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소재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드라마에 정치적 입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이언트>는 개발 시대의 서울 강남 땅을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과 복수를 그렸지만, 정치적인 입장에는 그 비판과 옹호가 혼재되어 있다. 주인공이 어떤 면에서는 개발의 주동자로 서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것의 허무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 스캔들>은 청춘 사극처럼 보이지만 민초와 당시 여성이 겪는 한계를 동일 선상에 놓음으로써 혁명에 대한 정치적 노선을 드러낸다. <추노>는 수많은 민초가 거의 수평적으로 주인공처럼 등장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정치적 입장을 엿보게 하고, <제빵왕 김탁구>는 막장스런 시대와 싸우기보다는 개인적인 성장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결국은 보수적이다. 한편 <파스타> 같은 멜로 드라마는 그 안에 남녀와 셰프와 요리사 사이의 권력 구조와 그 해결 과정을 넣음으로써 나름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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