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에도 ‘여풍’ 분다
  • 이영종│중앙일보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3.05.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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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군부 체제의 진용이 어느 정도 짜이면서 관심은 군부 다루기와 관련한 김정은 제1비서의 다음 행보가 뭘까 하는 점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이영호 총참모장의 숙청을 신호탄으로 이어져온 군부 핵심 요직 인사는 군부를 좀 더 확고하게 장악하기 위한 극약 처방 성격이 짙다. 당시 휴일에 정치국 회의를 소집해 이영호를 숙청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김정은을 군 원수로 추대하는 발표를 내놓은 것은 의미 있는 대목이다. 이영호를 모든 직위에서 해임한 것이 김정은의 군사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수순이었음을 짐작케 한다는 점에서다. 이후 김정은과 그 후견 세력에 의한 군부 장악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여기에는 김정은보다 고모인 김경희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희는 오빠 김정일이 2008년 여름 순환기계통 이상으로 쓰러졌을 때 이른바 병상 통치를 했고, 같은 해 11월 복귀한 이후에는 공개 활동 수행 등 보좌를 했다. 후계자로 김정은을 낙점하고 후계 권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김경희가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이란 진단이다. 김경희는 ‘노동당 비서’로 파악되고 있는데 그가 담당하는 업무가 조직지도부일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당뿐 아니라 군부와 내각 핵심의 자리를 거머쥐고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심 자리다.

김경희와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그리고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은 김정은의 후계 권력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하는 3인방이다.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군부를 어떻게 통제해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 지지 세력으로 만드느냐일 것이다. 무엇보다 김정은의 군사 리더십 부족이 후계 권력 안착에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해 2월 3차 핵실험 국면에서 최고사령관으로서 보인 김정은의 행보는 군부 원로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줬을 수 있다. 직접 최전방과 대남 특수전 부대를 방문하고 적개심 가득 찬 대남 위협 발언을 쏟아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오랜 우방인 중국의 영도 세력으로부터도 싸늘한 시선이 돌아왔다. 김정은은 지금 출구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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