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나가는 북한에 어떤 ‘채찍’ 들까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3.2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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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켓 발사를 ‘2·29 합의’ 파기로 간주해 식량 지원 중단 등 별러…군사적 방안까지 검토할 듯

북한 김정은 체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깜짝 행보가 나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는 이번 대선전에서 외교 성과의 하나로 포장하려던 북한 다루기가 다시 골칫거리로 바뀌자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2월29일 발표한 ‘핵 활동 동결과 식량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패키지 합의는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깜짝 예고로 인해 잉크도 마르기 전에 파기될 위험에 빠졌다. 북미 관계와 한반도 안보 상황은 다시 결빙되고 있다.

북한은 핵 활동 동결과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미국과 합의했다고 공표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김일성 탄생 100년을 맞는 4월에 광명성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는 특이 행동을 취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 체제의 정책을 판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서 2·29 합의(2월29일)를 시행하기도 전에 파기를 암시한 것은 크게 세 가지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 3월7일 중국 베이징에서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가 북·미 식량 지원 협의를 끝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연합

북한의 체제 생존 전략에 대한 세 가지 분석

첫째, 김정은 체제가 변함없이 생존 전략으로 핵미사일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이다. 즉, 김정은 체제에서도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고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까지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최장거리 미사일 기술까지 보여줘 핵미사일을 생존 무기로 삼겠다는 체제 생존 전략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북한의 이번 움직임은 예전의 도발적 행동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대화와 협상이 재개되는 순간 도발적 행동을 취해 최대한 얻어내려 시도하거나 아예 협상을 중단시키는 벼랑 끝 전술을 펴왔다.

셋째, 또 다른 도발적 행동을 취하기 위한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향후 몇 달 안에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은 과거 행태로 보면 미사일 시험 발사 후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게 되고 이를 구실로 삼아 핵실험을 강행하는 수법을 써왔다고 클링너 연구원은 지적했다. 북한은 2009년에도 미사일 시험 발사로 유엔 제재를 받게 되었고 그 제재를 구실 삼아 한 달여 후에 핵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출범 3년 만에 사실상 처음으로 북한에 대해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려던 오바마 미국 행정부로서는 발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매우 불쾌하다는 분위기를 보이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는 국무부, 국방부 등이 나서서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 도발적인 행위가 될 뿐만 아니라 합의와 배치되는 일이어서 미국의 식량 지원이 어려워질 것임을 경고했다.

북한이 만약 김일성 탄생 100년이 되는 4월15일에 맞춰 광명성 3호의 발사를 강행한다면 미국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탄두만 탑재하면 최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2호를 시험 발사하는 것이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유엔 결의 1718호와 1874호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또 북한이 최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삼가하겠다고 다짐한 것과는 모순된 태도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경고는 북한이 광명성 로켓을 발사하면 북미 합의를 어긴 것으로 간주해 대북 식량 제공과 관계 개선 등이 모두 어려워질 것임을 미리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단순히 북한의 돌출 행동에 놀라고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우려하고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정보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2015년에는 핵탄두를 탑재한 대포동 2호 최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1998년과 2006년, 2009년 세 차례 대포동 1호와 2호를 시험 발사했다.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탄두만 탑재하면 탄도미사일이 되기 때문에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최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2009년에 발사한 미사일은 3단계 추진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실패작으로 평가되었지만, 2천5백마일이나 날아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주변 관련국들로부터 큰 우려를 산 바 있다. 북한이 핵무기 양산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 공격할 수 있는 대포동 2호를 갖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체제 생존을 보장받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발사 예고한 것만으로도 식량 지원 계획 연기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할 장소로 예상되는 평안북도 동창리 로켓 발사대의 최근 위성 사진. ⓒ AP연합
미국은 북한이 광명성 3호의 4월 발사를 예고한 것만으로도 식량 24만t 지원 계획을 일단 연기하는 대응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북한과 베이징에서 식량 지원 문제를 놓고 후속 협의까지 벌였는데 완전 폐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대북 식량 지원은 유보시키게 된 것이다.

미국은 또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측과 외교 접촉을 갖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월15일을 전후해 북한이 광명성 3호를 실제로 발사한다면 미국은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헤리티지 재단의 부르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이때에 들 수 있는 대북 채찍은 크게 네 가지일 것이라고 정리했다.

첫째, 24만t에 달하는 대북 식량 지원과 북미 정치 협상을 전면 중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해 북한을 더욱 압박해나간다는 방안이다. 새 유엔 제재 결의안을 통해 북한에 대해 기존의 제재 조치에서 전면적인 제재로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셋째, 중국을 포함한 모든 유엔 회원국에게 대북 제재 조치를 엄격하게 이행하도록 압박을 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새 유엔 결의안에 군사적 방안 사용을 허용하는 유엔 헌장 챕터7, 아티클 42항을 채택하도록 촉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결의안에 이 조항을 포함하면 대량살상무기를 이전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해 무력을 동원해 검문 검색하고, 승선해 강제 조사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이 4월에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고 미국이 채찍을 다시 내리친다면 북 . 미 관계가 다시 얼어붙고 한반도 긴장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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