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권력의 검은 사슬을 끊어라
  • 구교형│성서한국 사무총장 ()
  • 승인 2011.02.2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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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대표자들에 장악된 교회, 부정의 소지 많아…헌금 사용 내역도 투명하게 밝혀야

마치 망하기를 작정하고 달려드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 부정적 뉴스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이후 그 빈도 또한 더욱 잦아지고 있다. 개신교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까지 근심과 우려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부끄럽지만 이러한 한국 교회의 행태는 단지 몇몇 교회나 해당 목회자들의 도덕성 문제만이 결코 아니다. 모든 사태의 중심에는 결국 돈과 권력이 있다. 돈은 권력을 획득하게 해주며, 권력은 돈을 더 많이 불려준다. 그리고 그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 채 소수에 의해 진행된다.

결국 ‘눈먼 돈’이 문제이다. 다른 종교와 비교해도 한국 교인들의 헌신도는 남다르다. 자기 수입의 10분의 1을 매월 헌금으로 내는 생활이 일상화된 문화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문제는 교인들이 낸 헌금이 언제, 어떻게, 어디에 사용되는지에 대해 한국 교회는 그다지 투명하지 않다. 물론 대다수 교회는 매월 헌금 사용 내역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해마다 교인총회를 열어 한 해의 재정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대부분 형식적인 요식 행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교인들은 자신들이 낸 헌금의 사용 내역을 감히 교회에 묻는다는 것을 결례처럼 생각한다. 어쩌다가 설명을 요구한다 해도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하거나, 개인적으로 찾아오면 가르쳐주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돈은 항상 돈으로 끝나지 않고, 결국 권력과 연결된다. 돈으로 권력을 사고, 산 권력으로 더 많은 돈을 끌어들이는 구조이다. 이번에 문제가 크게 불거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그 전형적 사례이다. 한기총은 66개 교단과 19개 단체를 아우르는 큰 외형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예수의 훈계 저버린 교회에는 희망이 없다

▲ 지난 2월17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한국 교회와 한기총 개혁을 위한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시사저널 윤성호
한국 교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적 교단들의 연합과 공동 관심사를 논의하는 장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나 교단들이 한기총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모색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개별 교회에서 은퇴했거나 교단에서 임원을 지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인사들이 마지막 최고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는 공공연히 금품이 오간다. 그렇게 산 권력이기에, 한국 교회 누구도 위임해주지 않은 대표성을 스스로 주장하지만 사실은 자기 조직조차 추스르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는 개별 교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개 담임목사와 장로 등 소수의 대표자들이 교회 운영 전반을 거의 결정하고 재정 사용까지 장악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그 과정과 결과가 잘 공개되지 않아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부정의 소지가 발생한다.

빈번히 발생하는 목회자의 성추문 역시 돈과 권력을 장악한 교회일수록 쉽게 발생하고, 또한 자체적 해결이 어렵다는 면에서 결국 이러한 문제와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예수께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신 돈(눅 12:15~21)과 권력(막 10:42~44)에 대한 훈계를 소홀히 여겼을 때 교회가 얼마나 철저히 추락하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돈과 권력에 의존하려는 종교는 필연코 망한다. 세상 구원은커녕 자신조차 멸망에서 구원하지 못한다. 이제라도 한국 교회가 민주적인 리더십과 투명한 재정 운영 제도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교회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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