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고평가 논란 속 첫날 상승 마감
  • 황건강 기자 (kkh@sisabiz.com)
  • 승인 2015.10.02 16:44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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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 7만2800원, PER 28.8배 수준...공모가 7만6000원 넘어설지 주목

방위산업체 LIG넥스원이 상장 첫날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2일 LIG넥스원은 시초가인 6만9000원보다 3800원오른 7만2800에 마감했다. 거래 시작 직후 6만3200원까지 급락했으나 한시간여를 지나면서 시초가를 넘어섰다. 첫 거래일 거래량은 225만6916주, 거래대금은 1조60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상승 마감에도 LIG넥스원에 대한 고평가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여전히 공모가인 7만6000원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LIG넥스원 주가가 장기적으로 공모가 수준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모가 산정 시 PER 38.05배 적용, 해외 업체 평균은 20배

LIG넥스원은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공모가가 높게 산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장 대표 주관회사인 NH투자증권은 LIG넥스원의 공모가 산정시 주가수익비율(PER) 38.05배를 적용했다. 비교대상기업들의 지난해말 실적 기준 PER과 올해 상반기까지 PER을 각각 적용해 평균한 수치다.

이 과정에서 국내기업 중에서는 2011년 상장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만 비교대상기업에 포함됐다. 문제는 KAI의 2014년 PER가 73.8배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비교대상기업에 선정된 해외 업체 6곳의 평균 PER가 17.7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또 다른 국내 비교대상기업인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제외됐다.

올해 상반기 PER을 살펴보면 KAI의 PER 고평가가 더욱 부각된다. 상반기 KAI의 PER은 40.8배다. 이번엔 해외기업 중에서도 상반기 순이익이 공시되지 않은 4곳이 제외됐다. 포함된 업체는 BAE와 탈레스만 등 2곳이다. BAE와 탈레스만을 평균한 PER은 20배다.

지난해말과 올해 상반기 비교대상기업의 PER 평균치는 38.05배다. 덕분에 비교가치를 적용한 주당 평가액은 9만9949원에 달했다. 공모가는 희망가 밴드인 6만6000원과 7만6000원의 최상단인 7만6000원으로 확정됐다. 이것도 비교가치 평가액 대비 24%가 할인된 금액이다.  

 

향후 주가가 공모가를 뛰어넘을지는 미지수다. 방위산업계에서는 LIG넥스원의 신규 수주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보고 있다. 실적이 크게 하락할 염려는 적지만 크게 성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IG넥스원의 올해 신규수주 예상치는 2조원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5조원을 넘어섰다. 신규수주액도 사상 최대액인 3조143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신규수주액이 이보다 더 늘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주가는 이미 PER 28배를 넘어섰다.

LIG넥스원의 공모가 산정의 잣대가 된 KAI의 주가는 변동성이 심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만9800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8월11일에는 10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는 7만300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LIG넥스원과 KAI의 주요 사업 영역인 방위산업은 수주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 KAI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무산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주가가 요동쳤다.

◆공모가 돌파 관건은 '재무적 투자자 지분'

공모가 돌파를 어렵게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이번 상장에서 LIG넥스원이 구주매출로 시장에 내놓은 주식수는 490만주다. FI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의 절반이다. 바꿔 말하면 여전히 시장에 나올 수 있는 FI 보유물량이 490만주 남아 있다는 것이다. 보호예수기간은 3개월이다. 이 물량은 지속적으로 LIG넥스원의 주가를 압박할 전망이다.

LIG넥스원의 FI는 사모펀드로 구성돼 있다.  ‘코에프씨스틱그로쓰챔프2010의2호’가 175만주를 보유하고 있고,  ‘워든원에스피씨유한회사’가 5.3%를 보유하고 있다. FI 지분율합계치는 22.3%다. 이 지분은 전략적투자자가 아닌 사모펀드인 탓에 필연적으로 투자금 회수가 이어진다.

현행법상 사모펀드의 최장 존속기간은 15년이지만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5~7년 정도를 투자기간으로 설정한다. 예를 들어 정책금융공사가 출자해 회사명에 코에프씨(KoFC)가 포함되는 사모펀드의 존속기간은 8년이다.

재무적투자자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코에프씨스틱그로스챔프’는 2010년 12월 6일에 결성됐다. 2018년에는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적어도 2018년 이전에는 LIG넥스원 주식 175만주의 주인이 바뀐다는 의미다.

두번째로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워든원에스피씨’는 2013년 2월 5일 설립됐다. 투자회수까지 상당히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사모투자회사 지분은 ‘하나제일호사모투자전문회사’ 및 ‘코에프씨하나동부프런티어챔프2010의6호사모투자전문회사’가 각각 77%와 23%씩 보유하고 있다.

LIG넥스원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는 ‘코에프씨하나동부프런티어챔프2010의6호’의 등록일은 2010년 12월 9일이다. 따라서 ‘코에프씨스틱그로스챔프’와 마찬가지로 2018년에는 투자금 회수가 완료될 전망이다.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최대주주가 FI의 보유지분을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인수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최대주주의 선택이다. 우리사주조합을 포함하면 최대주주인 (주)LIG는 이미 5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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