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시대 코앞인데 우린 뭐 하나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5.02.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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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가장 먼저 개발 충전소 없어 대중화 어려움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는 그동안 친환경차 경쟁에서 전기차에 가려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성능은 높이 평가받았지만 비싼 가격과 충전소 설치 문제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에 비해 시장 형성이 늦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수소차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수소차 패권 전쟁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유럽연합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가 있다. 지금 유럽에서 자동차를 팔기 위해선 자동차가 1㎞ 달릴 때 130g 이하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해야 한다. 2020년에는 이게 95g으로 줄어든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95g/㎞를 기록하려면 가솔린 차량은 리터당 24.39㎞, 디젤 차량은 리터당 27.77㎞의 연비를 내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 전기차를 제외하고 ㎞당 95g 이하로 CO₂를 배출하는 차는 소형 하이브리드를 빼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020년에도 차를 계속 팔려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또는 그 이상의 친환경차를 만들어 팔아야 하는 것이다. 자동차 메이커에 다행인 점은 평균 배출량이라는 점이다. 판매 차종 가운데 친환경차가 있으면 기름 먹는 하마 같은 고배기량·저연비(고가의 대형차) 차량도 계속 팔 수 있다. 그래서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들은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광주 혁신센터 내부와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 현대자동차 제공, ⓒ 투싼 제공
2030년엔 전기차·수소차가 대세

최근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충전 시간이 짧고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전기차보다 길고 성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소차는 현대자동차 원톱 시장이었다. 현대차는 수소차와 관련해 가장 앞선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2013년 2월 세계 최초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FCEV) 양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2년여가 지난 2014년 12월 도요타가 세단형 수소차 ‘미라이’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도요타는 양산은 현대차보다 늦었지만 가격을 투싼보다 싼 670만 엔(약 6200만원)으로 책정했다. 현대차도 최근 수소차 투싼ix의 가격을 대당 1억5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내리며 맞대응에 나섰다.

미라이와의 첫 라운드 대결은 현대차의 승리로 기운 듯하다. 미국의 저명한 ‘워즈오토’는 지난해 말 2015년 세계 10대 엔진을 발표하면서 현대차의 투싼ix FCEV를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미라이보다 투싼ix FCEV가 소음이나 공간 활용 면에서 앞선다고 보도했다.

현대차, 수소차 투싼ix 가격 파격 인하

미라이는 일본 내 판매와 동시에 일반인들이 차를 사려고 줄을 서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앞섰다. 일본 정부가 수소차 양산을 위해 충전소 설치, 보조금 지급 등 민관 합동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차 보급의 최대 걸림돌은 높은 가격과 충전소 부족이다. 수소차 가격은 양산 체제가 구축될 경우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충전소. 일본 정부는 충전소당 최대 2억8000만 엔(약 26억원)을 지원해 지난해까지 40건 이상의 충전소 건립 보조금을 지급했다. 올해도 충전소 보조금으로 100억 엔(약 925억원)을 배정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의 민관 합작은 2000년 2만여 대에 불과했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의 판매량을 2013년에는 128만대까지 급성장시켰다.

도요타 측은 2025년 수소차 가격이 하이브리드카 수준으로 내려가고, 수소 충전 가격이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료전지 시스템도 1000대 생산 시 2300만원이 들어가지만 50만대 생산 체제에서는 80%가량 낮아진 470만원 정도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의 경우 에어리퀴드·린데 같은 수소가스업체와 쉘·토탈 등 에너지회사가 컨소시엄을 결성해 2017년까지 충전소 140기, 2023년까지 432기 건설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다임러벤츠와 BMW는 이에 맞춰 2017년부터 수소차를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독일 정부는 정부 기관(NOW)을 통해 이 컨소시엄에 50%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수소 충전소 건설 경비의 85%를 지원하는 AB8법을 제정하고 투싼ix FCEV를 리스 차로 판매하는 등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첫 수소차 양산 기록을 갖고 있는 한국에는 12개 정도의 수소 충전소가 있지만 그나마 모두 연구실 실험용 수준이고 국제 규격에 맞는 충전소는 한 군데도 없다. 때문에 수소차가 민간이 아닌 관공서에 제한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회사는 수소차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고 있지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후발 주자들에게 따라잡힐 처지에 놓였다. 1월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시와 현대차그룹이 손잡고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출범시키고 수소차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의 수소차 확산을 위한 민관 합작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한국, 다른 나라보다 수소 충전 유리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차세대 친환경차 후보인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는 모두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0’이지만 근원적인 에너지원이 다르다. 전기차는 전기를 얻는 근본 에너지원이 원자력이라서 친환경이라고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현재 인류 기술로는 원자력 발전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임시로 보관하는 수준이다. 이런 뒤처리 비용을 감안하면 발전 단가가 싸다고 할 수 없다.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충전 루트가 여러 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철소나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부생수소가 풍부한 편이다. 이를 활용하면 수소 충전이 그리 어렵지 않다. 덴마크 등 인구 밀도가 낮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풍력·조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얻고 이를 이용해 수소를 분해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일본은 갈탄에 물을 섞어서 수소를 얻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갈탄이 풍부한 호주와 몽골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해 운송하기 위해 수소 수송선을 개발 중이다.

수소 연료전지는 산업이나 가정용 발전시설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수소연료전지차에서 생산하는 전기로 가정용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 수소차 100만대가 1GW(10만대×10㎾)급 원자력 발전소 10기(구축비용 약 30조원)에 버금가며 수소연료전지차를 에너지 저장소나 발전소로 활용할 수 있어 전력 피크 시 산업 또는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LNG를 연료로 쓰는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이 2009년(8.4MW)부터 2013년(127.6MW)까지 연평균 57.8% 성장했다. 전기 배터리의 보존 시간이 짧은 것에 비해 수소 연료전지는 오랜 시간 대규모 저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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