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찔리는 아픔’은 가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11.22 13: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사, 안약 형태·경구용 알약 등으로 곧 대체될 예정…무혈 수술도 진화하면서 영역 확대해

ⓒ시사저널 임영무
30~40대는 학창 시절 단체로 예방주사를 맞던 날을 기억한다. 주사는 공포의 대상이어서 이른바 ‘불주사’라는 말까지 있었다. 지금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주사는 달갑지 않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감염의 우려를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특히 지난해 신종플루와 같은 감염질환이 돌 때는 혹시 전염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꺼림칙했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3~5년 후에는 ‘독감 예방주사’라는 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 대신 ‘독감 예방 안약’이라는 말을 쓰게 될 것 같다. 주사가 아닌 안약 형태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이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연세세브란스병원과 국제백신연구소가 공동으로 점안 백신을 개발했다. 서경률 연세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우리가 논문을 발표하자 미국 빌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는 한 연구팀도 점안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마친 우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에 먼저 성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점안 백신이 상용화되면 눈에 백신 용액을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주사보다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눈 점막은 얇아서 백신을 쉽게 흡수한다. 주사보다 적은 용량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기존 주사는 체내에 한 가지 형태의 항체를 만들지만, 점안 백신은 체내와 점막에 각기 다른 형태의 항체가 생겨 백신 효과를 배가시킨다고 한다.

유효성도 있지만 편리성도 크다. 무엇보다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안약처럼 사용할 수 있다. 주사는 정확한 용량에 맞춰 투약해야 하므로 의료인이 접종해야 하지만 점안 백신은 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주사를 대체할 접종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어왔다. 백신을 코로 흡입하는 방법, 입으로 먹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먹는 백신은 위산으로 분해되어 주사보다 효과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고, 코로 흡입하는 백신은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부작용에 부딪혀 상용화에 문제가 생겼다. 서교수는 “점안 백신은 인플루엔자(H1N1)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을 한 결과 식중독균인 살모넬라 장염에도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성분만 바꾸면 어떤 점안 백신이라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점안 백신이 모든 주사를 대체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적어도 인플루엔자, 살모넬라 장염과 같은 호흡기·장 감염질환용 백신은 안약 형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 안약처럼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을 시연하고 있는 서경률 연세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연세세브란스병원 제공

약이 소화기관에서 분해되는 문제도 해결

주사를 대체하려는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키가 작은 소아나 어린이의 왜소증을 치료하기 위해 성장호르몬제를 사용한다. 최근 들어 성장호르몬의 다양한 체내 작용 메커니즘이 밝혀지면서 성인의 갱년기 개선, 노화 지연, 비만 억제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몸에서 분비하는 성장호르몬의 양이 감소하면서 근육량이 줄고 복부에 지방도 잘 생긴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성장호르몬제를 투약하는데, 기존에는 주사가 유일한 방법이었다. 게다가 매일 성장호르몬 주사를 6개월 정도 맞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입으로 먹는 성장호르몬제이다.

그러나 경구용 성장호르몬제의 상용화는 더딘 편이다. 경구용 성장호르몬이 소화기관에서 분해되어버려 효과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약의 분해를 최대한 억제하는 방법이 풀어야 할 숙제였는데, 최근에 해결 방법이 나왔다. 박승구 한올바이오파마 바이오연구소장은 “성장호르몬도 일종의 단백질인데 소장에 많은 단백질 분해 효소가 성장호르몬을 분해해버린다. 이를 억제하는 물질을 최근 동물실험으로 찾아내어 지난 6월 미국 특허를 받았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 시험 결과에 문제가 없으면 3~5년 후에는 성장호르몬제를 주사가 아니라 캡슐이나 알약 형태로 투약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본래의 바이오의약품의 편의성이나 효능을 개선한 의약품을 바이오베터(bio-better)라고 한다. 이 시장이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세계 각국이 뛰어들고 있다. 효능이 아무리 좋아도 일반인이 사용하기에 불편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래서 약품뿐만 아니라 치료나 진단법도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치료법이 무혈 수술과 무흉터 수술이다. 완치 여부를 떠나서 기존 수술은 그 자체가 신체적 고통이다. 피부와 조직을 칼로 째고 바늘로 꿰매야 한다. 따라서 피를 흘리지 않은 수술, 즉 피부와 조직에 상처를 주지 않는 수술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래전부터 무혈 수술에 대한 전망은 무성했지만 실제 활용은 많지 않았다. 지금은 무혈 수술이 하나 둘 시작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궁근종 수술이다. 자궁근종은 한국 여성에게 흔한 양성 종양으로 최근 30~4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크기가 작으면 대부분 증상이 없으나 크기가 크면 생리통, 생리 과다, 종괴에 의한 압박(빈뇨, 소화불량, 복부종괴감), 빈혈, 심할 경우 불임까지 유발하는 질환이다. 이런 증상을 없애기 위해 자궁근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다. 일반적인 자궁근종 수술은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수술 모두 피부와 조직에 손상을 준다. 또 수술을 위해 입원하고 마취도 해야 하므로 환자가 받는 부담은 생각보다 크다.

자궁근종을 초음파로 태워 죽이는 치료도 

▲ 자궁근종을 초음파로 태워 없애는 수술 기구인 MR-HIFU. ⓒ삼성서울병원 제공
최근 초음파로 자궁근종을 태워 죽이는 치료(MR-HIFU)가 이런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햇빛을 돋보기로 보아 종이를 태우는 원리를 이용한다. MRI가 자궁근종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한 후 고강도 초음파가 자궁근종에 집중되면서 열을 발생시켜 종양을 태운다. 김영선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MR-HIFU 치료는 칼이나 바늘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흉터, 출혈, 통증이 없다. 소수의 환자에게서 피부가 빨갛게 변하는 화상(1도)이 생길 수 있지만 저절로 호전된다. 통증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진통제로 해결할 수 있는 정도로 경미하다. 환자는 수술 도중에 의사와 대화하거나 잠을 잘 정도로 통증도 거의 느끼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환자에 따라 기존 개복 수술이 효과적일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배에 흉터가 남지 않기를 원하는 환자나 전신 질환(혈액응고장애, 호흡기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MR-HIFU 치료가 유용하다. 수혈을 거부하는 종교적인 이유로 수술을 받을 수 없는 환자나 사회생활에 급히 복귀해야 하는 사람도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다만, 임신 중이거나 MRI 측정이 불가능한 사람(심박동기 시술, 신부전증)은 이 치료가 불가능하다. 종양이 소장에 둘러싸여 있거나 다른 골반질환(암, 염증)이 있는 환자도 이 치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현철 삼성서울병원 HIFU 센터장은 “기존에는 환자의 복부나 대퇴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몸속에 복강경이나 카테터라는 얇은 관을 삽입해 치료했다. 지금은 MR-HIFU로 피부나 조직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고 자궁근종을 치료할 수 있다. 입원할 필요도 없고, 수술 후 바로 사회생활도 가능하다. 1~2년 후에는 유방암, 골전이암 치료는 물론이고 몇 년 후에는 전립선암, 췌장암, 간암, 신장암 등의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술로 회복되어도 수술 흉터는 감추고 싶은 것이 환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꿰맨 수술 자국 때문에 수영장이나 목욕탕에 가기를 꺼리는 사람도 있다. 또 피부와 조직을 많이 절개하면 할수록 환자가 느끼는 고통은 심하며 회복도 더디다. 이를 개선한 수술법이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다. 한마디로 절개를 되도록 적게 하는 수술법이지만 흉터가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요즘에는 배꼽으로 수술하는 싱글포트 수술이 비뇨기과와 산부인과에서 늘어나고 있다. 싱글포트 수술은 단 한 곳만 최소로 절개해서 수술하는 최신 수술법이다. 그것도 배꼽을 절개해 수술하므로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수술 후 3일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통증도 적어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적출술 등 기존에 복강경으로 할 수 있는 수술을 싱글포트 수술로 할 수 있다. 앞으로 싱글포트가 더 발달하면서 로봇과 결합할 것 같다. 배꼽으로 기구 하나만 집어넣으면 그 기구에서 여러 가지 로봇팔이 나와서 수술하는 것이다. 환자와 의사 모두 편리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계속 개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싱글포트 수술은 신장 수술에도 사용되고 있다. 정병창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비뇨기과에서 지난 2~3년 동안 100건 이상의 수술을 싱글포트 수술법으로 진행했다. 싱글포트 수술은 세계적으로도 최신 치료법이다. 향후 비뇨기과 수술에 상당 부분 적용되어 수술 흉터와 통증을 최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