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패권족은 당이 잘못 가도 제 식구만 감싸”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4.10.0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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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보다 거세게 야당 비판하는 조경태 새정치연합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중진으로 새누리당 의원보다 더욱 거세게 자기 당을 비판하는 의원이 있다. 그래서 일부 당원은 그를 ‘엑스맨’이라 부르기도 한다. 당 최고위원까지 지낸 3선의 조경태 의원이다. 그는 이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도 연일 당을 향해 쓴소리를 내고 있다. 비대위에 들어간 박지원 의원은 그에 대해 “혼자 고아한 척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충정에서 나오는 말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며 오히려 더 강하게 비대위 구성과 친노(親盧) 세력을 비판하고 있다. “이럴 바엔 당을 해체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분당론을 들고나왔다. 부산 지역에서만 3선을 했고, 2002년 대선 때 끝까지 노무현 대선 후보 곁을 지켰던 그는 왜 지금 친노를, 문재인 의원을 향해 연일 거친 말을 쏟아내는 것일까. 9월24일 의원회관에서 조 의원을 만났다.

 

ⓒ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비판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 심지어 ‘친노 강경파’를 몰아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아는데.

내가 말하는 친노는 패권화된 친노다. 자기들만이 옳고 남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의견이 다르면 무조건 틀렸다고 주장하는 세력들, 자기들이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 믿는 그 세력들을 말한다.

패권화된 친노 의원은 몇 명이나 되는가.

30명 정도 된다. 건전한 친노도 있다. 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되시기 전부터 같이 정치적 뜻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친노다.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정세균·박지원 의원도 친노라고 보는 이유는.

문재인 의원은 친노 강경파 수장이고, 정세균 의원은 범친노계, 박지원 의원은 ‘이박(이해찬-박지원) 연대’의 주역이다. 결국 특정 계파 모임이다. 새누리당은 (비대위에) 외부 인사나 젊은 청년도 영입하는데, 우린 기득권 세력들 이해관계에 있는 이들이 나섰다. 그것도 당권 도전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이다. 주자들이 심판도 겸하겠다고 하고, 룰을 정하겠다고 하는 건데, 이게 공정하게 되겠나. 문희상 위원장을 뺀 나머지 위원들은 물러나는 것이 맞다. 비대위는 당원이나 국민이 뽑아준 게 아니라 임시적 권한을 가진 조직이다. 최근 문 위원장이 기강을 잡겠다며 경고를 하던데, 비대위는 경고를 날릴 자격이 없다. 전당대회를 공명정대하게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새누리당을 봐라. 혁신위원장에 김문수 전 지사를 앉혔다. 김무성 대표와 가장 껄끄러울 수 있는 비주류 인물이다. 비주류 중의 비주류를 혁신위원장에 앉혔다. 우린 새누리당만도 못한 정당이다.

비판 수위가 도가 지나치고, 당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비대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종로 거리 나가서 조경태 말이 맞는지 그분들 말씀이 맞는지 여론조사를 한번 해보고 싶다. 국민들이 누구 말을 더 신뢰하는지. 오직 당과 국민만 생각하고 하는 이야기다. 내가 야당으로서 부산에서 10년 동안 의원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충정에서 나온 얘기를 당이 제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뒤에만 있던 문재인 의원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나선 건 책임 있는 자세 아닌가.

문재인 의원이 언제 책임진다 하고 진 적이 있나. NLL 정국도 책임지겠다고 나서서 책임졌나. 대선 때 당 내부에서 의원직 버리고 선거에 ‘올인’하라고 했는데, 그때 의원직을 버렸던가. 문 의원은 지금 대선 후보가 아니다. 지역구 관리부터 정치를 좀 배웠으면 한다.

문희상 위원장이 모바일 투표제를 제안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제주 경선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해서 문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보이콧까지 했던 제도다. 그 문제에 대해 아직도 진상 규명이 안 됐는데 무슨 모바일 투표제인가. 당원들과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미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된 제도를 도입하려는 데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 정 하려면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때의 모바일 투표에 대한 진상조사를 철저히 한 후에 해야 한다. 당원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조 의원을 가리켜 ‘문 의원 저격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친노들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난 손학규 대표 체제 때도, 정세균 대표나 김한길·안철수 대표 체제 때도 늘 쓴소리를 했다. 권은희 의원의 광주 재보선 공천에 대해 소가 웃을 공천이라고 비판한 것도 나다. 친노 패권족들은 당이 잘못 갈 때 바른 소리를 안 한다. 늘 제 식구 감싸기다. 지금 김현 의원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에서 을지로위원회를 하면 뭐 하나. 이렇게 국회의원이 사회적 약자에게 갑질을 했는데 말이다. 얼마나 당에 큰 해악을 끼쳤나. 비대위원 중 단 한 사람도 김 의원에 대해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다. 왜 안 하겠나. 친노 패권족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이다. 만약 새누리당이 연루됐으면 벌떼같이 달려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남이 잘못하면 비판적이면서 자기들 계파 잘못은 무한히 아껴준다. 이런 잘못된 정치 행태를 안 고치면 국민 동의를 못 얻는다.

김현 의원이 이미 사과의 뜻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으로 미흡하다는 것인가.

비대위원들이 제 구실을 하려면 김현 의원부터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못하지 않나. 사회적 약자인 대리기사 폭행 문제에 우리 당 의원이 연루됐으면 공명정대하게 징계를 하고 출당 명령을 내려야 한다.

비대위에 정동영 고문을 영입하는 것에 대해 비대위원 일부가 반대해서 무산됐다고 들었다. 조 의원은 비대위에 직접 참여할 생각이 없나.

난 다음에 당권에 도전할 것이기 때문에 제안이 와도 고사할 것이다. 비대위에 들어간 분들에게 정정당당하게 비대위원 자리를 내려놓고 나랑 한판 붙자고 말하고 싶다. 내가 당권 잡으면 6개월 안에 새누리당 지지율을 따라잡을 자신 있다. 그리고 (정동영 고문 거부와 관련해) 비대위원이 무슨 동호회도 아니고 자기들이 마음에 안 들면 안 넣는 게 말이 되는가. 계파 수장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그런 것이다. 선수들이 완장 차는 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어떻게 공정한 룰이 만들어지겠는가. 

조 의원 주장대로라면 당권에 도전하더라도, 비대위에 들어간 사람들이 유리할 텐데.

(웃음) 호남 지역 의원들을 가만히 보면 친노 강경파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일부 친노 세력 때문에 호남까지 같이 욕을 먹고 있다. 호남은 우리 당의 뿌리다. 광주에 내려가서 소통에 나설 생각을 갖고 있다. 호남 지역 등산대회에 초청받아 강연도 하기로 했다.

당이 분당했다가 합쳐져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도 갖고 있나.

한 지붕 세 가족으로는 오래 못 간다. 이럴 바엔 차라리 당을 해체하고 국고보조금도 반납해야 한다. 합리적 진보 및 중도 세력이 모여 건전한 제1 야당을 다시 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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