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후보, 대한제강과 어떤 관계이길래
  • 부산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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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 후보, '가덕도신공항 공약 배경에 오 후보 일가' 집중 공격의 팩트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경쟁 후보로부터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문 해소를 집요하게 요구받고 있다. 한국당 서병수 후보 측은 오 후보의 제1 공약인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배경에 오 후보 일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며 연일 관련 자료를 쏟아내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4번째 부산시장에 도전하는 오 후보가 상대 후보로부터 이처럼 재산문제에 대해 집중 공격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서 후보 측은 "과거 선거에서는 오 후보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오 후보 측은 부동산 관련한 서 후보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 후보 재산 문제의 중심에는 대한제강(주)이 자리잡고 있다. 유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시자료 등을 통해 대한제강과 오 후보의 관계를 살펴봤다.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5월3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시립미술관 주차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연매출 9000억 향토기업…오 후보 일가 49.25% 지분 보유 

 

대한제강은 64년 전인 1954년 부산 국제시장에서 규모가 큰 철물점 수준인 (주)대한상사에서 비롯돼 매출 9000억원의 강소기업으로 발돋움한 부산지역의 대표적 향토 철강기업이다. 설립자 오우영씨는 세 부인 사이에 10명의 형제를 뒀다. 오 설립자는 지난 1975년 세상을 떠나면서 첫번째 부인의 장남인 오완수 현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현재 대한제강의 대표이사 사장은 오 회장의 아들인 오치훈씨로, 3세 경영인이다.

 

둘째 부인의 장남인 오거돈 후보는 부친이 사망할 때 다른 형제와 같이 대한상사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대한상사는 그 이후 1990년 본사를 사하구 신평동으로 옮기면서 대한제강(주)으로 이름이 바뀐다. 

 

오 후보는 다른 형제와 달리 부친 사업을 멀리하며 일찍이 공직에 몸을 담았다. 경남고를 거쳐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부산시청 사무관으로 사회에 발을 디뎠다. 부산시 행정부시장이던 지난 2003년 당시 안상영 시장의 구속으로 시장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다가, 2004년 6월 시장 보궐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정무부시장을 하던 한나라당 소속 허남식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후 그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인 2005년 1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돼 1년여 동안 재직하면서 지금까지도 전 해수부 장관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오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본인의 재산 73억여원(배우자 16억여원 별도) 가운데 대부분은 주식(2017년말 기준 59억여원)이다. 그는 대한제강 주식 60만9777주를 소유, 2.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 후보는 앞서 지난해 8월, 나흘에 걸쳐 1만8500여주를 장내매도 방식으로 매각해 2억4000여만원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 한 인터넷 경제전문매체는 지난 5월15일 '오거돈 후보, 지난해 대한제강 주식 매각한 사연'이라는 제목으로 고점에서 주식을 매각한 이유가 실적악화라는 미공개정보를 사전에 인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병수 캠프는 보도가 나온지 일주일 뒤 이같은 의혹에 보태 오 후보가 지난 2012년 2∼5월 누적 기준 91만9746주의 본인 소유 대한제강 주식을 대차거래로 매각했다고 폭로했다. 대차거래는 증권사가 공매도 목적으로 다른 기관투자가로부터 주식을 빌리고 그 대가로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거래로, 개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오 후보 부동산은 '김해신공항' 인근에 집중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오 후보 측은 "오 후보는 대주주 특수관계인으로 주식거래가 공시되는 만큼 내부자 거래 의혹은 말도 안된다. 당시 대차거래를 본인이 요구한 것도 아니고 증권사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며 "대차거래와 공매도는 당시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공매도 부작용에 따른 규제는 나중의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 서병수 후보 측이 오 후보의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공약의 배경을 오 후보 일가의 재산과 결부시키고 있는 것은 대한제강의 본사가 있는 신평동 일대 부동산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제강의 본사가 있는 사하구 신평동은 가덕도와 비교적 가까운 위치다. 대한제강은 신평동 일대 공장을 비롯해 3000억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오 후보는 개인적으로 신평동 일원에는 부동산을 갖고 있지 않다. 오 후보 소유 부동산은 오히려 김해신공항 인근 진영읍 설창리에 집중돼 있다. 이와 관련, 오 후보 측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한 서 후보 캠프 관계자와 서병수 후보를 부산지검에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오 후보의 주식 거래의 적정 여부와 별개로 대한제강의 주식 가운데 오 후보 일가가 49.25%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 구조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받고 있다. 오 후보 일가의 보유 지분 가운데 10명의 형제가 대부분 주식을 나눠갖고 있는 구조다. 이들 형제 가운데 오 후보의 친동생인 오경태 한일스틸 대표와 오형근 대한제강 부회장은 부산상공회의소 상임의원으로서, 부산경제계에 상당한 인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상의 상공의원인 한 기업가는 "대한제강은 누가 뭐라해도 부산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대표적 향토기업"이라며 "기업이 어떤 이유에서건 정치 논리에 휘말리는 것은 기업으로나 부산경제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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