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가 꺼내든 ‘두 개의 잣대’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02.2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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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괜찮지만, 리비아는 안 된다” 주장 쿠바 반정부 인사들 “그도 위기 느꼈을 것”

 

▲ 지난해 9월 쿠바혁명수호위원회 창설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피델 카스트로. ⓒAP연합

이번 아랍 민주화 바람에서 눈에 띄는 흐름은 장기 독재 국가일수록 시위가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튀니지에서는 23년 장기 독재자 지네 알-알비디네 벤 알리가 물러났고, 이집트에서는 30년을 파라오처럼 지낸 호스니 무바라크가 사퇴했다. 내전 양상을 보이는 리비아에서는 42년 철권통치를 휘두르던 카다피 국가원수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 2월11일자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에 이어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독재자들을 꼽아 소개했다. 여기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등을 비롯해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쿠바의 카스트로 형제,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가 꼽혔다.

“나토가 리비아 점령할 것이다”

 이 가운데 이집트와 리비아 사태에 관해 언급한 이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유일하다. 카스트로는 관영지 쿠바디베이트(Cubadebate)를 통해 이집트와 리비아에 관한 논평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극과 극을 달려 흥미롭다.

카스트로는 2월13일 ‘이집트의 혁명적 반란(La Rebelion Revolucionaria en Egipto)’이라는 논평에서 “이집트 민중들은 정치적 부패와 국내외의 수탈로 국민의 권리가 짓밟히는 때에 들고 일어났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집트 국민 대다수가 젊은 애국자이지만 빈곤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식품 가격은 끝없이 상승하고 수백억 달러가 정부의 특권층 손에 들어간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리비아의 유혈 사태에 침묵하던 그는 2월21일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의 계획은 리비아를 차지하는 것입니다(El plan de la OTAN es ocupar Libia)’라는 논평을 기고했다. 그는 리비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염려하며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통해 며칠 동안 리비아를 점령하는 일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리비아 정부의 치안부대에 의해 벌어지는 반체제 시위에 대해서는 “전세계에 온갖 뉴스가 넘치는 상황에서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두 논평에서 이집트와 리비아에 대한 평가가 정반대로 이루어진 이유는 ‘친미’와 ‘반미’ 여부이다. 카스트로는 아랍민족주의를 주창한 나세르 전 대통령 시절에는 이집트가 제3세계에서 호평을 받았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지금의 이집트와 과거의 이집트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무바라크 정권의 친미주의를 비판한 셈이다. 반면 리비아에 대해서는 “강대국들은 석유를 뺏는다”라고 글의 서두를 시작하며 미국에 대항한 쿠바나 베네수엘라의 석유 국유화 조치와 비교했다.

 쿠바의 반정부 인사들은 카스트로가 격화된 아랍 시위에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관광업과 담배 수출이 부진하면서 쿠바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간 이때 벌어지는 아랍의 변화가 달라울 리 없다. <포린폴리시>는 “피델 카스트로에게서 권력을 물려받은 동생 라울은 인터넷 등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지만, 최근 쿠바 경기가 침체되면서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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