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난 성남시 공무원 ‘비밀 사조직’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12.27 15: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남시청 공무원들의 비리 뒤에는 공무원들의 ‘비밀 사조직’이 있었다. 이 조직은 모임 명칭도 만들지 않은 채 철저하게 비밀리에 움직였다. 처음에는 친목단체로 시작했다. 지난 2007년 2월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남시청 내의 경북 문경 출신과 경남 함양 출신 공무원 13명이 주축이 되었다. 이들은 동향 출신끼리 ‘정보’를 교환하자는 취지에서 친목단체를 만들었다. 모임 명칭도 없이 연락과 회계를 맡은 총무 한 사람을 두며 실체를 숨겼다.

그리고 자신들의 뒤를 봐줄 인물을 물색한 끝에 당시 성남시의 최고 실세였던 이대엽 시장의 조카 이 아무개씨(62)의 부인 이맹숙씨(가명·63)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그리고는 모임 때마다 항상 ‘좌장’으로 모시고, 식사를 함께하면서 ‘인사·승진 청탁’을 했다. 이씨의 남편에게 “잘 말해달라”라며 모임 때마다 돈을 갹출해서 봉투에 담아 건넸다. 또,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는 모임과는 별도로 돈봉투를 전달했다. 회원 개개인은 자신의 승진 때가 되면 따로 금품을 제공했다.

검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사조직을 결성하자고 해서 모인 것은 아니다. 그 지역 출신들이 행사나 인사 정보를 교류하자는 목적에서 결성되었다가 시장에게 직접 (인사 청탁을) 할 수 없으니까 (조카 부인인) 이맹숙을 선택한 것이다. 실세인 이씨에게 접근하기도 힘드니까 그의 부인을 좌장으로 삼고 서로 밀어주고 당기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세 부인의 위력은 대단했다. 회원 중 두 명을 빼고는 11명이 승진한 것이다. 자치행정과장이던 이 아무개씨(50·4급)는 공무상 비밀인 성남시 공무원 승진 대상자 명부를 시장 조카 이씨에게 넘겨주었다가 이번에 구속되었다.

이 명단은 고스란히 그의 부인인 이맹숙에게 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인사철이 되면 조카 이씨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라는 문자를 보내오는 공무원들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성남시청 공무원 사조직의 실체와 좌장인 이맹숙의 존재는 자칫 영원히 묻힐 뻔했다. 검찰은 처음에는 이 전 시장의 조카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씨의 부인에 대해서는 그냥 옆에 있는 ‘보조자’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베일을 벗게 되었다. 성남시 공무원 중 한 명이 “내가 이맹숙에게 승진 청탁을 하며 돈을 주었다”라고 검찰에 제보해왔던 것이다. 이때 처음으로 이씨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맹숙이 남편 이씨와는 별개로 ‘공무원들을 관리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의심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에 나섰다. 그때 현장에서 이씨가 자신의 수첩을 며느리에게 건네며 숨기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검찰이 그 수첩을 입수해서 보니 거기에서 사조직의 명단이 나왔다. 검찰이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면서 사조직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이맹숙은 결국 남편 이씨와 함께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신세가 되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