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일가, 청담동에 100억대 빌딩 갖고 있었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09.0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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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확인…맏며느리 정도경씨가 1998년 매입

1672억원이라는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도 떵떵거리며 살아온 전두환 전 대통령. 이번에는 미납 추징금을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지금 그는 말 그대로 ‘공공의 적’이 됐다. 이런 국민 정서를 등에 업은 검찰의 압박 수위도 어느 때보다 높다. ‘비자금 관리자’로 지목받아온 처남 이창석씨가 구속됐고, ‘비자금 유산’을 물려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자녀들의 줄소환도 예고돼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숨겨진 재산과 관련해 상당 부분이 부동산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조카 이재홍씨가 소유했다가 외식업체 대표 박 아무개씨에게 매각한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땅을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몫으로 은닉된 재산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정도경씨가 소유했던 청담동 빌딩과 손삼수씨 소유의 평창동 주택(작은 사진). ⓒ 시사저널 임준선·최준필
<시사저널>도 그동안 전두환 일가의 부동산을 집중 추적해왔다. 이 중에는 자금 출처와 거래 방식 등에 의혹이 제기되는 곳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전 전 대통령의 맏며느리인 정도경씨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빌딩을 소유했던 사실을 단독으로 확인했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정씨는 1998년 11월26일 이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전 전 대통령 가족이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던 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씨의 남편인 재국씨도 1998년 4월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시공사 건물 인근 부동산을 매입했다. 같은 해 8월에는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토지를 매입해 2007년 5월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을 완공했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에 들어가면서 외환위기를 겪기 시작할 때다. 경기 불황으로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맬 때 재국씨 부부는 금싸라기 부동산을 사들인 셈이다. 전 전 대통령의 내란죄 및 뇌물죄에 대해 대법원이 무기징역과 함께 2205억원의 추징금을 확정 판결한 이듬해라는 점도 관심을 끈다. 이와 별개로 재국씨 부부의 자녀들이 10대의 나이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거액의 부동산을 유증받은 시기는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던 1997년 1월6일이었다.

정씨 소유였던 청담동 부동산은 대지 면적이 315.7㎡(약 95.5평)로 2013년 1월 기준 공시지가로 46억900만원이다. 건물을 포함해 시가로 1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주변 중개업자들은 말하고 있다.

현재 지하 2층에 지상 5층인 이 빌딩의 1층에는 유명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2006년에 계약한 전세금이 3억원이다. 갤러리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게 이 빌딩 4층에도 유명 갤러리 사무실이 있다.

정씨가 해당 부동산을 매입한 직후인 1999년 1월 기준 공시지가로 계산하면 7억8300만원이다. 당시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이 아주 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가격은 이보다 몇 배 더 높았을 것으로 평가된다. 정씨는 이 빌딩을 2002년 7월5일 조 아무개씨에게 팔았다. 2003년 1월 기준 공시지가로 따지면 14억5400만원이다.

전씨 ‘비자금 관리인’ 의심 손삼수씨 또 등장

정씨가 청담동 부동산을 살 때와 팔 때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주소지는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동 241-21 신동아아파트 12동 ○○○호였다. 남편 재국씨와 자녀들이 함께 살던 아파트다. 그런데 2000년 1월31일 주소가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1××-1×로 변경된다. 아들 우석씨도 같은 날 주소지를 이곳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2002년 5월3일 주소지를 원래 살던 신동아아파트로 다시 변경했다. 부동산을 매매하기 두 달 전쯤이다.

반면 이 시기 재국씨의 주소지는 신동아아파트에서 바뀌지 않았다. 2003년 5월2일 외할아버지인 고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 회장이 설립한 성강문화재단 부설 기관인 한국미술연구소가 있는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4××-×로 잠시 주소를 옮겼다가 2004년 6월16일 현 주소지인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2××로 옮긴 게 전부다. 딸 수현씨도 마찬가지였다.

이것만 놓고 본다면 정씨 모자가 2년 넘게 재국씨 부녀와 떨어져 산 셈이 된다. 그런데 <시사저널> 취재 결과 이 시기 정씨 모자가 주소지로 기재한 곳은 전 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아온 손삼수씨가 1992년 3월23일 매입해 지금도 소유하고 있는 주택인 것으로 확인됐다. 5공화국 시절 청와대 재무관을 지낸 손씨는 2000년 경매에 나온 전 전 대통령의 벤츠 승용차를 낙찰받아 구설에 오른 인물이다.

최근에는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IT업체를 재용씨가 비자금 수사를 받을 당시 손씨가 매입한 사실이 다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올해 8월5일자에서 재용씨가 이 회사의 미국 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빼돌리려 한 정황을 포착해 보도한 바 있다. 손씨가 소유한 평창동 주택의 경우 이 회사를 채무자로 한 근저당이 여러 차례 설정·해지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19일에도 채권 최고액 4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자금 수사 때마다 등장하는 수상한 아파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2003년 말 비자금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시기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이모 부부에게 매매한 것으로 확인돼 재산 추징을 피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시사저널>이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동 241-21 신동아아파트 12동 ○○○호는 2000년 5월13일 당시 재용씨의 아내였던 전처 최정애씨 이름으로 매입했다가 2001년 10월30일 재용씨 부부가 지분을 절반씩 나눠가졌다.

이 아파트는 2003년 11월4일 어머니 이순자씨의 동생인 정순씨 부부가 지분을 절반씩 나눠가지는 형태로 매매됐다. 정순씨 남편이자 전 전 대통령의 손아랫동서인 김상구씨는 5공화국에서 호주 대사를 지냈고 이후 정계로 진출해 국회의원을 두 차례 지냈다. 전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난 직후 5공 비리 조사에서 호주 대사를 맡고 있던 시절 전 전 대통령의 해외 재산 도피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12동은 유난히 전두환 일가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씨는 2010년 12월20일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빌라 한 채를 7억4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빌라는 2007년 5월8일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의 아들이 최 아무개씨로부터 7억4000만원에 산 것으로 나타났다. 효선씨가 외사촌 동생이 3년 전에 산 빌라를 같은 가격에 매입한 셈이다. 그런데 이 빌라의 원 소유자였던 최씨의 주소지도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12동으로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살던 아파트 바로 아래층이었다. 재용씨의 전처 최정애씨가 신동아아파트를 매입할 당시 주소지는 같은 12동이기는 하지만 호수가 다른 전 아무개씨 소유의 아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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