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반란’ 일으킨 민심 또 꿈틀
  • 남궁창성 | 강원도민일보 기자 ()
  • 승인 2010.07.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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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지사 향한 동정적 여론에 민주당 ‘맑음’, 한나라당 ‘흐림’…여권, 후보 분열은 악재 될 듯

오는 7월28일 원주, 태백·영월·평창·정선, 철원·화천·양구·인제 등 강원권 3곳에서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의 야당 도지사를 선택했던 강원도민들이 다시 한번 그 선택을 재확인할지, 아니면 수십 년 동안 지속되었던 정치적 관성을 회복하며 도로 ‘우향우’할지가 관심거리이다. 이광재 지사가 취임과 동시에 직무 정지되면서 강원도의 주요 현안들이 표류하고 있는 점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듯하다. 이지사는 지난 6월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7월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다. 도민들이 이런 이지사에게 동정 여론을 보일지, 아니면 자신이 재판에 계류 중인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출마해 결국 도 발전을 볼모로 잡았다고 비판할지가 이번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 후보 분열에 따른 보수층의 표 분산도 주목할 대목이다.

 

▲ 강원 원주시 7·28 재·보궐 선거에 후보로 나선 무소속 함종한·민주당 박우순·한나라당 이인섭(왼쪽부터) 후보가 공명 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주는 한나라당 이인섭 전 도의원과 민주당 박우순 변호사, 그리고 무소속의 함종한 전 의원 사이의 3파전이다. 태백·영월·평창·정선은 한나라당 염동열 전 대한석탄공사 감사와 민주당 최종원씨(연극인)의 양자 대결 구도이다. 철원·화천·양구·인제는 한나라당 한기호 전 5군단장과 민주당 정만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격돌하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박승흡 전 대변인과 무소속의 구인호 전 도의원, 역시 무소속의 정태수 강원대 교수 등이 가세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동정 여론 차단하려 이지사에 관사와 의전 차량 제공

지난 6·2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원주에서 민주당 이광재 지사는 54.7%를 득표하며, 오히려 지역구인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를 9.3%포인트 차로 이겼다. 뿐만 아니라 시장과 광역의원 등을 민주당이 모두 석권하면서 정치 지형을 그동안의 한나라당 독주 체제에서 민주당 중심 구도로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이지사는 자신의 텃밭인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에서도 64.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후보(35.1%)를 큰 표 차이로 압도했다. 철원·화천·양구·인제의 경우, 휴전선을 가까이에 둔 접적 지역이라는 점이 반영되어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 이후보가 54.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8.6%포인트 차이로 이지사를 이겼다. 따라서 6월 지방선거 결과를 감안하면 민주당은 원주와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에서 승리를 기대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철원·화천·양구·인제에서 선전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변수가 적지 않다.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이광재 지사의 행보이다. 많은 도민은 강원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지사가, 취임과 동시에 직무 정지되자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이지사는 한동안 렌터카를 타고 다녔고, 찜질방을 전전하기도 했다. 이런 이지사를 바라보는 강원도민들의 반응은 일단 동정적인 분위기가 주류이다. 한나라당은 선거를 앞두고 이런 기류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최근 강원도와 행정안전부 등에 요청해 이지사가 의전 차량과 관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 도민들 사이에서는 이지사에 대해 냉담한 반응도 나타난다. 더 이상의 도정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이지사가 지사직을 조기 사퇴해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이지사가 ‘직무 정지’라는 현실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도민의 선택을 받은 도지사가 현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있다는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또 다른 정치적인 부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이처럼 양극을 달리고 있는 지역 민심의 분위기가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이다.

이런 가운데 여권 후보의 분열은 선거 결과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주와 철원·화천·양구·인제 등 2개 지역에서 여권의 후보들이 서로 출마하면서 민주당과 이지사의 정치적 입지가 다시 한번 강화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주는 한나라당 이인섭 후보와 무소속 함종한 후보의 표밭이 겹치는 반면, 야권은 민주당 박우순 후보 혼자이다. 특히 함후보는 원주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관선 도지사를 역임한 지역 정치권의 거물이어서 한나라당의 득표 전략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나라당의 낙승이 기대되었던 철원·화천·양구·인제도 여당의 한기호 후보와 무소속의 구인호 후보가 보수 진영의 표를 나누어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 창출에 기여하며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되기를 학수고대했던 구후보가 낙천되면서 불거진 여권의 분열은 한나라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한후보와 구후보의 연고지가 모두 철원이어서 지역 표도 나뉠 것으로 보인다. 철원은 이 지역구의 최대 표밭이라는 점에서 양구 출신인 민주당 정만호 후보에게는 호재로 평가되고 있다.

선거를 1주일여 앞두고 강원 지역 세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망은 일단 민주당 ‘맑음’, 한나라당 ‘흐림’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당은 강원도에서 지지 기반을 한층 더 다질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이광재 지사는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날개를 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의 뼈아픈 실패에 이어 실지 회복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예상되어 여권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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