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된 ‘종편 꽃놀이패’
  • 김창룡 |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 승인 2010.08.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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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채널 사업자 선정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 논란…1개 사만 선정하면 탈락 언론사들 반발 우려한 듯

 

▲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정병국 위원장이 6월10일 국회에서 열린 문방위 전체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문사의 방송 진출 여부가 다시 혼돈 상태에 빠져들었다. ‘신문사에 방송 사업 운영권을 준다’라는 정부의 ‘종합편성(종편) 채널’ 사업권 선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약칭 방통위)와 청와대 등 여권 내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준비하는 신문사들도 서로 자사에 유리한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해에 사업자 선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언론에 알려졌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올해 말까지 사업자 선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통위가 갑자기 종편 및 보도전문 채널 사업자 선정 로드맵을 밝혀 ‘정치적 목적’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지만, 일단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성과도 있었다. 방통위는 오는 8월 초 종편 및 보도 채널 사업자 선정 기본 계획안을 마련하고 연내에 사업자 선정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8월 말에 기본 계획을 확정하고 9월부터 연말까지 승인 신청 공고, 신청서 접수, 사업계획서 심사, 청문 등의 절차를 차례대로 밟을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에 방통위가 정책 목표, 선정 방식, 사업자 수, 심사 기준, 세부 일정 등 예비 사업자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항을 8월 말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혀 바야흐로 ‘미디어 빅뱅’의 대회전이 임박했음을 예고하고 있다. 중요한 사항들을 8월 말에 공개할 수 없다면, 연내 사업자 선정은 또다시 공염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우에 신문사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문제는 이처럼 중차대한 시점에, 정부·여당 내에서 전과는 다른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종편 채널의)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몇 개라고 정하고 들어가는 것은 인위적이다”라고 말했다. 비록 고의장은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당사자들에게 숫자는 가장 중요한 핵심 사안이다. 방송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 종편 채널이 하나라면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지만 복수가 될 경우에는 ‘공멸의 위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 소속의 정병국 국회 문방위원장도 최근 언론사들과의 잇단 인터뷰에서 “이제는 특정 채널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 다양한 미디어가 있기 때문에 (종편 채널이) 돈만 쓰고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종편 채널을 선정해 가는 것은 향후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의 방향 설정과도 맞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한때 “미디어 재벌을 육성해서 미디어 산업 전반을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라며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하는 데 앞장섰던 여당 의원들의 발언치고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왜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일까.

특혜 시비 없도록 투명성·일관성 보여야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거대 신문사와 장기간 밀월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종편 채널 사업권 선정이라는 확실한 당근이 있었다. 2010년 6·2 지방선거 패배로 치명상을 입었지만 미디어로부터 여전히 우호적인 보도의 혜택을 입고 있는 이면에 이런 당근 정책이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처럼  그동안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주류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왔지만 더 이상은 후퇴하거나 연기할 수 없는 막바지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막상 사업자 선정을 하려고 하니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 등 다섯 개 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종편 채널 사업권을 1개 사에만 준다면 정부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여권 내부에서 이른바 준칙주의라고 하여 일정 수준에 달하면 ‘모두 선정하도록 하자’는 논란이 나오고 ‘종편 채널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이다. 종편 채널 사업 선정권을 몇 개 사로 할지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방송 광고 시장과 방송 소비자 시장은 유한하고, 이미 지상파·케이블 TV 시장도 포화 상태라고 아우성치는데, 준칙주의를 내세우게 되면 미디어 사업자 전체와 대립하게 되는 구도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반대로 한 개 사만 선정하게 되면 나머지 네 개 경쟁사와의 밀월 관계가 끝나는 것과 함께 반격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미디어오늘은 “꽃놀이패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제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가의 주요 방송 정책 변화를 명분으로 미디어와 밀월 관계를 이루는 핵심 고리였던 ‘종편 채널 사업자 선정’ 상품은 유통 기한이 끝나가고 있다.

언론계와 학계에서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에서 국회에 되돌려 다시 논의하도록 한 미디어법에 대한 재논의가 있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최소한 종편 채널 사업자 선정 숫자와 방식의 투명성·정당성을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KBS 수신료 문제이다. KBS 수신료를 인상해 방송 광고 시장의 숨통을 열어 새로 진출하는 종편 채널에 특혜를 부여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시행하는 사업은 투명성과 일관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시간은 더 이상 방통위에 관대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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