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인터뷰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04.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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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은 ‘서울시장 예비후보에게 듣는다’ 그 네 번째 순서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를 4월8일 만났다. 노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 ⓒ시사저널 유장훈

 

 

이번에 ‘천안함’ 사고가 발생하자 선거 운동을 일시 중단했다. 이번 사고가 지방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지난 3월26일 밤에 사고가 나고, 그 다음날부터 선거운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물론 여러 정책을 마련하는 연구 작업이나 간담회는 진행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시민을 접촉하는 활동은 사고를 접하는 국민들의 심정을 고려할 때 자제하는 게 마땅하다고 보았다. 이번 사건이 선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로 인해 정치적으로 누군가 이득을 보고 손해를 보는 식의 게임이 아니잖은가. 철저히 진상이 규명되고, 위기관리 시스템 점검, 초기대응을 포함한 구조활동의 문제점 등은 냉정히 따져보아야 하지만, 선거는 이와 큰 관련이 없다.  천안함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최근 야권 단일화문제가 관심인데, ‘5+4 연대’에 진보신당이 이탈한 것을 두고 비난 여론도 많은 듯하다. 
애초 ‘5+4 회담’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는 나름대로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와 관련해서 정해놓은 방침이 있었다. 정책과 이념이 비슷한 진보 정당들끼리는 적극적으로 연대한다는 것이고, 민주당 등 정책적으로 차이가 나는 정당들과는 필요에 따라서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5+4’에서는 다섯 개의 야당이 2천개가 넘는 전면적인 연합 공천을 추진하고 있다. 그것은 너무도 과도한 목표 설정이다. 다만, 정치적 상징성이 있고 또 단일화 여부에 따라 승패가 확연히 영향을 미치는 지역에서는 얼마든지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임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단일화 문제에 관련한 가능성은 지금도 열려 있다.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에도 야권 단일화 가능성은 있는 것인가?
그렇다. 향후 단일화를 하면 이긴다거나, 단일화가 아무 소용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판세가 드러나면, 그 상황에 맞게끔 다수 지지층이나 다른 야당의 태도를 종합해서 임할 것이다. 사실 단일화라는 것은 이긴다는 목표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단일화 자체가 산술적 지지율의 합산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지를 끌어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국민들에게 더 명분이 있게 비쳐야 한다. 시기적으로도 아직은 무리가 있다.

한편으로는 민주당이 양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민주당에 대한 비난도 나온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민주당은 정권을 빼앗긴 데 대한 반성과 성찰이 부족하다고 본다. 국민이 냉혹한 심판을 했던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한 혁신의 노력, 수정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단순히 수적 우세를 기반으로 해서 ‘우리를 도와달라’는 식의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혁신을 위한 몸부림 없이 현재 지지율을 기득권처럼 삼아서 다른 지지율이 떨어지는 정당에게 일방적으로 지지를 받으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연대도 튼튼하게 되기 어렵게 한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없음에도 당의 존립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섰다는 얘기가 나오고, 결국은 중도 하차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지금 야권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많이 거론되지만,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어떤 경우에도 오세훈 시장을 이긴 적이 없다. 단순히 지금의 여론조사 지지율만 가지고 당선 가능성을 말할 수는 없다. 앞으로 TV 토론 등을 했을 때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우리는 진검 승부라는 의미에서 출마한 것이다. 물론 출마에 뒤따르는, 당을 알린다거나 (선거) 이후를 위한 여러 가지 투자의 개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당의 존립이라는 것도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출마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야권이 참패할 것이란 ‘야권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분위기이다. 어떻게 보는가.
사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수도권에서의 참패란 얘기는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패하는 것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호남에서 야당 승리는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수도권에서 야권이 저조한 것은 이명박 정부를 넘어서는 대안적 비전을 못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4대강이나 세종시 문제 등은 절반 가까운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서도 이러한 요구를 새로운 비전을 통해 하나로 묶어내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진보 정당들도 군소 정당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제1야당이라고 하는 정당도 이런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요구를 크게 하나로 엮어내지 못한다. 그 원인은 지난 시기의 활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부족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구도의 변화를 통해 우위에 서려는 선거 공학적 접근 때문에 국민들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고, 또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한쪽은 싫고, 또 다른 한쪽은 미덥지 못하니까 여당 지지율이 대단히 낮을 때도 반사적으로 야권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노후보의 지지율도 한 자리수에 머문 채 답보상태에 빠진 느낌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차적으로는 적극적으로 이슈를 제기하고 끌어가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공약이나 정책 보다는 세종시 문제라거나 본질에서 벗어난 외적인 문제들로 관심이 몰려있어서 지지를 끌어안고 가는 부분이 흐트러진 측면도 있다. 이제 (다른 정당의) 후보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상당히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민노당과의 진보정당 통합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지금 상태에서 지방선거를 지나 내후년 총선과 대선을 맞이한다면 진보 정당이 명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2012년에는 정권 교체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한나라당이 재집권할 가능성은 매우 크고, 민주당은 매우 작다. 민주당을 넘어서는 힘 있는 진보 정당의 출현만이 야권 세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다만, 과거로 돌아가는 식의 통합은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지 못할 것이다. ‘도로 민노당’ 식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위기를 진보 세력의 대통합 기회로 삼아서 진보신당·민노당 외에도 시민단체와 재야 세력 그리고 기존의 정치권에서도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인사까지 모두 아우르는 폭넓은 진보 세력의 대통합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민노당측과 교감이 있나?
사실 몇 차례 만났는데, 이제는 민노당측에서도 과거와 다르게 이런 (우리의)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1 대 1로 합당하자는 얘기보다 오히려 우리가 제기한 ‘크게 하나로 모이자’라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고 있다.

얼마 전 조선일보 창간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진보 진영에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는데.
물론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일부 보수언론들이 진보진영에 대해 과도하게 공격적인 논조를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고, 그러다보니 내가 행사에 참석한 것에 대해 ‘보수 언론 쪽에 힘을 실어줄 이유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신문논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의례적인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의례행사에 참석한다고 해서 그곳 논조를 지지하고 찬양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내가 당대표가 아니었으면 그 자리에 갔을 일도 없다. 의례적 차원으로 참석한 것이었다.

서울 시정에 대한 노회찬 후보의 철학과 가치관은 무엇인가?
서울시의 주인은 이제까지 서울 시민이 아니었다. 민선 시장 15년 동안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번갈아가면서 서울시를 맡았지만, 서울시를 발전시켜나가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철학은 전무했다. 거의 대통령으로 가는 발판으로 생각하거나 부동산 토건을 통해 겉모습을 치장하기에 바빴다. 서울시 내의 양극화도 심각해졌다. 이제 시민들의 삶의 질을 구체적으로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중심으로 해서 서울시를 운영해야 한다. 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 많은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현 정부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에서만이라도 이명박 정부와 다른 정책 기조를 실현시켜나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무상 급식 문제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문제를 해결할 재원 마련 등 구체적 복안을 갖고 있는가?
우리가 계산해보았을 때에는, (무상 급식에) 1조원 가까이 예산이 필요하다는 서울시의 분석은 잘못된 결과였다. 이미 서울시가 급식 문제와 관련해 쓰고 있는 예산이 있다. 거기서 추가로 내고 있는 부담금을 학부모들이 안 내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초등학교 급식 예산이 2천3백31억원, 중학교가 1천4백64억원가량 된다. 합치면 3천8백억원 정도이다. 그런데 서울시 예산에 잡히지 않았는데 수입으로 발생한 것, 즉 세수를 적게 추산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예산보다 더 들어와서 남아 있는 순세계잉여금이라는 것이 있다. 지난해에만 1조3천억원이다. 같은 규모로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이것의 4분의 1만 써도 중학교까지 전면 무상 급식을 하는 데 드는 예산이 해결된다.

최근 서울시를 무상 무선인터넷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분명히 현실성은 있다. 왜냐하면 이미 이런 것을 하고 있는 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실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최근에 보면 IT 후진국으로 밀려나는 감이 있다. 인터넷 무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비 절감 차원의 문제도 물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내 도로가 전부 비싼 요금을 내도록 한다면 자동차 끌고 나오기 어렵다. 자동차산업도 덜 발달하게 된다. 무선인터넷도 마찬가지다. 무선인터넷을 무상으로 하면서 관련된 산업이 발전하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국가산업으로서  IT강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무상 무선인터넷은 필요한 것이다.
요즘은 정부에서도 우리가 6개월 전에 얘기한 것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세계적 추세는 인터넷도 무선으로 가고 있다. 인터넷 이용도 국민의 기본권으로 삼아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보행권이 기본권이듯 인터넷을 오가는 것도 기본권으로 삼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장) 취임 후 100일 안에 인터넷을 무상으로 하겠다”고 내가 밝혔는데, 이게 가능한 일이다. 조사해봤는데 일부 도시철도에는 와이브로까지는 들어와 있다. 이를 와이파이로 변환시키는 기기만 차량에 달아 놓으면 문제는 해결된다. 또 상암동을 보면 가로등에 와이파이 변환기를 하나씩 달았다. 그 기기 하나가 10만원정도 된다. 실제로 전체 예산이 얼마 안 된다. 대중교통, 공공시설에서 하는 것은 개발을 하면 되는 문제다. 적은 비용으로 가능하다. 공공장소(서울역 광장)는 가로등에 변환기를 몇 개 달면 된다.
관악구청이 디자인 시범으로 가로등 하나에 약 2천만원짜리를 놓았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10만원정도 드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무상인터넷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아닌가. 이를 공공장소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산시켜 나가면 관광객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앞으로 외국 관광객이 남대문 앞에 가서 스마트폰만 갔다 대면 남대문에 관련된 역사적 자료나 홍보자료가 주루룩 뜨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함으로써 IT강국의 수도답게 서울을 가꾸어 내는 것이 여러 면에서 상당한 붐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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