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위기론, 엄살인가 실제인가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05.1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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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면서 선거 판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상당한 지역에서 우세할 것을 점치며 느긋해 있던 여권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권 주변에서는 “서울·경기는 위험하고 인천은 뒤집어질지도 모른다”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대체 상황이 어떻기에 그럴까. <시사저널>은 표심이 요동치고 있는 경기·인천·부산·경남·충남 다섯 지역에 대한 여론조사와 함께, 6·2 지방선거 판세를 각 권역별로 집중 분석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소 느긋해하던 여권 주변에 긴박감이 감돌고 있다. 6·2 지방선거를 약 보름여 남겨둔 현재, 천안함 정국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선거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면서부터 나타난 변화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는 자체적으로 여론의 동향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지방선거 관련 보고서를 받았는데, 서울·경기는 위험하고 인천은 뒤집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서울도 구청장 선거 분위기는 매우 안 좋다”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보고서의 성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당 차원에서 조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의도연구소는 수시로 각 지역별 후보 지지율 조사를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도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여론 동향 조사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도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수도권이 당초 여당 우세에서 점차 격차가 좁혀져 승패를  알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 5월1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희망캠프 출정식’에 광역시장 후보들이 참석해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지난 4월 말까지만 해도 이번 지방선거를 전망하는 여권의 분위기는 대체로 “수도권 싹쓸이를 포함해 최소 10곳에서 승리한다”라는 것이 대세였다. 호남과 대전·충남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5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몇 가지 예기치 못했던 돌출 변수도 터져나왔다. 제주도지사 당선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던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의 동생이 금품 전달 혐의로 구속되었다. ‘스폰서 검사’ 파문으로 여권의 검찰 개혁설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이에 반발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 시위 반성’ 발언 파문이 확산되자 청와대에서 서둘러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경기도지사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는 당초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0.96% 포인트 차의 초박빙 역전승을 일구어냈다. 유후보의 등장으로 ‘노풍(盧風)’이 들썩이고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선거 한 달 전에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계속 우세한 것으로 나오면서 마치 선거를 다 이긴 것처럼 말하는데, 오히려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는) 야당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라고 경계했다. 그는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자꾸 엄살이라고 하는데, 정말 답답하다. 지금 엄살을 부릴 때가 아니라 이것이 정확한 우리의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세 곳의 표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는 한나라당 현역 시·도지사가 모두 야권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시사저널>
이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5월6일 서울 지역, 5월13일 인천·경기 지역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49.8%로 민주당 한명숙 후보(36.7%)를 13.1% 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가 46.5%로 민주당 송영길 후보(41.7%)를 4.8% 포인트 차로 앞섰다. 경기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50.4%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33.2%)를 17.2% 포인트 차로 역시 앞섰다. 이는 모두 야권 후보가 단일화된 것을 전제로 한 1 대 1 맞대결 조사 결과이다.

현재 수도권의 판세를 볼 때, 인천은 접전 양상이지만, 서울·경기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비교적 여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두언 위원장은 “우리 조사로는 인천은 차이가 없고, 서울·경기는 5% 포인트 이내로 좁혀진 것으로 나온다”라고 밝히고 있다. 모두 오차 범위 내 접전이라는 것이다. 그는 “역대 선거 결과를 잘 봐라. 지금의 여론조사 수치에서 야당 후보에 10~12% 포인트 정도 더하면 그것이 선거 결과로 딱 들어맞는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이대통령이 여당의 김민석 후보에게 10% 포인트 이상 뒤졌으나, 막상 선거 결과는 뒤집어졌다. 야권 지지 성향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수치가 통계적으로 볼 때 10~12% 포인트 정도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위원장의 말대로라면, 현재 서울·경기는 5% 포인트 정도 초박빙 우세이고, 인천은 차이가 없거나 뒤집어졌다고 보는 여권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김민석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은 “현재는 우리가 초박빙 열세라고 본다. 수도권과 중부권을 놓고 볼 때 그렇다. 정두언 위원장의 얘기는 다분히 엄살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 표를 결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선수끼리는 통한다. 그쪽에서도 아마 초박빙이라고 할 것이다. 초박빙이라는 것은 그만큼 표를 결집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다분히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여야 선거 캠프 사령탑의 이런 엇갈린 분석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는 어떻게 평가할까.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상무는 “양측의 견해에 모두 일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여권의 위기감에는 선거 전략적인 의미가 다소 숨어 있는 측면이 있다. 분위기가 선거 전에 미리 압도적인 승리로 점쳐지는 것은 결코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현재 여권이 여론조사 결과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데에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여론조사의 특성상, 투표는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열세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조사를 아예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실제 통계적으로도 그런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 5월14일 열린 수도권 야권 단일 후보 공동 기자회견에서 송영길·한명숙·유시민 후보(왼쪽부터)가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예전에는 서울이었는데, 이제는 경기도에서 바람이 일고 있다”

정치 및 선거 전문가들도 여권의 위기감이 다소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실체는 분명히 있다고 진단한다.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야권 전체 입장에서는 5월13일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유시민 후보가 선출되면서 오히려 선거 분위기를 띄우는 데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 이는 수도권 전체 선거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야권은 서울이 전국 선거를 주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든 것이 꼬여 있는데, 그 나름의 돌파구를 경기도에서 만든 셈이다”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대개 지방선거가 서울에서 바람이 일어나는데, 이번 선거는 경기도에서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바람이 인천과 경남·충남 등으로 불 가능성도 크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선전한다면 그것은 민주당이 아닌, ‘친노’의 선전으로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실제 표심에 미묘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방선거를 20일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인천·경기·부산·경남·충남 등 주요 접전 지역 다섯 곳을 대상으로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대부분 친노 후보들이 선전을 펼치는 지역이다. 확실히 변화가 느껴졌다. 당장 이번 여론조사에서 경남의 김두관 후보(무소속)와 충남의 안희정 후보(민주당)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두관 후보는 ‘후보 지지율’에서 32.6%로, 이달곤 한나라당 후보(33.9%)와 불과 1.3% 포인트 차의 대혼전 양상을 나타냈다. 오차 범위 내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치이다. 오히려 후보 적합도에서는 김후보가 이후보를 5.3%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충남의 안희정 후보 역시 23.7%로, 현재 선두인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28.1%)와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 지역의 한 중견 언론인은 “이번 지방선거의 흐름과 관련해서는 박 전 대표의 행보도 잘 살펴봐야 한다. ‘친박(친박근혜)계’의 입장에서는 현재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두거나 참패를 당하는 것 모두를 바라지 않는다. ‘신승’ 또는 ‘사실상의 패배’ 정도가 가장 적당한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추대론이 제기될 수 있고, 중도파와 중도 성향의 친이계에서 박 전 대표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박 전 대표의 행보는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이제 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남은 변수로는 5월20일로 예정된(일정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천안함 사태 조사 결과 발표와 23일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행사 등이 있다. 하지만 여권도 그렇고, 야권도 그렇고, 섣불리 ‘북풍’이나 ‘노풍’에 올라타지 않으려고 한다. 어설프게 편승했다가 자칫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정치 성숙도가 높아졌다는 반증이다. 오히려 마지막 돌출 변수는 여권 내부에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율 교수는 “촛불 시위 반성론 등 대통령과 정부·여당에서 조금씩 오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문제는 그것을 민주당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이경헌 대표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정권의 뜻하지 않은 실언과 실책이 수도권의 표심을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 검찰 개혁 반발 등의 악재가 여권 내에서 터져나온다면, 여당으로서는 그것이 의외로 잠자고 있는 노풍을 일깨우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친노 벨트가 형성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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