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무관심 꼬집은 ‘슬픈 코미디’
  • 김종철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3.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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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범과 강력반 형사의 쫓고 쫓기는 과정 속에 우울한 세태 반영

 

▲ 감독 | 김동욱 / 주연 | 유오성, 김동욱


시국이 어수선한 때 <반가운 살인자>라는 제목은 도발적이다. 이 발칙한 제목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코미디 장르임은 쉽게 예측이 되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보기 전에는 알 도리가 없다. 대체 무슨 이유로 꿈에서조차 만나고 싶지 않은 살인마가 반가운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세상에 그들과의 만남에서 좋아할 부류는 딱 한 종류의 사람들이다. 바로 강력반 형사들이다. 그들에게 살인자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닌, 반드시 마주쳐야 할 존재이다. 허나 단지 그것만 다룬다면 영화적인 흥미가 반감된다. 그래서 살인자가 반가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을 가진 주인공이 활약한다. 1백7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거의 임박했을 때 ‘반가운 살인자’가 품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 그것은 우울한 현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슬픈 이야기이다.

영화의 배경은 연쇄 살인범이 활개를 치는 한 동네이다. 비 오는 밤이면 여성을 노린 살인자가 나타난다. 조용한 동네는 시끌시끌해지고,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는 경찰은 주민들의 항의로 곤욕을 치른다. 특히 막내 형사 정민(김동욱)은 거듭된 실수로 궁지에 몰린다. 이런 상황에서 밤만 되면 우의를 입고 골목골목을 누비는 수상한 남자가 있다. 그는 2년간 실종되었다가 집에 돌아온 백수 가장 영석(유오성)이다. 그는 직접 범인을 잡겠다며, 사건 자료를 분석하고 잠복에 나선다. 딸의 교육을 위해서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가운 살인자>는 한국 코미디 영화가 가지고 있는 룰을 그대로 따라간다. 코믹 모드로 관객을 웃기다가 적당한 타이밍이 오면 사건이 터진다. 그 후로는 이야기가 급반전되어 진지하게 바뀌면서 감동 코드가 슬쩍 끼어드는 식이다. 식상한 스타일이지만 연출이 매끄러우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코미디 상황에 녹아 있는 현대인의 무관심과 냉정한 태도이다.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동네 주민들이 경찰청으로 몰려와서 항의를 하는 장면이 있다. 동네 누군가의 딸이 무참하게 살해당했지만, 그들은 이 사건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며 호들갑이다. 이 소동은 코믹 터치로 그려지고 있지만, 남이 죽는 것보다는 자기들의 이익에만 급급한 냉혹한 현실의 반영이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살인자와 마주친 영석이 ‘반가워’라는 말을 건넬 때 가슴이 찡해 온다. 자식을 잘 키우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자기희생의 의미가 담긴 한마디이기 때문이다. 4월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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