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고 가는 한국 문학, 비평도 멈추지 않아야”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6.07 20: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 속에서 만난 사람│평론가 백낙청 교수

ⓒ박신규 제공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학평론가’라고 즐겨 자처한다. 하지만 정작 그의 비평가 생활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1970년대에 세운 백낙청의 민족문학론은 진보적 문학 논의에 끊임없는 동력원이었던 만큼 숱한 도전과 비판에 시달렸다. 보수주의 지식인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1980년대에는 급진적인 이론가들로부터 ‘계급 문제를 무시한 소시민적 이론가’로 몰리기도 했다. 그러다 1990년대에 들어서 그의 문학 이론은 ‘객관적 진리의 철저한 인식에 더 투철했다’는 관점에서 다시 조명되면서 재평가되었다.

그런 그가 최근 신작 문학평론집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창비 펴냄)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도 그가 문학평론가임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이유가 드러나 있다. 그는 “무엇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 필요한 인문적 교양의 기본이 일종의 문학 비평적 능력이라 믿고 지금도 그 믿음에 따라 살고자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문학’은 좁은 의미의 문예물이 아니라 동서양의 전통에서 오랫동안 그랬듯이 좋은 글들을 두루 가리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비평’은 그런 글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이웃들에게 말하는 작업이다. 읽고 생각하고 다른 이들과 의견을 나누고 하는 일들은 사람들이 위기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백교수는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은 문학하는 사람에게는 긴요하다고 말했다. 신실하게 문학하는 사람에게 말이다. 그런데도 그 물음이 중단될 가능성은 많고 실제로 중단되는 일이 너무도 흔하다. ‘문학이 무엇이다’라고 정답을 임의로 설정해서 더 이상 묻기를 끝내버리거나, 작품을 실제로 읽고 생각하는 작업을 소홀히 함으로써 묻기를 저버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백교수는 최근 한국 문학이 사회 상황과 맥락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문학적으로도 큰 사건에 직면해도 문학인들은 일반 시민들의 문학적 감수성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평론가들은 자기 부류에서만 읽히는 글쓰기로 자족하고 작가들조차 그런 평론에 언급되기 위해 작품을 쓰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민중의 현실과 시대 상황에 맞물려 ‘문학’이 전개되어야 하고,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백교수의 문학과 삶에 대한 자세는 ‘멈추지 않는, 깨어 있음’으로 표현되어지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