이 못지않은 규모로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수요를 창출하는 측면에서는 두바이보다 못하다. 규제 철폐는 더디고 관광 상품 개발이나 기업 환경 개선 같은 정책은 테이블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성수 콜드웰뱅커코리아 사장은 “지금처럼 철저한 수요 예측과 구체적인 투자 유치 노력 없이 일단 짓고 보자는 식으로 진행하는 국내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들의 잠재적 부실은 두바이를 넘어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왼쪽)과 상암동 서울라이트(위) 건설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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