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시나리오’로 리비아 전쟁 끝낼 수 있을까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04.0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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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 대국민 연설에서 군사 전략 등 밝혀 미군 희생과 전비 아끼려는 ‘오바마 독트린’에 비판도 많아

 

▲ 지난 3월28일 미국 워싱턴의 국방대학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리바아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기 전 생각에 잠겨 있다. ⓒEPA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에 나선 지 열흘 만에 이른바 ‘오바마 독트린’과 미국의 리비아 군사 전략 등을 둘러싼 질문에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리비아 군사 작전을 언제 어떻게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이 기대하고 있는 ‘리비아 전쟁 끝내기’ 전략에는 장밋빛 시나리오들만 가득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리비아 사태가 어디로 향하고 있고 어떤 결말로 끝날지, 미국에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월28일 28분 동안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밝힌 대리비아 전략은 부시 때와는 크게 달라진 제한적인 군사 작전을 제시해 ‘오바마 독트린’이라고 불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리비아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나선 이유는 카다피 정권의 자국민 학살을 저지해야 한다는 도덕적 책무감에서 비롯되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행동이 하루만 늦었더라도 카다피 정권의 자국민 학살이 벌어졌을 것이며, 이것은 이집트와 튀니지 등의 민주화 이행까지 위협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이라크 실패 되풀이 안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의 리비아 군사 개입은 기간이나 범위에서 제한적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군사 작전의 지휘권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넘어간 후 미국은 지원 역할을 맡고 있으며 결코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어 카다피 강제 축출과 정권 교체에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겪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는, 리비아는 이라크와 다르며 자신도 부시와 달리 행동하겠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약 카다피를 강제 축출하고 정권 교체를 시도한다면 미국은 지상군까지 투입해야 하고 8년간 엄청난 인명 피해(미군 사망자 5천명 이상)를 내고 1조 달러 이상의 전비를 사용한 이라크 사태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렇다고 리비아 군사 작전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리비아 군사 작전에서 지원 역할로 전환했으나, 상대적으로 위험한 저공 비행 폭격기들을 투입해 카다피 지상군을 공격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AC-130, A-10 등 저공 비행 폭격기들을 출격시켜 리비아 정부 지상군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AC-130 폭격기는 수송기를 개조해 각종 중화기를 탑재하고 한꺼번에 기관포탄 세례를 퍼부어 적 지상군을 괴멸시키기로 유명하다. A-10 선더볼트 폭격기는 조종사 한 명이 모든 방향을 바라보고 기관포, 미사일과 정밀 유도 폭탄 등 갖가지 무기를 총동원해 지상군을 공격하며 야간 공격도 가능한 위력을 갖고 있다.

이들 미군 폭격기는 특히 다른 전투기보다 훨씬 낮은 3백m 고도에서 느린 속도로 비행하면서 적 지상군을 정확하게 초토화시키는 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나토는 리비아 군사 작전의 전반적인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비행 금지 구역, 무기 금수, 카다피군의 자국민 공격을 가로막는 데 주력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여전히 카다피 지상군을 항거 불능에 빠뜨리는 2단계 공격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은 1단계로 해군함에서 2백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고 폭격기와 전투기를 동원해 폭탄 세례를 퍼부었다. 카다피군의 방공망과 군사령부, 공군력 등을 와해시킨 후 이제는 2단계로 리비아 지상군 공격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2단계 작전을 통해 카다피 군대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어 이탈 또는 내부 분열을 일으켜 측근들이 카다피를 버리도록 압박하려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군의 폭격기들이 지상에서 3백m밖에 안 되는 저공 비행으로 포탄과 미사일, 폭탄 세례를 퍼부음으로써 충격과 공포에 빠진 카다피 지상군들이 전의를 상실하고 이탈하거나 흩어지도록 몰아간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이런 상황이 되면 카다피 측근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카다피 버리기’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미국은 나토에 지휘권을 넘기며 리비아 인근 해역에 출동했던 해군력은 축소시키는 대신 공군력, 특히 카다피 지상군을 와해시킬 수 있는 저공 비행 폭격기와 공격 헬기 등을 출격시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미국 전략가들은 이를 ‘두더지 몰이’ 전략이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은 카다피에 대해서는 그의 목을 조이는 올가미 작전을 펴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이 있은 다음 날인 3월29일 미국 공중파 방송들과 잇달아 가진 인터뷰에서 “카다피는 분명히 권좌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미국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꼽고 있는 리비아 해법은 카다피가 권좌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카다피의 퇴진 방식으로 사전 협상을 통해 생명을 보장받고 망명까지 허용받은 후 자진 퇴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카다피가 자진 퇴진할 가능성보다는 카다피 측근들, 심지어 카다피 가족(아들)들이 카다피 버리기에 나서 내부에서 끌어내리는 시나리오가 더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다피측이 퇴진하기로 결심만 한다면 퇴로를 놓고 협상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오바마는 “카다피 측근들이 올가미가 조여 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카다피 올가미 조이기’ 안 되면 사태 장기화

▲ 지난 3월19일 미국 해군 구축함 배리 호가 리비아 카다피군 시설을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EPA

카다피군과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리비아 반군을 무장시키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등이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리비아 군사 작전을 끝내려면 리비아 반군이 진격해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 반군을 무장시켜 진격시킨다는 복안은 당초 프랑스가 강하게 내세운 반면 미국은 주저해왔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반군 무장도 고려할 것임을 밝히면서 가시화되고 있다. 나토는 현재 카다피 정부군에게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무기 금수를 집행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해역을 봉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등이 나서 리비아 반군에게 중화기를 제공함으로써 주요 거점 도시들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결국 수도 트리폴리까지 진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리비아 반군 세력이 어떤 부류인지 확실치 않고 향후 친서방 정책을 취할지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등이 반군을 무장시키는 데에 주저하고 있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욱이 반군을 무장시켜 카다피 정권 전복을 시도한다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리비아 군사 작전 허용 결의안의 한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반론에 의해 연합국이 분열될 수 있는 사안이어서 미국 등이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카다피의 버티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 결국 리비아 반군들을 무장시키는 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군사력과 전쟁 비용 면에서 이를 감당할 만한 유럽 국가들이 거의 사라지게 되고, 결국 미국이 독보적인 군사력을 다시 총동원하고 전비도 대부분 감당해야 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미군 희생과 전비를 최대한 아끼려는 오바마의 전략은 지금 당장은 괜찮아 보이지만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낮은 카다피의 자진 퇴진, 측근들의 배반이나 쿠데타, 능력이 의심되는 반군의 진격에 의존하려는 것이어서 매우 위험한 지나친 ‘로지(장밋빛) 시나리오’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 오바마 독트린으로는 성공적인 리비아 전쟁 끝내기를 확신할 수 없고 자칫하면 머지 않아 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론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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