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기업’ 대하는 태도, 삼성가는 ‘기념’하고 현대가는 ‘쟁탈전’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3.2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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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뱅크
범삼성가와 범현대가에 포함된 그룹들은 현재 한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지난 1938년 대구시 수동(현 인교동)에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이후 제조업과 중화학, 전자, 반도체로 산업 영토를 넓혀나갔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역시 지난 1947년 설립된 현대토건을 기반으로 건설, 중공업, 자동차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현재의 현대 일가를 일구었다. 

삼성그룹의 모태는 대구의 삼성상회 터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6월 대구시와 함께 이 터를 기념관으로 리뉴얼했다. 하지만 인근 침산동에 위치한 제일모직 터는 방치해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삼성그룹측은 “지난 1996년 대구 공장을 구미로 옮기면서 오페라 전문 극장을 지어 대구시에 기부 체납했다. 나머지 공간에는 이병철 창업주의 집무실이 있던 본관과 기숙사 건물이 위치해 있다. 현재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정경훈 대구시의회 의원은 “삼성그룹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삼성그룹측은 그동안 제일모직 터에 초고층 빌딩과 쇼핑센터, 금융 빌딩을 건립하기로 약속했다. 내부적으로 TF팀을 구성하고도 아직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대가는 서로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형제들 간에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놓고 숙질 간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도 현대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었다가 탈락하는 등 한 차례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현대가 역시 모태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건설업계 1위였던 현대건설은 지난 2001년 부도가 나면서 채권단의 손에 맡겨졌다. 현대그룹의 해외 병참기지 역할을 하던 현대종합상사 역시 지난 2003년에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두 회사를 인수하면서 현대가의 품으로 돌아왔다. 경영 상황 역시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는 평가이다. 재계에서는 이런 조치가 결국은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가의 경우 2000년 터진 형제 분쟁으로 모태에 대한 애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옛 현대 계열사들을 다시 사 모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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