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심석희, 금메달 3개 목에 건다
  • 기영노│스포츠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1.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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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여자 전 종목 석권 가능…남자는 ‘빅토르 안’과 승부 관심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은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때부터 한국의 효자 종목이었다. 한국은 그동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수여된 40개의 금메달 가운데 무려 47.5%인 19개를 획득했다. 전체 메달 120개 가운데서도 30.8%에 해당하는 37개를 가져왔다.

쇼트트랙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한 개 이상 딴 나라는 한국·캐나다·중국·미국·일본·호주·이탈리아 등 7개국뿐이다. 메달을 한 개 이상 획득한 나라도 겨우 11개 나라다. 쇼트트랙에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이후 남자 4개, 여자 4개 등 모두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금메달을 한 개 이상 가져갈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한국·캐나다·중국과 개최국 러시아 그리고 영국 정도다.

남자 금메달 후보는 현재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 개최국 러시아의 빅토르 안(안현수), 한국의 신다운·이한빈·박세영 등이다.

여고생 쇼트트랙 여왕 심석희(세화여고)가 지난해 10월 서울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3000m 계주 예선 경기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역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은 홈에서 치른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2관왕이다. 당시 아믈랭은 500m와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믈랭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는 5000m 계주에서 동메달 1개에 그쳤다.

아믈랭은 2012~13 ISU, 즉 국제빙상연맹 월드컵 시리즈에서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노진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3~14시즌은 1~4차 월드컵에서 금메달 8개를 따내며 처음으로 종합 1위를 차지해 절정의 컨디션에 올라 있다. 아믈랭은 그동안 외국 선수의 취약점이던 지구력에서 오히려 한국 선수를 능가하고 있고 노련미까지 갖춰 한국 선수가 이기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아믈랭은 1000m와 1500m는 월드컵 랭킹 1위, 500m는 빅토르 안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안현수, 한국 팀에 통곡의 벽 될까

빅토르 안은 1월20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끝난 2014 유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며 ‘돌아온 황제’로 떠올랐다. 유럽선수권대회는 사실상 네덜란드·러시아·이탈리아 세 나라의 경쟁이라 세계선수권대회나 월드컵대회보다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수준이 낮다고 하더라도 한 선수가 전 종목을 석권하는 ‘4관왕’을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쇼트트랙 선수로는 환갑이나 다름없는 30세의 빅토르 안이 해냈기에 자연스럽게 ‘황제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빅토르 안은 2006년 토레노 동계올림픽 때 남자 1000m와 1500m 그리고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 3관왕에 올랐고 500m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해 ‘전 종목 메달 획득’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후 국내 쇼트트랙계의 파벌 갈등 때문에 러시아로 귀화한 후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간간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독일 대회처럼 전 종목을 석권할 정도로 기량을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빅토르 안은 독일 대회에서 500m와 1000m, 지구력을 요하는 3000m 슈퍼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5000m 계주에서는 마지막 2바퀴를 남겨놓고 3위에 처져 있던 팀 순위를 1위로 끌어올리는 신기(神技)를 발휘했다. 빅토르 안의 러시아 귀화로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의 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빅토르 안이 이끄는 5000m 계주에서 선수층이 두터운 캐나다·한국 등과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의 객관적인 전력을 보면 500m는 빅토르 안, 1000m와 1500m는 샤를 아믈랭, 5000m 계주는 캐나다·러시아가 1위를 다투는 가운데 한국이 복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신다운·이한빈·박세영 세 선수는 2013~14 월드컵 시리즈에서 부진(금메달 2개)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한국의 쇼트트랙 대표팀은 1월22일 프랑스 퐁트 로뮤로 떠나 고지 적응 훈련을 한 뒤 2월5일 결전지인 소치로 들어간다. 퐁트 로뮤는 프랑스 대표팀의 전지훈련 장소로 해발 1800m의 고지라서 체력을 기르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여자는 지난 밴쿠버올림픽 3관왕이자 아시아 출신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인 중국의 왕멍이 발목 골절로 출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의 독주가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1500m 예선 경기에서 코너를 도는 빅토르 안(안현수). ⓒ 연합뉴스
중국의 왕멍, 부상으로 출전 못 해

특히 월드컵 시리즈에서 절정의 컨디션을 발휘한 심석희 선수가 최대 3관왕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심석희는 전이경·진선유의 뒤를 잇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다. 키 174cm(55kg)의 큰 체격에 스피드와 지구력을 고루 갖췄다. 다만 순발력이 부족해 500m에서는 약점을 보이고 있다. 심석희는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7세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올라와 오륜중학교 1학년 때부터 ‘괴물’ 소리를 들으며 쇼트트랙계의 ‘될성부른 나무’로 인정받았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2년 3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더니, 불과 한 달 만인 4월에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개인 종합 1위를 차지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심석희는 국가대표가 되면서 곧바로 세계 정상권 선수로 발돋움했다. 2012~13시즌과 2013~14시즌 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10개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을 하며 2년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해 명실공이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소치올림픽 여자 1000m와 1500m는 심석희를 위한 레이스가 될 것 같다. 변수가 있다면 한국의 박승희·김아랑이 당일의 컨디션과 작전 여부에 따라 심석희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500m는 금메달 후보 1순위 왕멍이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심석희·박승희·김아랑 등 한국 선수 외에 중국의 판커신,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 등이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결승전에 한국 선수가 2명 이상 올라간다면 작전에 의해 다른 나라 선수의 견제를 이겨내면서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다. 한국 선수 가운데 박승희는 언니 박승주가 스피드스케이팅, 남동생 박세영이 쇼트트랙 대표 선수로 소치올림픽에 출전해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삼남매가 한 올림픽에 출전하는 진기록을 세운다.

중국의 금메달 후보 1순위였던 3000m 계주에서도 노련한 왕멍이 빠지면서 한국의 금메달 가능성이 커졌다. 따라서 여자 쇼트트랙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중국이 4종목을 모두 휩쓸었던 것처럼 한국이 전 종목 금메달이라는 올림픽 출전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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