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무장하는 이란을 누가 손볼까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11.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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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존립 위협받는 이스라엘, 선제 공격 나설 수도…미국은 전면 공격하는 전쟁 계획도

이란이 끝내 핵 무장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적색 경보가 켜졌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 활동에 돌입해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가 발표되어 이스라엘과 미국 등에 초비상이 걸린 것이다. 석유를 갖고 있는 이란이 핵무기까지 손에 쥔다면 이스라엘은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고 미국은 중동 패권 경쟁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의 핵 무장은 이스라엘과 미국에는 악몽이 현실화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이란은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없애야 할 암적 존재라고 공개적으로 지목하고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고까지 공언해왔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이란이 실제로 핵폭탄을 투하해 국가 파괴를 노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측에서 보면 이란의 핵 무장은 즉각 이라크의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이라크의 새 집권 세력과 같은 종파인 시아파로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라크 내 시아파들의 반미 봉기를 획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석유에 이어 핵무기까지 보유하는 이란은 이라크 집권 세력과 손을 잡아 결국에는 이라크 시아파 집권 세력도 미국을 등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럴 경우 미국은 수조 달러를 퍼붓고 4천5백명의 미군을 희생시키며 장악했던 이라크를 이란에 맥없이 내주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패권을 잃고 발을 빼야 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워싱턴의 일부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유전에 1천억 달러대를 투자한 중국, 돈독한 우호 협력 관계를 맺어온 러시아 등이 미국을 협공하는 데 나서 미국은 지구촌 슈퍼파워 게임에서도 패배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2008년 4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가운데)이 테헤란의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AP연합

이란, 폭격당한 경험 살려 단단히 방비한 듯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선제 폭격해 이란의 핵무기 제조를 최대한 늦추게 할 것이라는 공격설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보도했던 미국 시사 전문지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특파원은 IAEA의 이란 핵개발 보고서 발표에 맞춰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사용해 이스라엘 자체를 없애버리는 종말론적 행동을 실제로 감행할 것으로 우려하고,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는 선제 공격을 단행할 가능성이 집중적으로 거론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선제 공격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어 실행될 가능성이 작다고 골드버그 특파원은 분석했다.

우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선제 공격해도 이란의 핵 무장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1981년 이란의 핵시설을 선제 폭격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이란이 그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해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여러 곳에 은닉해왔을 것이므로 이스라엘이 공격한다 해도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의 군사 전략가들은 이란의 핵시설이 과거 1981년 이스라엘을 폭격할 때와는 크게 달라져 공습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의 핵시설들은 수십 군데로 퍼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나탄즈에는 적어도 20여 개 건물과 함께 두 곳의 거대한 지하 시설이 있는데 이 지하 시설은 깊이 8피트에 두께 6피트로 된 콘크리트 장벽 2개로 둘러싸여 있다.

이스라엘의 한계 때문에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직접 공격하는 시나리오도 중점 거론되고 있다.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특파원은 이번에도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보다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직접 공격 가능성이 더 크다고 관측했다. <애틀랜틱>과 시사 주간지 <뉴요커>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의 이란 공격 계획’을 오래전부터 보도해왔다.

미국은 두 가지 공습 계획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하나는 이른바 ‘족집게 공습(Surgical Strike)’으로서, 이란의 핵개발 시설들만 골라 공습을 단행하는 방안이다. 이때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들이 밀집해 있는 나탄즈와 우라늄 전환 시설 단지인 이스파한 등에 폭탄 세례를 퍼붓게 되는데, 인도양의 영국군 기지인 디에고가르시아와 미국 본토에서 F-117 스텔스기, B-2 스텔스 장거리 폭격기, B-52 장거리 폭격기를 출격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의 방안은 핵시설 이외에 이란의 정보부, 혁명수비대 등으로 타깃을 넓혀 좀 더 광범위한 공습을 단행하는 확대 공습 방안이다. 이란 공격을 위한 워게임을 실시해온 미국 국방대학 샘 가디너 교수에 따르면 확대된 공습을 단행하려면 최소한 5일간 4백개의 폭탄 세례를 퍼부어야 한다고 계산했다. 특히 벙커버스터, 전술 핵무기와 같은 지하 시설 관통용 무기를 사용해 요새와 같은 이란의 지하 시설들을 최소한 75곳을 파괴시켜야 한다고 가디너 교수는 관측했다.

미국은 공개적으로는 부인하고 있고, 실행 가능성도 아주 크지는 않지만 이란을 전면 공격하는 전쟁 계획도 수립해놓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시나리오는 그동안 <애틀랜틱>을 시작으로 CNN, BBC 방송 등이 잇따라 보도한 바 있다.

미국, 2주일 안에 정권 전복시킬 계획 세워

▲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란 쿠옴 인근의 한 산악 지역. ⓒAP연합

미국의 이란 공격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은 첫째,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 공격을 가하는 방안을 수립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이 경우 이란 내에 대략 3백개 공격 목표를 정해 집중 포화를 가하게 되는데, 3백개 타깃 가운데 핵시설과 생화학무기 시설은 1백25개 정도이고 나머지는 공중방어망, 사령부 시설들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둘째, 이란의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에 대한 보복적인 기습 공격을 단행하는 것이다. 셋째, 이란의 정권을 교체하는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이란을 공격하는 미국의 군사 작전은 세 갈래 방향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첫째는 이라크 국경에서 주력군이 공격을 개시하는 것이다. 미군의 3개 사단 6만명과 중화기 부대, 별도의 여단 3~4개 병력 1만5천명 내지 2만명 그리고 특수부대 등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다른 두 방향은 이란과 접경하고 있는 남쪽의 아프가니스탄과 북쪽의 아제르바이잔에서 공수여단, 특수부대를 동원해 동시에 공격해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해상에 있는 항공모함 등 해군의 크루즈 미사일 공격과 전폭기, 미국 본토에서 출격하는 B-2 스텔스 장거리 폭격기를 동원한 공습을 병행하게 된다.

미국의 이란 정권 교체 작전은 공격 개시 2주일 안에 테헤란 정권을 전복시키는 것을 포함해 30일 이내에 신속하게 끝내는 작전이 채택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미군은 전광석화 작전을 전개해 신속하게 테헤란까지 진격해 정권을 전복시키고 대체 인물을 세우는 동시에 핵시설 등 위험 타깃들을 파괴시킨 후 재빨리 빠져나오려는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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