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도매상’ 통신사 경쟁 불붙다
  • 김창룡│인제대 신방과 교수 ()
  • 승인 2015.05.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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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민간 통신사 8월 출범…1공영·3민영 4파전 거세질 듯

‘뉴스 도매상’으로 불리는 뉴스통신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각종 미디어에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던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에 더해 2011년 ‘뉴스1’이 출범하면서 3파전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그런데 최근 ‘포커스’가 무가지를 접고 뉴스통신사로 변신, 오는 8월 본격 출범을 앞두고 있어 국내 뉴스통신사는 이제 4파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이 뉴욕타임스·내셔널지오그래픽·버즈피드·NBC·디애틀랜틱·가디언·BBC·슈피겔·빌트 등 세계 유명 9개 언론사 기사를 직접 제공하는 ‘인스턴트 아티클스(Instant Articles)’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5월13일 공식 선언했다. ‘인스턴트 아티클스’는 소셜 미디어에서 바로 뉴스를 보는 서비스 형식으로 뉴스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기술을 보완했다. 링크 기반에선 요청한 뉴스가 모바일 기기에 나타날 때까지 평균 8초가 걸려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면, ‘인스턴트 아티클스’ 기반에서는 1초 이내로 줄었다고 한다.

ⓒ 일러스트 정찬동
페이스북은 홈페이지를 통해 “점점 많은 사람이 모바일 기기로 뉴스를 보는 추세에 맞춰 우리도 더 빠르고 풍부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언론사 뉴스를 받아 호스팅하고 페이스북이 직접 광고를 붙여 판매하겠다는 게 ‘인스턴트 아티클스’의 전략이다. 일종의 뉴스 포털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뉴스통신사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다.

국가 기간 통신사 연합뉴스에 ‘특혜’ 반발

오늘날 모바일 시대와 인터넷 시대를 맞아, 미디어 소비 행태의 변화에 따라 뉴스 생산·유통·판매 등에서 어떻게 회원사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어떤 서비스 특화 전략으로 공략할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최근 국내 미디어 시장은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가. 뉴스통신사에는 적어도 세 가지 면에서의 긍정적 변화가 있다.

첫째,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누구나 손안에서 뉴스를 즉시 소비하는 ‘뉴스 즉각 소비 시대’로 바뀌고 있다. 기존 신문·방송 등 전통 매체에서 보던 뉴스나 정보를 이제 스마트폰으로 즉각 소비하는 실시간 뉴스 등 새로운 정보 수요에 대한 시장이 늘어난 셈이다. 즉 모바일 뉴스 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둘째, 파워블로거, 1인 미디어의 등장 등 미디어 소비층이 대량 소비 시대에서 소량 전문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분야별 마니아들이 전문가 수준을 능가하는 정보를 축적하며 새로운 뉴스를 갈구하고 있다. 시공을 초월하는 인터넷은 이제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맞춤형 뉴스 서비스를 하지 못하면 외면당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잠재적 수요는 기존의 단순 뉴스 제공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기 때문에 특화된 소비 행태별 맞춤형 뉴스, 정보 제공을 기다리고 있다.

셋째, 2000년대 들어 컴퓨터와 모바일 등이 결합하면서 매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매체 이름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의 인터넷 신문과 잡지, 방송사가 등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허가해준 4개의 종합편성 채널은 뉴스·시사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 방송사도 두 개로 늘어났다. 플랫폼은 크게 불어났지만 정작 콘텐츠를 채울 수 있는 기자 수는 제한됐다. 뉴스통신사나 타 언론사의 콘텐츠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심화됐다. 바로 이런 수요 시장, 빈 공간을 찾아 뉴스통신사들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변수는 그동안 특별법으로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라는 한시적 지위를 부여받은 연합뉴스가 2009년 영구적 지위로 변모하게 된 일이다. 정부로부터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라는 지위를 법으로 영구히 보장받게 되자 ‘무사안일한 서비스 혹은 친정부적 뉴스 제공’에 반발한 회원사들의 탈퇴 등은 뉴스통신 시장의 균열·혼란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됐다. 비록 기존의 뉴스통신 시장과 미디어 환경 변화로 새로운 뉴스통신사들의 출현을 초래했지만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 문제와 한계는 무엇일까.

3월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 혁명 시대, 한국뉴스통신사의 위상과 발전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민간 뉴스통신사들 활로 전략에 우려

우선 연합뉴스의 민간 경쟁사인 뉴시스가 “현행 뉴스통신진흥법은 ‘연합뉴스 밀어주기 법(法)’으로 작용하면서 미디어 산업의 공정 경쟁 구도를 무너뜨리는 한편, 언론의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정부는 뉴스통신진흥법을 근거로 지난 13년간 연합뉴스만을 대상으로 무려 4312억원의 혈세를 지원했다. 현행 뉴스통신진흥법으로도 뉴스통신사들에 대한 균형 잡힌 지원이 가능한데도 정부는 연합뉴스만을 지원 대상으로 삼아왔다”고 비판한 내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뉴시스만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1과 새롭게 출범할 포커스 등 뉴스통신사들이 공동으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안이다. 그만큼 연합뉴스는 역사나 규모 면에서 민영 뉴스통신사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데다 정부의 재정 지원까지 뒷받침되는 상황에서는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590여 명의 막강한 취재 인력을 구축하고 있는 연합뉴스는 특별법으로 현재의 지위를 보장받았다. 이는 국가의 정보주권 수호와 국가대표적인 뉴스통신사로서 해외 정보 의존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등의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후발 주자들이 ‘특혜’를 무조건 철회하라고 하는 데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후발 주자들은 이미 척박한 뉴스통신 시장의 현실을 이해하고 특화 전략으로 뛰어드는 만큼 스스로 감당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새로운 뉴스통신사들은 기존의 연합뉴스 서비스를 능가하는 특화된 뉴스 시장을 개척해 회원사를 확보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초기의 적은 인원과 제한된 취재망으로 어떻게 ‘골리앗’ 연합뉴스의 벽을 넘어설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 뉴스통신 시장에서 여전히 강자로 군림하는 미국의 AP통신사는 미국 내 언론사를 주요 회원사이자 주주로 두고 차별화된 취재 영역을 통해 상호 공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영국의 로이터통신사는 경제·금융 분야 뉴스 서비스 특화에 성공해 독자적 영역을 확보했다. 매체 과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뉴스통신사들이 어떻게 활로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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