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포털의 낚싯밥이 아니다
  •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3.07.0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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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창작 생태계 활성화 대책 내놨으나 효과 기대하기는 미지수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500만 관객을 끌어모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던 6월20일, 문화체육관광부(문화체육부)는 ‘만화 창작 생태계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웹툰이 대세’라는 기사들이 매체를 장식하는 가운데 발표된 이 대책의 목표는 말 그대로 만화 창작 생태계의 활성화다. 거꾸로 말하면 현재 만화 창작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잘되고 있다면 이런 대책이 필요 없다.

문화체육부가 발표한 주요 활성화 대책은 유통 구조 합리화, 창작자 처우 개선, 해외 진출 지원 등 3가지가 큰 줄기다. 올해 이뤄지는 2개 중소 플랫폼(레진코믹스와 코믹플러스) 지원은 유통 구조를 합리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좋은 만화를 국·영문 데이터베이스(DB)와 3분짜리 영상으로 제작하는 사업도 한다. 좋은 작품을 널리 알리고, 콘텐츠 제작자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만화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연극·게임 등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도 펼친다. 또한 예산 30억원을 만화 창작자의 처우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 번역 지원 사업과 전시회 출품 등을 지원하고, 인터넷에서는 타파스틱·쿤부리 컨소시엄 플랫폼을 선정·지원한다.

네이버와 다음이 웹툰 작가의 등용문이 된 지 오래다. 잘나가는 웹툰 작가도 포털의 눈치를 보며 창작을 하는 실정이다. ⓒ 시사저널 전영기
포털이 웹툰 작가들의 창작 의욕 꺾어

이러한 정책들은 분명 명분과 가치를 가진다. 일정 정도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여름철 가물어버린 들에 내리는 약간의 소나기와 같다. 웹툰이 차세대 유망 콘텐츠 장르인 듯 보이지만 문제는 ‘포털’에 있다. 이번 정책은 이를 피해갔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 환경이 활성화되면서 수많은 웹툰이 창작됐다. 이때 초기 웹툰은 주로 개인 홈페이지(홈피)형이었다. 하지만 곧 자취를 감췄다. 웹툰의 가능성을 본 몇몇 만화업체들은 오프라인 만화잡지처럼 홈페이지를 운영했다. 이조차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개인들의 홈피형 웹툰과 업체형 웹툰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등장한 것이 포털형 웹툰이다. 네이버, 다음 등은 이용자와 방문자에게 무료로 만화를 제공함으로써 유료로 만화를 제공하던 개인이나 업체들을 고사시켰다. 포털은 인터넷 자체가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는데 만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돈을 지불하고 만화를 열독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 되었다.

무엇보다 공짜 웹툰은 작품 자체의 가치 평가에 혼란을 주었다. 이즈음 포털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강풀의 만화가 영화로 제작되는 족족 흥행에서 참패하면서 조회 수만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포털형 웹툰에서 가장 문제는 편중성과 획일성이다.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선호하는 작품만 우선되고, 이 때문에 웹툰의 다양성이 훼손된다. 문화적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을 때 문화 콘텐츠는 곧 붕괴된다. 몇 개 업체의 플랫폼을 선정해 지원한다고 해서 포털형 웹툰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창작자의 생계를 책임지는 방식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포털형 웹툰이 성공하는 공간학적 이유를 인식해야 한다. 이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한국 영화 관객을 끌어올린 이유와 같다. 포털형 웹툰은 포털을 방문하는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접속하기 때문에 ‘유목적’이지 않다. 마치 멀티플렉스 공간에 일단 간 다음 영화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포털에 들어간 상황에서 네티즌들은 웹툰을 선택한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하려는 웹툰 플랫폼은 ‘유목적’인 공간이다. 일부러 그 사이트를 방문해야만 한다. 이런 방식은 크게 성공할 수 없다. 영화를 예로 들면 몇 개의 영화만 보여주는 상영관과 다를 바 없으며, 이러한 방식은 과거에 모두 실패했다. 복합적인 디지털 공간 속에 웹툰이 존재해야 한다. 차라리 몇 개 업체를 지원하는 것보다 공공 포털 안에 웹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홈피 웹툰’ 촉진해 작가들에게 화판 돌려줘야

만화가에 대한 지원은 직접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에 대한 금전적 피드백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만화가 붕괴된 것은 무료 개념 때문이다. 포털형 웹툰이 잘되는 것은 바로 이런 무수한 희생자들의 피골(皮骨) 위에 있어서다. 따라서 포털에 노출되는 모든 만화 콘텐츠에 대해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 즉, 포털에 노출되는 것은 책으로 말하면 ‘퍼블리싱’이기 때문이다. 출판에서는 책으로 만들어져 공중에 노출되기 이전에 계약금, 이후에 인세가 주어진다.

정말 만화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개인들의 홈피 웹툰을 촉진해야 한다. 그것은 작가들에게 화판을 돌려주는 일이다. 지금은 남의 화판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부가 지원해야 할 대상은 기업이나 플랫폼에 앞서 각자 다양한 작품 세계를 가진 개인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홈피 방문자들은 반드시 일정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10원이라도 좋다. 초기에 그 대가는 높은 수준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일정한 수익 선순환의 토대가 있어야 개인들도 작품을 진화시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털이 개인 홈피들을 링크해주는 매개 역할을 해야 하고, 포털 안에 작품을 담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모든 웹툰의 지적재산은 개인들에게 선순환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멀티플렉스가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 대해 할애를 하듯이 따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어쨌든 포털이라는 화두를 피해서는 웹툰은 진정 정부가 원하는 방식대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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