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폭리 ‘해도 너무한다’
  • 류종은│뉴스원 기자 ()
  • 승인 2012.12.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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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사면 2배…딜러 배만 불려

한 백화점의 명품 MD로 일하는 ㅅ씨(34·여)는 최근 BMW 320d를 사기 위해 딜러 매장을 찾았다. BMW 딜러는 ㅅ씨에게 차량을 인도받는 데 한 달 이상 걸리는 320d보다 가격 차이도 크지 않고 빨리 받을 수 있는 520d를 구매할 것을 유도했다. ㅅ씨는 고민하다가 구매를 미루었다. 하지만 며칠 뒤 6천만원이 넘는 520d의 수입 원가가 3천7백만원 수준이고 4천7백50만원인 320d의 수입 원가가 2천8백80만원대인 것을 알게 된 후 수입차를 사지 않기로 결정했다.

(위)ⓒ BMW코리아 제공, (아래)ⓒ 메르세데스 제공
1억3천만원짜리 벤츠, 2억6천만원에 판매

서울 대치동 학원에서 연봉 2억원을 받고 있는 인기 국어강사 ㄱ씨(32)는 지난 10월 메르세데스-벤츠의 E300을 구매하기 위해 딜러로부터 차량 견적을 뽑았다. 당시 ㄱ씨는 6천9백10만원인 E300 엘레강스 모델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며칠 뒤 해당 모델의 수입 원가가 3천8백만원에 불과하다는 뉴스를 접한 뒤 벤츠 대신 국산차를 샀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10%를 넘어서면서 ‘수입 원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한·유럽 FTA가 발효되었기 때문에 수입차 가격 인하를 기대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수입차 가격은 크게 내리지 않았다. 수입업체와 딜러의 마진이 20~30%에 달하는 탓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1월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35.1% 증가한 1만2천4백70대였다. 국내 수입차 등록 대수가 9개월 연속 1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또한 올 1~11월 수입차 누적 등록 대수는 12만1백9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7천1백58대)보다 23.7%나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시장의 확대에 개별소비세 인하와 FTA에 따른 관세 인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윤대성 KAIDA 전무는 “11월 수입차 신규 등록은 일부 브랜드의 대기 물량 해소 및 신차 효과와 더불어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한 요인에 힘입어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입차의 판매 가격이 실제 수입 원가에 비해 여전히 비싸다는 점이다. 특히 가격이 비쌀수록 수입 원가와 판매가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세단 S600의 경우 국내 판매가는 2억5천8백80만원이지만 수입 원가는 11만5천 달러(약 1억3천만원)에 불과했다. 가격 차가 무려 2배나 된다.

수입차 판매 가격은 6단계를 거쳐 책정된다. 먼저 임포터(수입사)가 차량을 들여오면 수입 원가에 관세가 붙는다. 관세는 일본산은 8%, 미국산은 4%, 유럽산은 3.2% 등이다. 다음으로 관세가 부과된 가격의 10%에 달하는 개별소비세가 붙는다. 이후 개별소비세의 30%에 달하는 교육세가 부과된다. 이 가격에 수입사와 딜러의 마진을 합친 금액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더해지면 최종 판매 가격으로 결정된다.

일례로 올해 가장 많이 판매된 BMW 520d의 수입 원가는 3천7백23만원으로 나타났다. 수입 원가와 관세(3.2%)를 합친 금액에는 10%의 개별소비세가 붙는다. 또한 개별소비세의 30%가 교육세로 추가 부과되어 총 4천3백42만원이 된다. 여기에 수입사와 딜러사의 마진이 각각 더해진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수입사와 딜러사의 마진은 12~20%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매겨진 금액의 10%에 달하는 부가가치세가 추가되면 최종 판매가는 6천1백30만원이 된다.

매출 4조 독일차 삼형제, 사회 공헌비 ‘8억’

메르세데스-벤츠의 E300은 수입 원가가 3천8백만원이지만 국내에서 6천9백10만원에 판매되었다. 수입사와 딜러가 가져가는 마진만 거의 2천만원이다. 아우디 A6 3.0 TDI도 판매 가격은 6천7백만원이지만 수입 원가는 4천70만원 선이고, 폭스바겐의 골프 2.0 TDI(3천2백60만원)는 수입 원가가 2천만원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차량의 수입사와 딜러의 마진은 수입 원가 대비 33%에 달했다.

결국 수입차 가격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입사와 딜러의 마진이다. 그 마진에 따라 부가가치세까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수입차 딜러는 “차량 가격에서 딜러사가 가져가는 마진은 평균 12~15% 선이고 나머지 마진을 모두 수입사가 가져간다. 대부분 비슷한 규모로 나눠지지만 차량 가격이 높을수록 수입사가 가져가는 비중이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딜러가 가져가는 마진은 차량 가격의 1~2% 선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특성상 고객 서비스도 많고, 직원들 월급과 딜러사 마진 등을 챙기고 나면 남는 마진이 많은 편은 아니다. 마진에 대해서 고객과 직원 및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을 점차 키워나갈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DART)을 통해 조회해보니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15.6% 증가한 1조3천17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0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년 연속 ‘1조원 매출’을 이어갔다. 지난해 영업이익 성장률은 더 높았다. 전년에 비해 무려 48.6% 증가한 4백63억5천5백54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매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둔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 사회공헌 명목으로 기부된 금액은 4억5천만원. 매출액의 0.035% 수준이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2010년보다 14배가량 늘어났다. 2010년에 집행된 기부 액수는 매출의 0.003%인 3천56만원에 불과했다.

BMW도 예외가 아니다. BMW는 지난해 국내에서 1조4천7백3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4백67억9천5백82만원에 이른다. 반면 사회공헌비는 매출액의 0.022%인 3억2천1백90만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7월 BMW코리아가 설립한 ‘미래재단’에 6억2천7백93만원을 기부한 금액을 포함하더라도 9억4천9백84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매출의 0.064% 수준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역시 지난해 1조1천2백59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3백28억4천4백18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사회공헌비는 달랑 5천만원만 내놓았다. 매출의 0.004%에 불과한 금액으로, 그야말로 ‘쥐꼬리’ 수준이다.

‘독일차 3총사’가 지난해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은 자그마치 3조9천9억원. 영업이익은 1천2백59억9천5백54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의 사회공헌비는 총 8억2천1백90만원 정도이다. 매출의 0.021%만 한국 시장에 기여한 셈이다. ‘매출에 비해 사회공헌 기여액에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수입이 많이 늘어나 이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하려고 한다. 사회공헌 활동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단기적으로 얼마를 집행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도 “BMW가 해외에서는 활발한 기부 활동을 하는 반면,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미래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돈만 버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인 만큼 국내 투자나 사회공헌 비중을 늘려야 한다. 특히 차량 수리에서 나타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국내에 부품 공장을 설립하고 서비스센터를 확충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BMW 매장. ⓒ 사진팀 사진자료
팔면 그만…독일차, 서비스 투자 ‘뒷전’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BMW의 국내 서비스센터는 33곳이다. BMW가 가장 많은 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8곳이고, 폭스바겐은 21곳, 아우디는 19곳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정비센터 한 곳이 감당해야 하는 차량은 무려 2천~3천대에 이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한 곳당 3천6백72대로 가장 많았다. 이어 BMW(3천3백6대), 폭스바겐(2천6백77대), 아우디(2천5백89대) 순이었다.

독일 수입차의 비싼 공임료와 수리비도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 부품 가격은 국산차에 비해 5배 이상 비싸고, 평균 수리비도 3.5배가량 높다. 수입차 전면 수리비의 평균은 1천21만원으로 국산차 1백82만원보다 5.6배 높다. 후면 평균 수리비는 4백35만원으로 국산차 93만원보다 4.7배 비싸다.

부품 가격과 함께 수리비를 결정하는 공임비도 독일차 브랜드는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평균 공임비는 6만8천원이다. 7만6천원까지 받는 서비스센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BMW의 경우, 평균 공임비가 6만원,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5만5천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수입차 수리 비용이 들쭉날쭉한 것은 국산차의 견적 프로그램(AOS)처럼 신뢰성 있는 수리비 산정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한 독일차 관계자는 “수리 비용이 비싼 것은 부품을 독일 본사에서 공수해오기 때문이다. 공임료도, 민감한 수입차를 수리하는 데 들어가는 기술자의 기술력에 따른 적정한 가격이다”라고 주장했다. 한 서비스센터 기술자는 수리비가 비싼 가장 큰 이유는 독일 본사에서 부품값을 너무 비싸게 받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독일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서 돈을 많이 버는 만큼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리 비용을 낮추기 위해 부품을 국산화하거나 자사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가 많이 팔렸기 때문에 앞으로 워런티(보증 기간)가 끝나는 소비자의 피해가 더욱 우려된다. 수입차 업체 스스로가 소비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 당국도 이들을 계도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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