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피아니스트, 돈, 탈주극 그리고 청부살인
  • 정락인·조유빈 기자 ()
  • 승인 2014.01.2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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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채홍덕 감독 죽음 둘러싼 미스터리 추적

지난 1월4일 오후 유명 공연예술가인 채홍덕씨(40)는 서울 관악구 낙성대 부근의 한 카페로 향했다. 채씨는 그 며칠 전 이 아무개씨로부터 ‘예술영화 감독’ 자리를 제안받았다. 이전에 추진했던 예술영화 작업이 무산돼 상심하고 있던 터라 더없이 반가웠다. 지난해 12월 말 조카인 채씨와 통화했던 외삼촌 정문기씨는 “새로운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채씨의 어머니는 1월4일 오후 2시3분쯤 “사랑하는 아들!” 하며 전화를 했더니 “엄마, 지금 회의에 들어가야 하니 끝나고 연락할게”라고 해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게 모자간의 마지막 통화였다.

1월4일 괴한들에게 납치당한 후 살해된 공연예술가 고 채홍덕씨와 납치를 사주한 전부인 이 아무개씨의 결혼 사진. ⓒ 시사저널 박은숙
괴한 3명에게 납치 살해, 배후는 전부인

채씨가 약속 장소인 ㄹ카페에 도착해보니 사전에 연락이 됐던 이씨와 남성 두 명이 더 있었다. 이씨는 “이사님이 회사에서 보고 싶어 한다”며 채씨를 미리 준비한 승용차로 유인했다. 그가 차량에 오르는 순간 세 명의 남성은 괴한으로 돌변했다. 채씨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이들에게 제압당했고, 미리 준비된 와이어타이에 손을 결박당했다. 이때가 오후 2시50분쯤이다. 채씨가 ‘아차, 속았구나’ 생각했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채씨를 태운 차량은 영동고속도로로 방향을 잡고 한참을 달렸다. 3시30분쯤 범인들은 화장실에 들르기 위해 하행선인 용인휴게소에 차를 주차시켰다. 이때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던 채씨가 차에서 내리는가 싶더니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탈출을 시도했던 것이다. 당황한 범인들은 채씨를 강제로 차에 밀어 넣었고, 이 과정에서 주범인 이씨가 채씨의 허벅지를 칼로 수차례 찔렀다. 범인들은 칼에 찔려 신음하는 채씨를 태우고는 황급히 휴게소를 빠져나왔다. 한 시민이 이 모습을 목격하고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이때부터 쫓고 쫓기는 고속도로 추격전이 시작된다. 중앙고속도로 대구 방면 남원주 요금소 부근부터는 충북경찰청과 강원경찰청 소속 고속도로 순찰차 3대가 동시에 범인들의 차량을 뒤쫓았다.

범인들도 필사적이었다. 시속 150km로 내달리며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광란의 질주를 벌였다. 경찰은 고속도로를 통제하고 범인들의 차량에 접근해 공포탄을 쏜 후에야 검거할 수 있었다. 차량 뒷좌석에서는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채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동맥 절단에 의한 과다 출혈이 사망 원인이었다.

경찰은 범인들을 용인 동부경찰서로 압송해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배후에 제3의 인물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숨진 채씨의 전부인 이 아무개씨(41)였다. 이씨 또한 ‘미모의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예술계 종사자였다. 범인들은 이씨가 “결별한 전남편에게 결혼 후 준 돈을 받아달라”며 청부 납치를 시켰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형사들을 이씨의 주거지로 보내 강도 상해 교사 혐의로 이씨를 체포해 용인 동부서로 연행했다. 납치를 사주한 채씨의 전부인 이씨와 범인들을 심문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하나 둘 드러났다.

납치 시나리오를 짠 것은 전부인 이씨였다. 이씨는 채씨가 예술영화 작업이 무산된 것을 알고는 이를 미끼로 그를 유인했다. 또 채씨와 범인들이 만난 카페를 통째로 빌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 이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지인으로부터 채씨의 전부인 이씨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이씨는 공범들을 물색하다가 유흥업소에서 영업상무로 일할 때 알게 된 심부름센터 직원 정 아무개씨와 유 아무개씨를 끌어들였다. 정씨에게는 일당 5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유씨에게는 빌려준 돈 1000만원을 안 갚아도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납치를 사주한 이씨와 범인들은 ‘우발적인 살인’을 주장한다. 전부인 이씨는 “돈을 받아달라고만 했지 살인을 교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고, 범인들도 “처음부터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며 계획적인 살인을 부정하고 있다. 이씨는 변호사를 선임한 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석인 변호사는 “(전부인 이씨는) 지금도 돈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단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짧게 말했다.

고 채홍덕씨와 부인 이씨가 작성한 사실혼 부당 파기 위자료 지급 합의서. ⓒ 시사저널 박은숙
석연치 않은 범행 동기, 끝없는 거짓말

이 사건의 앞뒤 정황을 보면 범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우선 범행 동기가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전부인 이씨는 처음에는 “전남편에게 받아야 할 돈 1억원이 있으니 독촉만 해달라”고 심부름센터에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곧 거짓말로 드러났다.

채씨와 이씨는 2010년 8월 결혼식을 올렸으나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채 사실혼 관계로 살았다. 이씨가 혼인신고를 차일피일 미뤘다고 한다. 그러다 2012년 11월19일 양쪽이 합의해 ‘사실혼 부당 파기’를 하고, 이에 따른 ‘위자료 지급 합의서’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귀책사유가 전부인 이씨에게 있다고 돼 있다. ‘혼인 생활 중 외도, 습관적인 거짓말, 가출, 또 다른 외도남과의 동거·임신·낙태, 그리고 남편 채씨 소유의 서초동 사업장에서 발생한 현금 매출 유용으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혔다’고 적혀 있다. 이씨는 남편 채씨에게 위자료로 7000만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채씨는 이씨가 입혔던 손해 중 일부인 7000만원을 사실혼 파기 합의의 위자료로 청구함으로써 이씨에 대한 모든 법적 절차를 정리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전부인 이씨는 받을 돈이 아니라 채씨에게 줄 돈이 있었다. 이씨가 주장하는 ‘받을 돈 1억원’에 대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반면 합의서는 남편 채씨와 부인 이씨가 친필 서명을 하고 법무법인에서 공증한 것이어서 법적 효력이 있다.

‘사실혼 부당 파기 위자료 지급 합의서’를 들이대자, 이씨는 다시 말을 바꾼다. 이번에는 “혼수 비용 1억원에 대한 대가를 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기자가 채씨의 유족에게 확인한 결과 이씨는 결혼할 당시 혼수를 해오지 않았다. 고인의 둘째 누나는 “결혼할 때 숟가락 하나 가져오지 않았다”며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채씨의 어머니는 “혼수 비용으로 500만원을 가져왔기에 내가 거기에 100만원을 보태 다시 돌려줬다”고 말했다. 결혼식 비용도 남편 채씨 측에서 전액 부담했다. 유족들이 제시한 영수증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했다.

이씨의 거짓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세 번째로 말을 바꿨다. “남편 채씨가 무능력해서 내가 버는 돈으로 먹여 살렸다”고 했다. 이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숨진 채씨는 부모로부터 수십억 원대의 부동산, 건물 등을 물려받았다. 건물 등의 임대료만 해도 월 800만원 정도다. 여기에 대학 등 강의료까지 합치면 한 달 수입이 족히 1000만원에 가까웠다.

자신이 범행 동기라고 밝힌 내용들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이씨는 네 번째로 말을 바꾸는데, “전남편이 나를 괴롭혔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손을 봐달라고 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채씨를 비방한 것은 이씨로 확인됐다. 채씨의 제자에게 찾아가 채씨를 욕했고, 이로 인해 갑자기 지인들과의 사이가 소원해지기도 했다. 또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교수 임용도 번번이 취소됐다. 그 중심에 이씨가 있었다. 그러나 채씨는 이씨와 관련된 이야기를 되도록 숨겼다.

고 채홍덕씨의 어머니 정 아무개씨가 아들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곳곳에 ‘계획된 살인’ 정황

청부 납치를 사주한 이씨와 범인들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일까. 이 사건의 최대 의문점 중 하나다. 채씨 유족들과 중앙대 연극학과 동문 등 지인들은 ‘계획적인 살인’으로 의심한다. 이씨와 범인들의 ‘단순 납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실제 사건 정황을 보면 “살해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말을 바꾸기는 했지만 이씨가 말한 ‘범행 동기’ 네 가지 중 세 가지는 ‘돈’과 연결된다. 범인들이 범행에 뛰어든 이유도 결국 ‘돈’이다. 단순히 1억~2억원을 빼앗기 위해 대낮에 채씨를 납치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설사 돈을 갈취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완전 범죄가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돈을 받은 후 채씨를 풀어준다고 신고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럴 경우 범인들의 얼굴이 드러난 데다 전부인 이씨의 연루 사실이 탄로 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또 있다. 이씨가 범인들에게 납치를 의뢰한 것은 지난해 9~10월쯤이다. 범인들은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최소 3개월간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채씨를 납치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차량으로 유인한 후에는 미리 준비한 도구를 이용해 결박했다. 몸에는 흉기까지 소지하고 있었다.

채씨를 납치한 후에는 경북 안동의 한 폐가로 향할 계획이었다. 처음부터 ‘완전 범죄’를 노리고 오랜 시간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휴게소 주차장에서 채씨가 탈출을 시도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던 것이다.

이들은 왜 서울에서 승용차로 3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되는 안동까지 가려고 했던 것일까. 안동이 숨진 채씨의 고향인 경북 문경 점촌과는 승용차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지역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또 채씨의 상속 재산 상당수는 문경 지역 부동산이다. 채씨의 외삼촌 정문기씨는 “단순히 납치해서 돈을 뜯어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평소 홍덕이와 엄마는 서로를 끔찍하게 생각했다. 범인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범행에 이용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홍덕이를 인질로 데리고 다니면서 집 등기라든지, 대출, 사채 등을 얼마든지 자기들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채씨 유족들은 전부인 이씨가 처음부터 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접근했다고 보고 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동문들이 주축인 ‘채홍덕 살인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도 ‘계획적인 살인’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로 채씨와 이씨의 만남에서 결혼, 사실혼 관계 파기에 이르기까지 일어났던 일련의 과정이 계획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진상규명위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은 우발적인 살해가 아니다. 결혼 생활 내내 그녀가 보여준 인면수심의 행적과 납치를 위한 주도면밀한 준비 등을 볼 때 예정된 살인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사건은 수원지검으로 송치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고인의 유족들과 진상규명위는 채씨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촉망받던 공연예술가 고 채홍덕 감독 

공연예술가 채홍덕은 경북 문경의 부유한 가정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끼’가 다분했다. 그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다닐 때는 TV에 코미디언들이 나오면 그 흉내를 정말 잘 냈다. 몸짓과 음성을 그대로 따라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첫 번째 대학 도전에 실패하자 채씨는 혼자 서울로 상경해 연극학원을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다음 해에 중앙대 연극과에 합격하며 공연예술가의 길을 간다. 반대하던 채씨 아버지도 아들이 대학에 합격하면서부터는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2004년에는 미국 보스턴으로 유학을 떠나 4년 만인 2008년에 귀국했다. 당시 채씨의 능력을 알아본 MIT대학에서 강의 제안을 했으나 “내가 배운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며 모교인 중앙대로 돌아왔다. 채씨는 국내 최초로 3D 홀로그램 비디오 작품을 전시한 멀티미디어 예술가였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예술을 선보이며 수많은 아티스트와 공연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09년 피아니스트인 부인 이씨를 만나면서 공연예술가의 꿈도 산산이 부서졌다. 결국 괴한에 납치된 지 1시간여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변했다.


 
 

'거짓말 인생', 전부인 이 아무개씨

채홍덕 감독의 전부인 이 아무개씨는 ‘거짓말 인생’으로 점철돼 있다. 그는  경원대 재학 시절에 첫 번째 결혼을 했다. 혼인신고 여부는 확실치 않으나 당시 아이를 낳아 현재 2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두 번째 결혼은 유학길에서였다. 이름을 개명하고 떠난 유학지에서 아들을 낳았다. 현재 이 아이는 9세 정도로 이씨의 어머니와 미국에서 살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씨는 피아노를 가르치는 입시 강사가 된다. 그러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채씨를 아파트 이웃으로 알게 됐다. 어느 날 잘못 도착한 소포가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효성이 지극한 채씨에게 “어머니를 모시고 살겠다” “꿈에 할아버지가 나왔는데 아버지가 보내주신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이씨와 채씨의 결혼을 앞두고, 이씨의 어머니는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바쁜 채씨의 핑계를 대며 상견례를 미루다가, 채씨 측에서 상견례를 독촉하자 건강 문제를 이유로 아버지만 나오게 된다. 심지어 이씨의 어머니는 결혼식 당일마저도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결혼식에 불참했다.

이씨는 채씨와 결혼하기 3일 전, 자신이 과거에 한 번 결혼을 했으며 아이가 미국에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초혼인 채씨는 충격을 받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결혼식을 올렸다. 유족들은 이씨에게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채씨의 장례식장에서 알았다고 한다.

이씨의 비밀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결혼 얘기가 오가는 과정에서도 이씨의 거짓말은 이어졌다. 아버지는 외교관, 어머니는 아나운서이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집이 있다고 했다. 결혼 전에는 “친정어머니가 서울 평창동에 있는 10억원짜리 집을 사주겠다고 했다”며 집을 보러 다녔다.

채씨의 아버지가 암에 걸려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은 이유도 ‘암’이라고 말했다. 채씨는 50통에 달하는 이씨 아버지의 이메일을 받고 결혼을 결심했는데, 이메일은 이씨가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아버지는 이메일을 주고받는 법을 몰랐다. 녹취 파일에 따르면, 이씨는 채씨와 여러 차례 미국에 있는 ‘아이’에 대한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아이의 양육비를 보내줘야 한다며 돈을 요구해 보내주기도 했다.

결혼식을 올린 후 이씨는 돌변한다. 채씨 유족들에 따르면 “집안 살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집에 가보면 설거지와 청소를 했던 흔적이 없었다. 시아버지 제사도 한 번 챙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아는 브로커를 통해 커피숍을 2억원에 매입하고, 그 브로커를 통해 채씨의 둘째 누나가 식당을 인수하게끔 했다. 결혼 후 4개월이 지나 이씨는 집을 나온다. 집을 나와 간 곳은 내연남인 장 아무개씨의 집이었고, 이미 장씨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이던 이씨는 아이를 지우고 채씨의 본가를 찾아갔다. 채씨의 어머니에게 “남편 때문에 힘들어 아이를 유산했다”며 위로금을 요구했다. 또 “채씨가 성공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부동산을 팔아 돈을 마련해달라”고 종용했다.

이씨의 거짓말은 내연남인 장씨와 남편 채씨가 만나면서 드러나게 된다. 당시 결혼한 상태였음에도 장씨에게 채씨를 ‘룸메이트’라고 말했고, 채씨가 남자라는 것을 장씨가 알게 되자 ‘트렌스젠더’ ‘성불구자’라며 ‘생물학적으로는 여자’라고 변명했다. 심지어 부부가 함께 밥을 비벼 먹는 사진을 내연남에게 보내기도 했다. 내연남에게 스토커가 보낸 것이라며 보여준 ‘정말 아름다우시다’ 등의 문자는 자기가 직접 자신의 컴퓨터에서 보낸 예약 문자였다.

입시 강사로 일하던 2012년, 이씨는 레슨 사기로 경찰에 입건된 적이 있다. 학력을 위조해 회원 수가 20만명을 넘는 유명 입시 피아노 인터넷 카페에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자신이 일하던 피아노학원을 웨딩 축가 업체 사업장처럼 꾸며 홍보하기도 했다.

이씨는 채씨가 납치돼 살해된 날에도 채씨의 후배에게 채씨의 근황을 묻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경찰 조사 당시에도 이씨는 후배에게 ‘쿠키를 구워주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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