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따질 것 없이 ‘루머’는 ‘스토리’가 되고…
  •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1.06.0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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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말이 천리만 가면 오죽 좋을까만은, 작금의 상황은 발 없는 말이 계속해서 분신술을 써가며 사방팔방으로 달려가는 형국이다. 비호감은 루머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루머가 비호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팩트(사실)에는 정황이 중요한데, 멀리 떨어진 존재로서의 스타가 던져주는 팩트는 그 정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황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될 수밖에 없다. 정황에 따라 팩트는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이때부터 팩트는 스토리로 양산될 가능성을 갖게 된다. 대중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스토리를 쓰게 되고, 그것은 조금 지나면 팩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결과물이 되어버린다.

팩트에 대한 부정은 또 다른 스토리로 만들어져 루머의 분신술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 고리 속에 빠져버리면 루머 속에서 소외된 연예인은 끝없는 비호감의 늪에서 자신과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평판 속에 살아야 하는 비운의 길을 걷게 된다. 그 끝이 자꾸만 우울증과 자살로 연결되는 것은 이 출구 없는 오인이 만들어내는 정체성의 상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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