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인권위를 새롭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회 얻었다”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1.10.1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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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 징계 끝나 복귀한 인권위원회 조사관들

ⓒ시사저널 이종현

10월4일 점심 시간.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약칭 인권위) 10층에 때아닌 ‘식당’이 열렸다. 한 달간의 정직 징계 기간이 끝나 복귀한 육성철 조사관(뒷줄 오른쪽) 등 네 명의 인권위 직원들이 정직 기간 동안 음양으로 도와준 직원들에게 조금이나마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인권위 직원들은 정직 기간 동안 이들에게 1천1백80만원을 모금해 주었다. 이날 육성철 조사관은 김밥을, 김원규 조사관(앞줄 오른쪽)은 떡을, 박병수 조사관(뒷줄 왼쪽)은 잡채와 전을, 최준석 조사관(앞줄 왼쪽)은 주먹밥을 준비해 와 참석한 70여 명의 직원들과 나누어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서로의 마음고생을 달래며 “고생했다”라는 덕담도 주고받았다.

이들은 지난 7월29일 열린 인권위 징계위원회에서 1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올해 초 인권위가 계약직 조사관의 계약 연장을 거부한 것에 반발해
1인 시위를 하고 언론에 기고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네 명은 정직을, 일곱 명은 감봉 처분을 받았다. 당시 징계를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 아니냐는 등 논란이 있었다.

정직 기간 동안 이들은 제주 강정마을과 쌍용차 현장 등을 다니며 인권의 소중함과 인권 실태에 대해 공부했다. 때로는 3박4일 동안 같이 지리산에 오르기도 하고, 도법 스님을 만나 생명 평화 사상에 대한 설법을 듣기도 했다. 육성철 조사관은 ‘인권위 공무원의 정직한 일기’라는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10월7일 행정안전부에 징계 취소를 요청하는 소청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 다섯 명을 선임했다. 조만간 징계를 당한 인권위 별정직 공무원들도 행정심판을 할 계획이다.

육성철 조사관은 “정직 기간은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인권위를 떠나보니, 인권위가 얼마나 중요한 기관이고 할 일이 많은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직원들 간에 생각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어떻게 하면 인권위를 새롭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 의미 있는 기간이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겠다”라고 복귀한 소감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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