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밥상’ 차리기 제안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10.0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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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농사’ 현장에서 캐낸, 나와 우리를 살리는 올바른 먹을거리에 관한 이야기

▲ 김선미 지음 | 동녘 펴냄 | 336쪽 | 1만3천원

올 추석, 귀성길 또는 성묘길에서 황금빛 논을 보면서 “풍년 들어 좋겠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을까. 쌀 재고 때문에 제 가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국민은 누런 들판을 보면서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통계 자료를 보지 않아도 우리 국민이 예전처럼 쌀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시청률 50%대를 기록하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서인지 빵집 또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뱃살을 빼려면 탄수화물 섭취량부터 줄여야 한다며, 밥상에서 밥공기에 담는 밥의 양을 반으로 줄이는 주부들도 많다. 우리네 밥상 문화에서 점점 쌀을 밀어내는 이런 모습들은 좋은 식습관인가.

‘밥상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어느 평범한 주부가 발로 뛰어 완성한 ‘생명의 밥상’ 보고서에는 그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살림의 밥상>을 쓴 저자는 20세기가 끝나가던 어느 해에 남편, 아이들과 함께 도시를 떠나 경기도 광주의 작은 산골마을에 정착했다. 자연과 가까워지면서 밥상에도 생각이 머무르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쌀’을 집들이 선물로 받게 되면서 ‘밥상’에 대해 진지하게, 또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밥상을 알면 알수록 도무지 안심하고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자는 “밥상을 들여다보면서 자연스레 우리 식생활이 변하게 된 역사와 경제 구조들도 눈에 들어왔다. 밥상을 통해 나를 둘러싼 세상을 새롭게 공부하는 기분이었다”라며, 밥상을 차리는 식재료가 농촌을 살리거나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밥상에 숨겨진 자본의 음모에 분노했고, 인류를 불행하게 만든 먹을거리를 저주했던 주부는, 농부들을 만나면서 다시금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진실을 알게 될수록 절망과 증오가 넘쳤지만 땅에서 씨를 뿌리는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희망이 솟았다. 그것이 씨앗의 힘이라는 것도, 농부들의 땀방울이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기업의 자본과 맞서 싸우는 눈물이라는 것도, 우리 눈에는 고단하고 불쌍해 보이지만 정작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이들은 씨 뿌리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농부들을 만나면서 깨달았다. 

이처럼 밥상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된 저자는, 세상을 가치 있고 평화롭게 바꾸어갈 혁명은 부엌의 외관이 아닌 부엌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식재료를 사면서 지불하는 돈이 그것을 길러낸 사람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그가 지속적으로 좋은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쓰이기를 바랐다. 먹을거리를 정치적 거래나 경제 도구로 보지 않는, 밥이 무기가 되지 않는 세상, 먹을거리는 어디까지나 생명을 살리는 수단으로 그 가치를 존중받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착한 먹을거리에 힘을 보태줄 때 밥상이 변하고 세상이 변한다고 믿었다.

저자의 믿음에 귀 기울이니,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식재료들과 온갖 식당 메뉴의 운명이 세상의 운명과 이어져 있음을 실감한다. 매 끼니 때마다 곱씹어볼 일이다. 

 

▲ 변호사 박원순 ⓒ 21세기북스 제공
정의롭지 못한 세상, 불법과 불공평한 일들이 판치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도 ‘미담’은 들려온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알고 있는 ‘아름다운가게’도 그런 미담을 빚어내는 곳이다. 사회적 기업은 그저 자선 활동만 할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름다운가게는 100개의 매장을 갖추고 3백명의 고용 창출 그리고 1백50억원의 매출을 이룩한 꽤 괜찮은 ‘기업’이다.

대한민국을 살맛나게 바꾸려 끊임없이 애쓰고 있는 아름다운가게 CEO 박원순 변호사가, <원순씨를 빌려 드립니다>(21세기북스 펴냄)를 펴내며 자신과 ‘가게’에 활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을, 늘 깨어 있고 활발히 움직이는 ‘상상력’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이 책은 현장에서, 업무 환경 속에서,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위력을 발휘한 ‘박원순표 상상력’을 벤치마킹하기를 바란다.

박변호사는 “세상을 바꾸는 발칙한 상상은 일상 속의 사소한 것들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내 주위의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소셜 디자이너의 습관이고 체질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눈에 익숙한 사물들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꾸는 소중한 자원이 될 수도 있으니, 우리가 먹고 자고 일하고 오가는 모든 곳에 놀라운 아이디어들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박변호사의 행복론도 엿볼 수 있다. 그는 “‘내 것’이라는 집착을 버리니 오히려 세상이 더 풍요로워졌다. 따지고 보면 ‘내 것’이라고 믿는 것들도 진정한 ‘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단순한 진리를 한 조각쯤 맛보면서 나는 훨씬 더 행복해졌다. 그 부질없는 탐욕의 열차에 다시 타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감사한다”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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