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사랑’ 받거나 ‘비호감’ 되거나
  •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1.06.0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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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행적 들춰내 연예인 괴롭히는 일 다반사…억측과 루머까지 생겨나면서 ‘목숨’ 위협하기도

ⓒMBC

“세상 사람이 정말 무서워요. 어쩌면 그렇게 나쁜 말을 만들어가지고….” <휴먼다큐 사랑>에서 고 최진실씨의 어머니 정옥숙씨는 그렇게 말하며 진저리를 쳤다.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고통을 참을 수 없다는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사채업자로 몰려버린 자신의 딸에게 끊임없이 쏟아지던 비수 같은 ‘나쁜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녀는 “연예인도 사람이다”라고 말하면서 뒤에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결국 하지 않아야 할 선택을 한 딸과 아들(고 최진영) 앞에 망연자실한 엄마는 너무 많이 흘려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눈물을 여전히 흘리고 있었다.

<나는 가수다>의 첫 무대에 오른 옥주현. 그 첫 무대가 방영되기 전부터 그녀는 끝없이 자질 논란을 일으켰다. 그녀에 대해서는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에, 과거 몇몇 행적이 일으킨 비호감 이미지가 덧붙여졌다. 비난의 글이 이어지면서 어디선가 전혀 근거 없는 루머까지 생겨났다. 그녀가 <나는 가수다>의 다른 가수와 심한 마찰을 빚었다는 것이다. 이런 진위도 가려지지 않은 루머에 악플이 또 달라붙었다. 무대에 오른 옥주현은 <천 일 동안>을 불렀다. 노래하며 눈물을 쏟아낸 그녀는 그날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 감동의 무대로 모든 논란이 덮어진 것은 아니었다. 제작진이 옥주현을 띄워주기 위해 의도적인 편집을 했고, 의도적인 룰을 만들었다는 억측이 이어졌다. 그녀는 말 그대로 비호감 연예인이었다.

‘상품화되어 전시되어 있는 인간’ 취급하는 현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구애정(공효진)은 과거 ‘국보소녀’라는 아이돌 걸그룹 출신이지만 지금은 인기 없는 비호감 연예인이 되어 있다.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롤러코스터에서 자장면 먹기 같은, 이미지 관리와는 전혀 동떨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그녀는, 뭘 하든 비난의 화살이 날아드는 비호감 덩어리이다. 신발 경매에서 그녀를 좋아하는 독고진(차승원)과 윤필주(윤계상) 사이에 경쟁이 붙어 신발이 엄청난 고가로 낙찰되자, 대중은 갑자기 그녀가 자신을 띄우려고 스스로 경매가를 높였다는 루머를 퍼뜨린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언론의 집중 화살을 맞고 최고의 비호감 연예인으로 몰린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이다. 이렇게 궁지에 몰린 구애정을 독고진이 나타나 구해주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면 어땠을까. 구애정이라는 이름에 가까이는 옥주현이 겹쳐지고, 멀게는 최진실이 그려지는 것은 왜일까. 최진실의 어머니가 말했듯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이다. 한때 사랑을 한껏 받으며 연예인이 되었던 그들은 어쩌다 사랑받지 못하는 비호감의 굴레에 빠졌을까.

과거의 비호감 연예인이라면 주로 드라마의 악역을 뜻했다. 그때만 해도 드라마 속 캐릭터와 연기자는 동일 인물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악역은 잘만 소화해내면 주연 못지않은 인기를 끌 수 있는 역할이 되었다. 대중은 이처럼 캐릭터와 연기자를 분리해냈다. 그래서 작금의 비호감 연예인은 연예인들의 공식적인 활동, 즉 드라마라든지, CF라든지, 영화·공연 등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행적(이라고 추정되는 이미지들)에서 비롯된다. 즉, 이제는 사적인 행적이 감춰지지 않는 시대이다. 어디서든 연예인은 대중에게 포착될 수 있고, 대중이 마음만 먹으면 그 신상이 털릴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털린 신상에 대해 무어라 항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니 최진실의 어머니가 말했듯, 그저 방구석에 칩거한 채 끼니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가끔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한숨을 쉬는 시간을 혼자 버텨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과거 한때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었다는 사실은 거꾸로 비수가 되어 날아든다. 그저 사랑받지 못하고 살아온 자가 가질 실연의 고통보다 더 큰 것은, 그 이상의 사랑을 받던 자의 실연이다.

이처럼 대중에게 연예인은 그저 호불호(好不好)의 대상일 뿐이다. 스타란 연예 시장 속에서 보면 비정하게도 ‘상품화되어 전시되어 있는 인간’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최진실의 어머니가 말한 것처럼 “연예인도 역시 사람”이라는 데 있다. 대중은 호불호로 좋고 나쁘다고 쉽게 표현하지만, 당하는 연예인에게는 자신의 존재가 통째로 지워지는 충격적인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호불호와 루머의 관계이다. 루머에 의해 비호감이 된 연예인은 아무리 그 루머를 바로잡으려 해도 또 다른 루머에 휘말리기 쉽다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의 옥주현 출연이 문제가 되자, 여기에 대한 해명 발언을 하면서 제작진이 꺼낸 얘기는 ‘제2의 타블로’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학력 위조 루머에 휘말려 다양한 증거 자료를 내밀었지만, 그 증거 자료 역시 조작된 것이라는 또 다른 루머가 만들어졌던 타블로. 그래서 결국은 자신이 나왔던 대학교에 직접 찾아가 확인하는 해프닝까지 벌여야 했던 타블로. 그렇게 모든 증거가 명명백백하게 나왔음에도 여전히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 놓인 그. 이것이 비호감의 잔인한 굴레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비호감 연예인은 그래서 어쩌면 비난받기 위해 존재하는 대상으로 전락한 것처럼 보인다.

대중의 ‘호불호’가 연예인에겐 ‘생과 사’

▲ 공효진. ⓒMBC 제공

<최고의 사랑>이라는 드라마의 제목이 왜 굳이 ‘최고의 사랑’이며, 그 비운의 비호감 연예인인 여주인공의 이름이 왜 ‘구애정’이며, 상대 남자 주인공이 왜 ‘독고진’인지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흥미롭다. 즉 ‘최고의 사랑’이라고 하지만, 이 연예계에 몸담고 있는 구애정이나 독고진은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대중의 눈을 의식하면서 일방적인 사랑을 받거나 미움을 받아왔던 존재이기에, 자신이 갑자기 겪게 되는 가슴 떨림조차 사랑이 맞는지 의심스러워한다. 그래서 비호감 연예인인 구애정은 ‘애정을 구하는’이라는 의미로 들리고, 최고의 스타인 독고진은 ‘진짜 고독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것이 어느 쪽이든 사랑이 쉽지 않은 존재들이다. 그래서 <최고의 사랑>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으로도 들린다. 최고 스타의 사랑이지만, 마치 초심자의 그것처럼 익숙지 않은.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대중의 호불호에 자신들은 생과 사가 오가는 위치에 서게 된 작금의 연예인의 상황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최고의 사랑’을 받거나, 혹은 어느 순간 비호감이 되어버리는.  


 ‘팩트’ 따질 것 없이 ‘루머’는 ‘스토리’가 되고…

발 없는 말이 천리만 가면 오죽 좋을까만은, 작금의 상황은 발 없는 말이 계속해서 분신술을 써가며 사방팔방으로 달려가는 형국이다. 비호감은 루머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루머가 비호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팩트(사실)에는 정황이 중요한데, 멀리 떨어진 존재로서의 스타가 던져주는 팩트는 그 정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황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될 수밖에 없다. 정황에 따라 팩트는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이때부터 팩트는 스토리로 양산될 가능성을 갖게 된다. 대중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스토리를 쓰게 되고, 그것은 조금 지나면 팩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결과물이 되어버린다.

팩트에 대한 부정은 또 다른 스토리로 만들어져 루머의 분신술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 고리 속에 빠져버리면 루머 속에서 소외된 연예인은 끝없는 비호감의 늪에서 자신과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평판 속에 살아야 하는 비운의 길을 걷게 된다. 그 끝이 자꾸만 우울증과 자살로 연결되는 것은 이 출구 없는 오인이 만들어내는 정체성의 상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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